육아휴직 끝나니 한직 발령.. 휴직자 절반이 1년 안에 떠난다.

이성택 2017. 2. 13. 0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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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냉대에 퇴사하는 육아휴직자들

과도한 업무량, 어색한 관계 등 탓

회사 오래 못 다니고 그만둬

4명 중 1명은 복직 안 해

#2

“육아휴직만으론 경단녀 못 줄여

단축근로 등 유연 근무제 필요”

육아휴직 복귀자의 동일직장 고용 유지율/2017-02-12(한국일보)

세 살짜리 아들을 둔 이인희(33ㆍ가명)씨는 지난해 초 5년간 몸 담았던 정보통신(IT) 컨설팅 분야의 회사를 그만 뒀다. 2015년 중순부터 출산휴가(3개월)와 육아휴직(1년)으로 모두 1년3개월 직장을 쉰 뒤 복귀한 이씨에게 주어진 업무는 한직으로 취급돼온 분야였다. 휴직 이전엔 핵심 보직으로 꼽히던 컨설팅 분야에서 일했던 이씨는 ‘한직으로 밀려났다’는 기분을 지울 수 없었고, 아이를 돌봐줄 사람도 마땅치 않아 복직 4개월 만에 사표를 냈다. 현재 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이씨는 “낮에는 아이를 돌보고, 밤에는 공부를 해야 해 부담이 크지만 ‘경력단절녀’라는 꼬리표로 육아 기간을 평가 받고 싶지 않아 학위를 딴 뒤 다시 일자리를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의 핵심 개혁과제이던 ‘일ㆍ가정 양립’ 기조에 따른 육아휴직의 확산으로 육아휴직자가 크게 늘고 있지만, 절반 가까이는 휴직 기간 중이나 복직 후 1년 이내에 원래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선후보들도 앞다퉈 관련 공약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육아휴직의 연장만으로는 경단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한국노동연구원의 ‘월간 노동리뷰 2월호’에 실린 ‘일ㆍ가정 양립지원제도의 노동시장 효과’ 보고서에 따르면 육아휴직자 수는 최근 10여년 간 가파르게 늘고 있다. 2002년 41명에 불과했던 육아 휴직자 수는 육아휴직 급여제도 도입 첫 해인 2003년 3,803명으로 늘었고 2015년엔 7만8,741명에 달했다. 여기엔 정부의 역할이 적지 않았다. 정부는 육아휴직 급여 확대, 대상 아동 연령 확대, 기업 장려금 등 적극적인 육아휴직 확대 정책을 폈다.

그러나 실제로는 육아휴직 확대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낳은 뒤 다시 직장에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는 여성 근로자는 많지 않다는 사실이 통계로 드러났다. 2014년 기준으로 고용보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육아휴직 급여 수급자가 복직 1년 뒤 동일한 직장에 남아있는 비율은 56.6%에 불과했다. 나머지 43.4%는 육아휴직 후 아예 복귀를 하지 않거나 복귀 후 1년 안에 직장을 그만뒀다는 얘기다. 특히 이 비율은 ‘복직 1주일 뒤(73.8%) → 3개월 뒤(67.6%) → 6개월 뒤(63.7%) →1년 뒤(56.6%)’ 등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가파르게 낮아진다. 4명 중 1명 가량(26.2%)은 육아휴직 뒤 아예 복귀를 하지 않고 있으며, 직장 복귀를 한 이들도 이런저런 어려움으로 직장을 그만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유가 뭘까. 보고서를 쓴 윤자영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 인사담당자와 근로자를 인터뷰한 결과, 복직 후에도 여전한 육아 부담과 함께 직장에서의 ‘찬밥 대우’가 육아휴직 복직자가 끝내 직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는 원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긴 공백 후의 복귀에 대한 부담감 ▦자녀 등하원 시간과 출퇴근 시간의 불일치 ▦동료 및 상사와의 어색해진 관계 ▦승진 불이익 ▦근무시간 대비 과도한 업무량 ▦대체 인력과의 직무 중복으로 인한 직장 내 입지 약화 등이 퇴사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육아휴직만으로는 여성의 경력단절을 막는데 한계가 있다”면서 “여성 근로자들이 육아휴직에서 복귀한 뒤 직장생활을 계속할 수 있기 위해서는 시차출퇴근제나 단축근로 등과 같은 유연근무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mailto:highnoon@hankookilbo.com)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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