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화의 글로벌 徐∼핑②]외국(인)은 일자리의 적? 커지는 '나그네 설움'

2017. 2. 12. 10:0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헤럴드경제=김영화 기자]“낯익은 거리다마는 이국보다 차가워라”
일제 치하에 있던 우리 모두는 ‘나그네’였다. 그 시절 인기 가요 ‘나그네 설움’은 나라를 잃은 우리 민족의 애환을 달랬다. 

세계적 가수 스팅의 대표 곡 ‘잉글리시맨 인 뉴욕(Englishman in New York)’은 쓸쓸한 선율로 미국에 사는 영국인의 ‘다름’을 노래했다. “난 커피를 안마시고 차를 마신다…그들이 뭐라하든 너답게 행동해라”라고.
 
세계 곳곳에서 이방인과 난민들의 설움이 깊어지고 있다. 반(反)이민ㆍ반(反)무슬림을 내건 극우 포퓰리즘 탓이다. 여기엔 ‘다름’에 대한 편견과 함께 외국(인)은 일자리의 적이란 오해가 깔려 있다. 

극우 포퓰리즘의 선봉에 선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일자리를 위해 택한 길은 ‘갑(甲)질’과 ‘벽 쌓기’다. 중국 일본 독일 멕시코는 트럼프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이들 4곳은 지난해 미국의 4대 무역 수지 적자국이다.

10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미일 정상회담 관련 기자회견을 가진 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신조 총리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날 회담에서 트럼프는 중국의 환율 조작 문제를 거론하며 “우리는 결국 공평한 운동장에 서게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AP연합]

트럼프는 한술 더 떠 미국과 이웃 멕시코 사이에 “더 아름답고 높은” 국경 장벽을 짓겠다고 야단이다. 수입을 많이 해주니까 건설비는 멕시코 정부가 대야한다는 게 트럼프의 논리다. 만약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트럼프는 멕시코산에 20%의 보복 관세를 매기겠단다. 그의 행보는 제품을 사놓고 기업에 무리한 요구를 하는 ‘블랙컨슈머’(악성 소비자)와 다를 바 없다. 

무슬림 7개국 국적자의 입국을 막자는 반(反)이민 행정명령도 외국(인)에 대한 트럼프의 적대적 시각을 보여준다.
 
극우 포퓰리즘은 바다 건너 유럽 선진국에서도 부상하고 있다. ‘선거의 해’를 맞아 네덜란드를 시작으로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영국 등에선 자칭 타칭 ‘유럽의 트럼프’들이 속출한다. 

그럼 외국(인)은 정말 일자리의 적일까? 하지만 외국인이 일자리를 빼앗아간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오히려 그 반대란 분석들이 눈에 띈다. 

최근 무당파 싱크탱크인 ‘윌슨 센터’의 멕시코 연구소는 트럼프의 보복관세로 미국과 멕시코의 통상 분쟁이 빚어지면, 미국내 500여 만개의 일자리가 위태로워져 미국내 노동자 29명 중 한 명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 경제전문지 포천도 지난 6일(현지시간) 전미경제연구소(NBER) 보고서를 인용, 트럼프의 ‘장벽’이 일자리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 이민 행정명령으로 발이 묶여 있었던 한 소말리아 난민이 지난 10일(현지시간) 미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 솔트레이크국제공항에 도착해 마중 나온 어린 딸을 껴안고 기뻐하고 있다.[사진=AP연합]

보고서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멕시코계 노동자의 이주를 제도화한 브라세로(Bracero: 막노동) 프로그램의 폐지 영향을 분석, 불법 멕시코 노동자를 줄이려는 트럼프 정부의 시도가 성공할지라도 미국내 일자리 확대와 임금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미 도축업계 사례에서 보듯, 외국인 노동자들은 내국인이 기피하는 일손을 채워준다. 외국 인재들은 혁신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미 정보기술(IT)산업의 요람 실리콘밸리가 이를 증명한다.

일자리 강국으로 떠오른 독일의 경우를 보자. 독일의 지난 1월 실업률은 통일 이후 사상 최저인 5.9%를 찍었다. 이는 독일의 강한 제조업과 근로시간 단축 및 연대임금을 골자로 한 노동개혁, 그리고 난민포용정책 등 ‘삼박자’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분석된다. 

독일 메르켈 정부는 2015년부터 난민포용정책으로 최근 2년새 100만명의 난민을 받아들였다. 영국의 유력 경제잡지 이코노미스트는 4일자 기사에서 시리아,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에서의 이민 물결이 독일내 창업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면서 창업에 소극적인 독일인과 달리 이민자들은 창업에 적극적이라고 전했다. 잡지에 따르면 2015년 독일 신생 기업의 44%는 외국인에 의해 세워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창업 활동 참여 인구의 약 5분의 1이 해외 출생자였다. 

앞서 영국 인터내셔널비즈니스타임스(IBT)는 독일 1월 실업률은 ‘통계의 조작’이 아니라 ‘통계의 기적’이라고 지난달 28일 보도해 눈길을 끈다. IBT는 독일의 인구가 현 8265만명에서 오는 2060년 6800만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독일의 노동 개혁에 따른 탄탄한 고용 시장을 감안할 때 젊은 난민들을 교육ㆍ훈련시켜 노동시장에 흡수하려는 ‘인내심 있는’ 접근은 경기가 나빠지지 않는 한 문제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통일을 앞두고 저출산ㆍ초고령화 시대를 맞아 우리도 멀리 보고 '나그네'를 대접하는 지혜가 필요하지 않을까. 

/bettykim@heraldcorp.com
 

 
-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