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속으로] 트럼프 맘대로 트윗 수정·삭제 .. 국가기록물 어찌하오리까
지난 1~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개인 트위터 계정(@realDonaldTrump)에 트윗 9개를 남겼다. 그중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임기 중 호주와 맺은 난민협약을 비난하고,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한 이란에 경고하는 트윗도 있었다. 국제 정치·외교적으로 민감한 내용임에도 트럼프는 ‘바보 같은 협정(dumb deal)’ 같은 원색적인 표현을 사용하고, “경고 메시지를 받았다(PUT ON NOTICE)”는 대문자로 써 가며 자신의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같은 시간 미국 대통령의 공식 트위터 계정(@POTUS)에 이런 내용의 트윗은 없었다. 대신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임명, 백악관에서 열린 ‘흑인 역사의 달(Black History Month)’ 모임 등 공식 행사 사진이 게재됐다. 개인 계정의 글을 공식 계정으로 리트윗하기도 했지만 과격하고 논쟁적인 것들은 제외됐다.
트럼프의 ‘트위터 정치’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의 원색적인 트윗은 대선 기간 및 당선인 시절에도 파급력이 컸다. 그러나 지난달 20일 공식 취임 이후론 차원이 다른 문제가 됐다. 그가 쏟아내는 말과 글 모두가 국가 기록, 즉 역사가 돼야 하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취임 후 거의 매일 트위터로 하루를 시작한다. 언론 인터뷰 예고, 장관 임명식 및 최고경영자(CEO) 면담 등 일정을 공유하는 평이한 트윗도 있다. 그러나 상당수는 공과 사를 넘나들고 시비가 붙는다. 외교적 결례를 서슴지 않고, 비판적인 언론을 공격하며, 확인되지 않은 사실도 버젓이 적시한다.
이 때문에 미국의 역사·기록학자들이 고민에 빠졌다. 트럼프가 개인 계정을 통해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하고 임의로 트윗을 수정·삭제하면 역사를 어떻게 기록해야 할지 일종의 ‘멘붕’ 상태다. 개인 계정에 ‘대통령기록물법(Presidential Records Act)’을 적용해 트윗 훼손을 불법으로 규정해야 하는지도 논란거리다. @realDonaldTrump가 트럼프 손에 달린 개인 계정인 이상 그가 자신의 이해에 따라 트윗을 선택해 지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5일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시대가 불완전한 기록으로 역사에 남을까 학자들이 두려워하고 있다”고 지적한 배경이다.
뉴스위크는 “이 문장을 통해 트럼프는 미국 대통령으로서 국민과 공식 소통했다”며 “철자가 틀렸든 맞았든, 공식 계정이든 아니든 이처럼 중요한 메시지를 삭제한 것은 불법”이라고 못 박았다. IT 매체인 기즈모도 또한 “오탈자를 고치는 게 별것 아닌 것처럼 여겨질지 모르지만, 그로 인해 훗날 역사는 다른 이야기를 전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조지워싱턴대의 국가안보기록보관소를 책임지는 네이트 존스 소장 역시 “대통령의 트윗은 그 안의 오타까지도 역사적으로 의미를 갖는다”고 주장했다.
뉴스위크가 거론한 법이 바로 대통령기록물법이다.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사건(공화당 닉슨 행정부가 재선을 위해 민주당 전국위원회 사무실에 도청장치를 설치한 사건)을 거짓말로 덮으려다 끝내 하야한 것을 계기로 1978년 제정됐다. 법은 ‘대통령과 부통령, 핵심 관료의 재임 중 기록은 전부 국가가 소유한다’고 규정한다. 법에 적용되는 ‘기록물’은 광범위하다. 공식·비공식적 서류, 서신, 교신, 메모, 팸플릿 등은 물론 사진·지도·영상·녹취 등 시청각 자료 등을 포괄한다. 아날로그·디지털을 포함해 어떤 형식의 기록도 다 해당된다. 예외도 있다. 기부금 모금 행사에서의 연설 등 ‘오롯이 정치적’ 목적을 가진 언행은 기록 대상에서 제외된다.
인터넷조차 없었던 시절 만들어진 법은 당연히 트위터를 적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학자들은 “디지털 형식의 교신에 해당한다”며 트위터도 엄연히 국가기록물이라고 주장한다. 더구나 트럼프의 트윗은 수시로 국가 정책을 다루고, 시장을 흔들어 긴급 뉴스를 양산하는 만큼 반드시 관리·보존돼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그렇다면 오바마 전 대통령의 트위터 관리는 어땠을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선거운동의 선구자로 온라인 정치 시대를 열었던 오바마는 취임 후엔 주로 백악관 계정(@WhiteHouse)을 사용했다. 2008년 대선 때 결성된 오바마 지원 정치기구인 ‘미국을 위한 조직(Organizing for America)’이 관리한 개인 계정(@BarackObama)은 논쟁의 여지 없는 정보 전달 등에 주로 사용됐다. 2015년 5월 대통령 공식 계정(@POTUS)을 개설한 뒤엔 이를 자신이 추진하는 정책·입법을 알리는 데 사용했다.
역사학자들, 어떻게 기록할지 고민 뉴스위크 “메시지 수정·삭제는 불법” 기록보관청, 개인 계정 대책 못 세워
오바마 개인 계정의 트윗들은 보존 의무를 적용받지 않았지만 공식 계정들은 지침에 따라 SNS 기록물로 보존됐다. 폴리티코는 “오바마 행정부는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의 트위터·페이스북·스냅챗 등 모든 SNS를 기록으로 보존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초기엔 직원들이 게시물을 하나씩 복사(copy)하고 붙여야만(paste) 했다”고 전했다. 임기 말엔 SNS 관리 스타트업 기업 ‘아카이브소셜’과 계약해 기록 보존 시스템을 마련했다. 이렇게 관리된 @POTUS 계정은 정권과 함께 트럼프에게 이양됐고, 오바마가 이 계정에서 남긴 트윗들은 @POTUS44로 이관됐다.
AP통신에 따르면 트윗 삭제 논란 이후 미 국립문서기록보관청(NARA)은 뒤늦게 트럼프의 개인 계정도 국가기록물이며 보존돼야 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그러나 트럼프가 수정하거나 삭제하는 것에 대해선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현재 트럼프가 지운 트윗들은 정치인의 삭제 트윗을 복구하는 서비스 ‘폴리트웁스(Politwoops)’에 저장되고 있다. 이 서비스를 관리하는 데렉 윌리스는 “충동에 따른 즉각적 반응이 반영됐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지운 트윗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조지워싱턴대 국가안보기록보관소의 존스 소장은 “정부가 국민에게 신뢰받기 위해선 기록을 남겨야 한다”며 “기록을 삭제하고 훼손하는 것은 정부의 기본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S BOX] 트럼프 팔로어 2400만, 팔로하는 사람은 41명뿐
「하고 싶은 말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막무가내로 쏟아내지만 듣기 싫은 말은 듣지 않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런 스타일은 그가 ‘소통의 도구’라 믿는 트위터만 봐도 대충 짐작할 수 있다. 그를 팔로하는 사람은 2400만 명이 넘지만, 그가 팔로하는 사람은 고작 41명(9일 기준)이라서다. 그와 대통령 자리를 두고 맞붙었던 힐러리 클린턴이 트위터에서 750여 명을 팔로(팔로어는 1300만 명)하고 있는 것과는 사뭇 다른 모양새다.
문제는 그 41명조차 가족과 대선 캠프 관계자 혹은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의 대표 계정, 자신을 지지하는 언론 등으로 100% 그의 우군이란 사실이다. 아내 멜라니아, 딸 이방카, 아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등 가족이 7명, 트럼프 그룹과 트럼프 골프, 트럼프 베가스 호텔 등 그룹과 그 자회사의 대표 계정이 8개다. 언론(인)으로는 일방적으로 트럼프를 두둔하고 ‘힐러리 건강 이상설’ 등을 보도했던 드러지 리포트, 그를 명사로 키운 TV쇼 ‘어프렌티스’의 프로듀서 마크 버넷 등을 팔로하고 있다.
트럼프의 ‘팔로잉 1호’는 누굴까. 그의 막후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휘두르고 있는 장녀 이방카다.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이방카의 뒤를 이어 ‘팔로잉 2호’였다. 영부인 멜라니아의 계정은 트럼프 소유의 회사 대표 계정들보다도 나중에 추가됐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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