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몬떼비데오 광장에서'/주하림

2017. 2. 11. 0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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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어 번쯤, 어쩌면 서너 번쯤 주하림 시인을 본 적이 있다.

시인들이 더러 그렇기도 하지만, 그는 악몽을 돌보는 사람 같았다.

그래서 제대로 된 악몽이라면 한 번쯤은 그에게 들렀거나 그를 알거나 그에 관해 들었을 것이다.

그 나라의 이름이 ‘사랑’이라면, 사랑이야말로 ‘악몽들의 나라’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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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일요일 아침 물에 빠져 죽고 싶다는 어린 애인의 품속에서

나는 자꾸 눈을 감았다

만국기가 펄럭이는 술집에서 나라 이름 대기 게임을 하면

가난한 나라만 떠오르고

누군가 내 팔뚝을 만지작거릴 때 이상하게 그가 동지처럼 느껴져

자주 바뀌던 애인들의 변심 무엇이어도 상관 없었다

멀리 떼 지어 가는 철새들

눈부시게 흰 아침

두어 번쯤, 어쩌면 서너 번쯤 주하림 시인을 본 적이 있다. 시인들이 더러 그렇기도 하지만, 그는 악몽을 돌보는 사람 같았다. 세상의 악몽들을 재우고 먹이느라 시인이 된 사람. 그래서 제대로 된 악몽이라면 한 번쯤은 그에게 들렀거나 그를 알거나 그에 관해 들었을 것이다. 이상한 소리 같지만, 물에 빠져 죽고 싶은 마음이 쳐 놓은 국경 안에 그들은 살고 있다. 만국기에도 끼지 못한 이상하고 가난한 나라가 이 세상에는 있는 것이다. 애인의 슬픔을 껴안고 살다가 그 슬픔으로부터 추방당하는 나라. 그 슬픔으로부터 멀어진 슬픔 때문에 외로운 모든 이들이 동지로 느껴지는 나라. 그 나라의 이름이 ‘사랑’이라면, 사랑이야말로 ‘악몽들의 나라’가 아니겠는가. 너무 가혹한 말인가? 그러나 시인은 불편한 자다. 악몽이 그를 지나가고 나면 또한 땀에 씻긴 듯 세상은 눈부시게 맑을 것이다. 이 시를 처음 읽은 아침처럼 말이다.

신용목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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