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깊이보기]7년 만에 다시 터진 그리스발 금융위기설..밑빠진 독에 물 붓기

이윤정 기자 입력 2017. 2. 10. 16:50 수정 2017. 2. 10. 17:1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밑빠진 독에 물 붓기다.” “IMF가 그리스 문제를 확대 해석하고 있다.”

그리스 재정위기 문제가 7년 만에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9일 밤(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유로존 내 19개국 재무장관들은 그리스의 채무상환 문제를 두고 국제통화기금(IMF)과 긴급회동했다. 이틀 전 IMF가 그리스 분석보고서를 통해 유럽 채권단에 그리스 부채를 탕감해 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IMF는 그리스 부채가 너무 많아 추가 구제금융을 해도 ‘밑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과 같다며 부채 탕감 없이 구제금융에 참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IMF 견해가 불필요하게 비관적”이라면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그리스 재정위기 7년 만에…디포트설 솔솔

2010년 시작된 그리스 재정위기는 7년이 지난 지금도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2001년 유로존 통화 가입 당시 국내총생산(GDP) 대비 100% 정도였던 그리스 정부의 부채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171%까지 늘어났다. 기존 약세 통화였던 자국 화폐 드라크마를 쓰지 않게 되면서 수출 경쟁력을 잃은 데다 관광업·해운업 부진, 과도한 복지정책, 탈세 문화 등 안팎에서 악재가 겹치면서다. 이후 그리스 정부는 유럽연합(EU), 유럽중앙은행(ECB), IMF 등에 총 2000억원유로 규모의 구제금융을 받았지만 결국 2015년 국가부도선언을 했다. 긴축재정에 지친 국민들은 ‘긴축 거부’를 공약한 극좌파 시리자 정권을 창출시켰다. 결국 2015년 8월 EU·ECB·IMF(트로이카)는 3차 추가금융으로 860억유로 지원에 합의했다.

2016년 기준 그리스 부채 총액은 약 3190억유로(390조원)다. 지난해보다 약 10억유로 감소한 것이지만 IMF의 전망은 밝지 않다. 2012년 트로이카 채권단으로부터 부채 일부를 경감받았을 때만 빚이 줄었을 뿐 재정 상태는 나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IMF는 그리스가 채무를 갚지 못할 것이고 결국 부채 문제가 ‘폭발’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해답은 그리스 재정 정책 변화 뿐 아니라 EU의 채무 탕감에 있다는 것이다.

8일 크리스틴 라가르드 MF 총재는 미 워싱턴 싱크탱크인 애틀랜틱카운슬 연설에서 “그리스 국민들이 긴축 정책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고소득층의 세금 부담을 더 늘리고, 빈곤층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며 그리스 정부의 재정 정책에 대한 변화를 촉구했다. IMF는 그리스의 장기 성장률이 약 1.0%에 그쳐 2030년 그리스의 부채는 GDP의 275%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뉴욕타임스도 “유로존에서 그리스의 빚을 탕감해주지 않으면 유로존이 해체될 위기에 봉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유럽 채권단은 “그리스 경제가 IMF의 전망치보다 더 나은 실적을 보여주고 있다”며 반박하고 있다. 유로존 재무장관 모임인 유로그룹의 의장 예룬 데이셸블룸 네덜란드 재무장관은 네덜란드 의회에서 “그리스 구제금융에서 IMF가 참여하지 않으면 기존 프로그램은 사라질 것”이라면서 IMF의 트로이카 잔류를 강조했다. 그러나 유로존이 그리스 부채를 추가로 경감할 계획은 없다. 유럽안정화기구(ESM)의 클라우스 레글링 총재는 10일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에서 ”그리스로부터 돈을 돌려받지 못할 것이라 여겼으면 구제금융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그리스 채무 상황을 냉철하게 바라보면 비상사태를 언급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IMF가 오는 7월 그리스 채무상환을 두고 너무 성급하게 위기설을 꺼내들었다는 것이다.

그리스는 4월 말 ECB에 14억유로를 상환해야 하고, 7월에는 41억유로를 갚아야 한다. 3차 구제금융을 받지 못하면 오는 7월 그리스는 2차 디폴트 사태를 맞게 된다. FT는 당장 그리스가 70억유로를 조달받지 못하면 국가 부도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트로이카 채권단은 그리스 3차 구제금융 조건을 둘러싸고 협상이 중단돼 자금을 묶어둔 상태다.

■“그리스, 유로존서 나가라” vs. 그리스 “구제금융에 낙관적”

그리스 채무 경감을 두고 독일을 비롯한 유럽국들은 대다수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3월 네덜란드 총선, 4~5월 프랑스 대선, 9월 독일 총선을 앞두고 각국 정치인들은 EU 회원국 세금이 그리스에 투입되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다.

아예 독일에서는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주장까지 나왔다. 8일 독일 내 친 기업 성향 정당인 자유민주당(자민당)의 크리스티안 린드너 대표는 현지 라디오방송인 도이칠란트풍크와의 인터뷰에서 “그리스는 부채를 어느 정도 탕감받을 필요가 있다”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유로존에서 이탈해야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리스가 EU에는 남되 유로존에서 나가는 ‘그렉시트’ 모델을 제안한 것이다. 그는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유로존과 합의한 개혁조치를 이행할 의지가 없다며 “그리스 정부가 전략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투자자들도 흔들리고 있다. 그리스 국채시장에서는 빠른 속도로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그리스 국채 매도가 몰리면서 그리스 2년물 국채금리는 9일 10%를 돌파했다. 2주 만에 국채금리가 4%포인트 가까이 급등하며 8개월 사이 최고치를 기록했다.

오는 20일 유럽 재무장관 회의일까지 구제금융 협상을 마무리해야 하는 그리스의 입장은 다소 낙관적이다. 조르지 카트로갈로스 그리스 유럽 담당 장관은 9일 EU 재무장관 회의 후 기자들에게 “그리스가 20일 전에 합의를 이끌어낸다는 데 낙관적”이라며 “이미 지난해 12월 유로존에 구제금융을 받기 위한 보고서를 제출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중요한 선거를 앞둔 EU 회원국들이 그리스 부채 문제를 두고 협상을 질질 끌고 싶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