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CJ·롯데 '친노계열 대기업'으로 찍힌 이유
블랙리스트 공개 파장..연극인 등 문화예술인 "광장서 공연" 강력반발
김 전 실장과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51·사법연수원 23기·구속기소) 등에 대한 공소장에 따르면 2013년 말 모철민 당시 교문수석은 유진룡 문체부 장관에게 CJ에서 제작한 영화에 대한 문체부 제작지원 등 투자를 질책했다. CJ와 롯데에 대한 대통령의 문제 제기 이후 김 전 실장이 일명 '문화계 좌파'에 대한 개선을 지적해온 데 대한 후속 조치였다.
김 전 실장은 유 전 장관에게 '보수가치'의 확산을 언급하며 "정부에 비판적 활동을 한 문화예술인들에 대한 지원을 배제하라"고 직접 지시하기도 했다.
문화계에선 CJ가 자사 케이블방송 채널에서 박 대통령을 풍자하는 코미디 프로그램을 방영하고, 대선 당시 문재인 민주당 후보가 관람 후 눈물을 흘린 영화 '광해'를 배급한 것 등으로 현 정권의 미움을 샀다는 얘기가 돌았다. 유 전 장관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CJ 계열사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부림사건'을 다룬 영화 '변호인'에 투자한 것에 청와대가 매우 불편해하는 기류가 있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롯데는 구체적인 이유가 알려지지 않았지만 국내 영화계를 좌우하는 큰손인 만큼 정부가 CJ와 함께 본보기로 겨냥했다는 해석이 일반적이다.
한편 김 전 실장은 2013년 12월 20일께 수석비서관들에게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하면서 "공직자는 자유민주주의 헌법 가치를 수호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소장에 따르면 그는 "반정부·반국가적인 성향의 단체들이 좌파들의 온상이 돼서 종북세력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한 성향의 단체들에 현 정부가 지원하는 실태를 전수조사하고 그에 대한 조치를 마련하라"고 지시하며 이같이 말했다.
특검팀은 블랙리스트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바에 따라 문화 다양성을 기반으로 문화 예술 활동이 불편부당하게 수행되도록 국민에게 봉사해야 한다'는 헌법 7조 등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박 대통령을 조사할 예정이다. 또 교문수석실은 2014년 2월 18일께 한 인터넷 매체에 '반미·반대한민국 내용 서적들, 우수 교양도서로 선정돼 대량 유통'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게재된 것에 대해 김 전 실장이 격노했다는 사실을 문체부에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60·구속기소)은 그해 10월 21일께 김 전 실장의 공관을 찾아가 '건전 문화예술 생태계 진흥 및 지원 방안'을 대면보고했고, 김 전 실장은 기뻐하면서 내용대로 추진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 조사 결과 이 같은 청와대 지시에 문체부나 산하기관들이 곤란을 겪었다. 실제 문체부와 예술위는 블랙리스트 당사자들에게 문예기금을 지원하지 않을 경우 사회적 파장이나 심각한 논란이 일 것을 우려했다. 이 때문에 정부정책에 동조한 전력, 여권 인물에 대한 지지 경력도 있는 사람들에 대해선 관련 설명자료를 작성해 청와대에 양해를 요청하기도 했다. 결국 김 전 장관과 이병기 전 비서실장 등이 협의한 끝에 2015년 7월 청와대에서 하달된 18명을 심사과정에서 배제했다. 또 김 전 실장은 2014년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를 상영한 동성아트홀에 대해 영화진흥위원회 지원을 배제하도록 지시했다. 영진위는 동성아트홀만 지원 대상에서 배제하면 영화계 등이 심하게 반발할 것을 우려해 해당 영화관만 배제할 수 있도록 심사 기준을 급조했다.
한편 이날 매일경제신문이 공개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374건과 관련해 파장이 일고 있다.
특검팀 조사 결과 블랙리스트에 포함된 것으로 확인된 황현산 문학평론가는 본지와 통화하면서 "순수예술을 지향하는 젊은 작가들에게는 지원이 필수적이다. 이런 리스트가 돌아다니면 창작력 자체가 고갈된다"고 꼬집었다.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예술인 461명은 지난 9일 정부를 상대로 집단 소송을 낸 데 이어 국내 영화인들은 '다이빙벨' 배급사인 '시네마달' 살리기에 나섰다. 블랙리스트 파문으로 무대를 잃었던 연극인들은 지난달 16일 광화문광장에 '블랙텐트'를 열었다. '광장극장 블랙텐트'의 극장장인 이해성 연출은 "블랙텐트는 박근혜 대통령 퇴진 시까지 계속 공연으로 맞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 김시균 기자 / 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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