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훅!뉴스] 3조원대 ODA, 어쩌다 최순실 노리개됐나

CBS노컷뉴스 권민철 기자 2017. 2. 10.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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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DA(공적개발원조) 사업이 최순실 먹잇감으로 전락한 이유

-올해만 ODA 예산 2조 7000억 원
-후진국서 집행, 뇌물 결탁가능성
-집행내역 깜깜, 25개 항목 미공개
-42개 기관 1300개 사업, 중복많아
-형식상의 컨트롤타워, 서면회의 끝
-최순실, 노출 적은 ODA 노린 듯
-삼성돈과 달리 국민세금, 더 악질적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민철 CBS 기자

◇ 김현정> 김현정의 뉴스쇼 금요일의 코너, 뉴스의 이면을 훅 파고듭니다. 훅뉴스 시간, 권민철 기자 나와 있습니다. 권 기자, 훅뉴스 오늘은 어떤 문제 다뤄볼까요?

◆ 권민철> 오늘 아이템은 저희 '김현정의 뉴스쇼'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공모를 받은 건데요. 의뢰해 주신 서울 김성건 씨의 목소리 직접 들어보죠.

"최순실이 미얀마 대사도 검증되지 않은 자기사람으로 바꿨다고 들었고요, K타운 사업에도 관여했다는 기사도 봤는데, K타운 관련된 ODA 사업이 정확히 무엇이고, 최순실이 그것을 통해 어떤 이득을 본 것인지 궁금합니다."

◇ 김현정> 최순실이 이런저런 ODA 사업에 개입했다는 뉴스 많았는데, ODA 사업이 뭐냐? 또 그걸 통해 최순실이 어떤 이권을 챙겼냐? 이거군요.

◆ 권민철> ODA(공적개발원조)라는 말 자체가 생소한 분 계실 텐데, 개발도상국 원조사업으로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그 동안 최순실 게이트 진행과정 보면서 눈먼 돈이 참 많다 이런 생각 많이들 하셨을 건데요. 대기업 돈도, 정부 예산도 최순실 주머니로 들어간 게 많았죠. 오늘은 ODA 사업이 어떻게 최순실 먹잇감이 됐는지, 그 이면을 들여다보겠습니다.

◇ 김현정> 최순실이 ODA 예산을 먹잇감으로 노렸다. 사업 예산이 얼마나 되나요?

◆ 권민철> 올해 2조 7000억 원이나 됩니다.

◇ 김현정> 상당히 많네요?

◆ 권민철> 작년보다 3000억 원 늘어난 액수입니다. 이 돈이 전세계 61개 후진국에 뿌려지고 있습니다. ODA 사업은 크게 유상 원조, 무상 원조 2가지가 있습니다. 유상 원조는 나중에 돌려받는 차관이고 무상원조는 말 그대로 공짜로 주는 겁니다. 외교부 산하 코이카(한국국제협력단)가 무상원조의 대부분을 하고, 다른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이 하기도 합니다.

◇ 김현정> 중앙, 지방정부, 공공기관 다 통털어서 개도국에 주는 예산 총액이 2조 7000억 원이라는 거죠?

◆ 권민철> 우리나라도 과거에 원조를 받은 나라였기 때문에 이 돈을 잘만 쓰면 많다고 해서 문제가 될 건 없을 겁니다. 하지만 제가 취재를 해 보니까 그렇지 않은 거 같습니다. 한마디로 주인 없는 돈이라는 생각이 컸는데. 그래서 최순실이 이 돈을 노렸을 거고, 그 결과 이 문제로도 지금 특검의 수사를 받고 있는 겁니다.

◇ 김현정> 방금 방금 주인 없는 돈이라고 표현했는데, 대체 어떻게 쓰여 지고 있더가요?

르완다 냐마가베의 ‘농업 및 동물자원개발사업’ 현장. 농어촌공사가 양계장을 지어줬지만 지난해 여름 현재 텅 빈 채로 방치돼 있다. (사진=김은파 씨 제공)
◆ 권민철> 박근혜 정부 들어 가장 비판이 많았던 ODA사업이 바로 새마을운동 사업입니다. 이 사업으로 박근혜 대통령 취임이후(13~17년) 모두 2062억 원이 지출됐습니다. 여러 형태로요. 아프리카 르완다에 지원한 '농업·동물자원개발사업'을 예로 보죠. 농어촌공사가 이 나라 농촌에 양계장이나 양어장 등을 지어줬는데 그런데 지난해 현지를 다녀온 분 이야기로는 이들 시설이 모두 비어있다고 합니다. 김은파 씨의 말 들어보죠.

"양계장 지을 때 날씨가 덥고 그런데 환기 환풍이 안돼서 닭들이 병에 걸려서 죽어서 전혀 없는 상태였고, 양어장도 보가 망가졌는데, 망가진 부분을 제대로 고치지 못해서 물이 비어있는 보도 몇 개 있었고 그런 상황이었어요."

◇ 김현정> 겉모양이 있는데 내실이 없다는 거군요. 결국 이 사업에 들어간 돈은 사실상 낭비한 거라고 봐야겠네요?

◆ 권민철> 이런 낭비 사례는 널리고 널려있습니다. 아프리카 이어서 이번엔 캄보디아로 가보죠. 캄보디아엔 우리가 건설한 도로나 병원들이 많다고 합니다. 그런데 여기도 가보면 대부분 놀고 있다고 하는데요. 재작년 현지를 점검하고 온 최윤정씨의 이야기입니다.

"앙코르와트 우회도로 건설했는데 막상 가보니 활용도 낮고 먼지 날리고 그런 걸 봤어요. 의료시설도 지어줬는데 가보면 텅 비어있어요. 활용할 방법 없는 거예요 현지인들이. 그 의사분이 그러시데요. 장비를 쓸 줄 몰라 못 쓰고 있다고."

캄보디아 시엠립의 과적차량 검문소. 코이카가 건립한 것이지만 잦은 고장에 한국산 부품으로 수리해야 하는 문제로 말썽을 빚고 있다. (사진=최윤정 씨 제공)
◆ 권민철> 앙코르와트 하면 유명한 문화유적지죠. 이 곳의 흔들림을 막기 위해 우회도로 건설해 줬는데, 원래 도로는 쓰고 이 도로는 쓰고 있지 않은 겁니다.

◇ 김현정> 도로 놓을 때는 보통 사전 수요조사를 하지 않나요?

◆ 권민철> 뒤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만, 막무가내로 건설한 때문일 겁니다.

◇ 김현정> 의료 장비도 깔아줬는데, 쓸 줄 몰라 놀리고 있고?

◆ 권민철> 네.

◇ 김현정> 그런데 아까 인터뷰한 분도 그렇고, 이분도 그렇고 뭐하는 분들이길래 현지를 점검하고 온 거죠?

◆ 권민철> ODA사업이 별다른 감시를 받지 않다보니, 이렇게 시민들이 공익목적의 감시사업을 벌여오고 있습니다.

◇ 김현정> 이 돈도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된 예산인데, 집행에 대한 감시가 안되니까 자발적으로 나선 거에요?

◆ 권민철> 바로 그겁니다. 감시가 제대로 안되고 있는 문제입니다. ODA 예산이 허투루 쓰여 지고 있는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이 돈이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지출되고 있는데다가, 관련 지출 정보도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고 있습니다. ODA사업 감시 전문 시민단체 '발전대안 피다'(ODA watch의 전신)의 한재광 대표의 이야기입니다.

"어디 어떻게 썼는지를. 사실은 국내에 쓰는거는 홈페이지에 들어가도 알 수 있고 많이 알 수 있는데, 해외에 쓰기 때문에 가지 않으면 모르고, 믿고 하는 거죠. 근데 그럼 이거를 정부가 어디 썼는지 잘 게시를 하거나 알려야하는데 하지 않았죠. 작년에 처음 게시를 했는데요, 38개의 공개항목이 있습니다. 그 중에 기본 항목이 13갠데요, 그것만 공개를 했습니다."

◇ 김현정> 지출에 대한 감시가 안되면 사전에 예산 할당할 때 누가 통제하지도 않나요?

◆ 권민철> 그 게 ODA사업의 고질적인 문제입니다. 올해 ODA 사업에 참여한 곳이 모두 42개 기관입니다. 이들이 하는 원조사업만 1295개나 됩니다. 그러다보니 중복사업도 많습니다.

◇ 김현정> 1300개나 되는 사업을 컨트롤하는 곳이 없다는 게 말이 되나요?

◆ 권민철> 있기는 있습니다. 원조사업의 중복(분절)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총리실 산하에 '국제개발협력위원회'가 꾸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한성대 이태주 교수의 설명입니다.

"일년에 그냥 서너번 서면 회의하고, 일년에 한번 얼굴이나 보고, 형식적으로 다 정부가 하는 일 그냥 박수치는 그런 위원회로 전락이 되니까. 실제 정부 입맛에 맞는대로 그냥 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이 3조원을 제대로 투명하게 관리하고, 계획을 하고 집행하고 모니터하고 평가할 수 있는 이런 범정부적인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거죠. 모든 부처가 자기 부처 입맛대로 나눠서 쓸 수밖에 없는 그런 구조가 되는 거죠."

◇ 김현정> 정말로 눈먼 돈이군요. 최순실도 이게 눈먼 돈이라는 걸 잘 알고 있어서 노렸던 거네요?

◆ 권민철> 그렇다고 봐야겠죠. 일반인은 잘 모르는 ODA의 생리, 취약점 등을 잘 알고 있었을 겁니다. 게다가 노출도 잘 되지 않고. 따라서 이 돈을 집행하는 쪽만 잘 구워삶으면 얼마든지 빼 먹을 수 있다고 봤겠죠. 그래서 코이카 이사장도 최순실이 자기 사람으로 교체했다는 의혹도 일고 있습니다.

◇ 김현정> 아까 무상원조사업의 대부분을 담당중이라는 그 국제협력재단?

◆ 권민철> 올해만 ODA예산 8493억 원을 코이카가 집행합니다. 그런데 작년에 이사장이 교체됐는데, 원래는 임기가 다 돼 중임하기로 돼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예고없이 경질됐습니다. 얼마나 갑자기 됐냐면요. 르완다 대통령을 만나러 출장길에 올랐다가 해고통보를 받았다고 합니다.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의 이야기 들어보죠.

"르완다 대통령이 중요한 사람이죠. 아프리카에서, 그래서 인천공항 가는 길에 경질 통보를 받았데요. 그래서 그 미팅을 몇 일 안 남겨놓고 취소를 한 거죠."

◇ 김현정> 황당하네요?

◆ 권민철> 더 황당한 것은 후임자 공모과정이기도 합니다.

◇ 김현정> 어땠길래요?

◆ 권민철> 공모 과정에서 특정인이 이사장에 내정됐다는 설이 파다했다고 합니다. 이런 말이 심지어 경쟁 후보자에게 들어갈 정도였습니다. 한 후보자의 이야기입니다.

후보자: 그 때 들은 이야기는 코트라 출신이 내정됐다, 그런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5월 5일 전이었던 거 같아요.
기자: 소문 돈 게?
후보자: 소문 돈 게 그 전날(4일) 아침이었고 오후에 공모가 나서 나에게 연락이 와서, 그래서 내가 공모를 했던 거죠.

◇ 김현정> 코트라 출신이 후임 이사장으로 내정됐다는 소리가 파다했다? 그래서 그 결과는요?

◆ 권민철> 소문대로 코트라 출신 현 김인식 이사장이 임명이 됐습니다. 알고 보니 이 사람은 최순실 독일 인맥이었습니다.

◇ 김현정> 최순실이 미얀마 대사로 심은 유재경 대사도 최순실 독일 인맥이라고 했죠?

◆ 권민철> 맞습니다. 최순실이 독일에 살던 시절에 함께 있었던 공통점이 있는 사람들이입니다.

◇ 김현정> 최순실이 ODA 사업에 개입하는데 장애물이 될 만한 것을 없애고 인적 인프라를 깔아 놓은 거네요?

◆ 권민철> 그렇습니다.

◇ 김현정> 최순실이 ODA 사업에서 취득한 돈이 얼마나 되나요?

◆ 권민철> 규모가 큰 게 미얀마 K타운 건설사업이었는데, 특검은 이 사업에서 최순실이 10억원 정도의 사익을 취한 걸로 보고 있습니다. 다행히 최순실 게이트 터지면서 이 사업이 중단됐기 때문에 이 정도에서 그친 걸로 보입니다. 이 사업의 예산만 760억원이었기 때문에 중단되지 않았다면 이 가운데 상당액을 가로채갔을 걸로 보이고요.

◇ 김현정> 만약 계속 진행했다면 어떤 방식으로 돈을 빼먹었을까요?

◆ 권민철> 모든 단계가 이권입니다. 건축입찰 단계, 물품 조달단계, 건축 후 프로그램 유치, 소프트웨어 구축, 시설운영, 국제회의 유치 등 원하는 과정에는 모두 개입했겠죠. 관련 회사 지분에 참여하는 수법이 이번에 밝혀졌고요. 심지어는 사전 기획단계부터 이권에 개입하기도 하는데 이런 기획을 ‘쿠킹’이라고 합니다.

◇ 김현정> 쿠킹? 요리할 때의 cooking?

◆ 권민철> 그 쪽 세계 은어라고 하는데, ODA 사업이 될 만한 아이템을 만들어내는 걸 말합니다. 다시 이태주 교수 설명 들어보죠.

"중간에 브로커역할을 하는 사람도 있고. 그래서 사전에 사업을 만들고 찍어놓고, 업자까지도 내정이 되고, 가장 잘할 사람이 해야하는데. 듣도 보도 못한 업자에게 사전에 이런 사업을 맡기는, 내정하는 이런 게 부패의 고리인거죠."

◇ 김현정> '쿠킹'이 부패의 고리가 시작되는 단계인 거네요?

◆ 권민철> 이게 가능한 게 ODA 상대국이 후진국이라 뇌물, 비정상적 거래가 가능한 곳이기 때문일 겁니다. 최순실 게이트로 드러난 아프리카 '코리아에이드' 사업도 이런 식으로 사전에 쿠킹이 된 것입니다. 한 장짜리 기획안으로 정부를 움직였는데, 그 결과 올해 ODA 예산이 마감이 됐는데 그 사이에 끼어들어 코리아에이드 예산이 잡히기도 했습니다.

◇ 김현정> 이게 대통령 관심사안이니까 그대로 시행이 된 측면도 있는 거죠.

◆ 권민철> ODA 사업이 근본적으로 해외원조사업에 대한 철학 없이 일회성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권력자의 의중에 맞춰서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요. 대통령에게 잘 보이려고 진행하기도 하고. 새마을운동 ODA가 딱 그 경우입니다.

◇ 김현정> 오늘 최순실의 먹잇감으로 전락한 ODA 사업 이야기 해봤는데, 사실 ODA 예산을 노린 것은 대기업 돈을 빼앗아 간 것과는 차원이 다른 거죠?

◆ 권민철> 그렇지. 미르재단과 정유라에 들어간 삼성 돈은 사기업의 돈이지만, ODA 예산은 국민들이 낸 세금이니까, 성격이 완전히 다른 거지. 더욱이 과거 우리가 못살던 때 선진국에 졌던 빚을 우리보다 못하는 나라에게 그대로 되갚으려는 과정에 개입해 돈을 가로 챈 행위니까 더 악질적이지. 후진국의 미래를 저당 잡은 거니까요.

◇ 김현정> 최순실 게이트가 우리 사회 여러 고질적인 병폐를 고치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는 말씀 드리면서, 오늘 훅뉴스 권민철 기자 수고했습니다.

▲취재도움 : 오윤재(중앙대 영문과4)

[CBS노컷뉴스 권민철 기자] twinpin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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