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가 '외식=쪽박', 치킨집 이어 고깃집도 비상(종합)

오현길 2017. 2. 10.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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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친데덮쳤다"…삼중고 빠진 외식업, 매출 30~50%↓
AI 주춤하니 이번에는 '구제역'…앞이 안보인다
외식산업 경기전망지수, 갈수록 하락…올 1분기 더 캄캄해

여의도 인근의 한 일식점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매출이 급감하기 시작해 직원 중 일부를 내보냈다.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오주연 기자]"작년에 직원 4명을 내보냈는데 추가로 더 자르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지금도 직원 중에 누가 자발적으로 나간다고 하면 오히려 고마울 정도예요. 장사가 안되니까 인력이 그만큼 필요없지."

여의도서 23년간 고깃집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본래 직원 12명을 두고 있었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행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이후 직원을 3분의1로 내보냈다. 수년째 불경기라고 해도 여의도라는 특수성 때문에 매출은 꾸준히 유지돼왔다. 그러나 뜻하지 않게 직격탄을 맞은 것은 청탁금지법 시행이었다.

A씨는 "청탁금지법 이후 1만9900원, 2만5900원, 2만9900원짜리 메뉴를 내놨는데 3만원이라는 가격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10명 중 9명은 1만9900원짜리만 찾고 있다"며 "땅값 비싼 여의도서 무한리필까지 하는데 매출은 30% 줄었다"고 말했다.

경기불황과 청탁금지법 시행,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 후 계란을 비롯한 식재료값 전반적인 물가인상 등의 영향으로 국내 외식업 침체가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외식경기 침체는 올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여, 당분간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10일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발표한 '2016년 4분기 외식산업 경기전망지수'에 따르면 현재경기지수는 65.04로 전분기 67.51 대비 더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식, 일식뿐만 아니라 구내식당, 치킨, 제과점, 분식 등 전반적으로 모두 침체됐다.

주요 업종별 지수를 살펴보면 구내식당업(74.23→69.46), 치킨전문점(66.00→60.26), 제과업(69.29→64.90), 분식 및 김밥 전문점(68.53→62.76) 등 업종의 경기위축 정도가 상대적으로 가장 컸다. 이 외에 한식(65.13), 일식(72.99), 기타 외국식(90.74) 등 모든 업종이 전분기 대비 매출이 감소했다.

손님들의 발길이 끊긴 식당. 사진=아시아경제 DB


문제는 올 1분기 경기전망도 63.59로 나타나, 앞으로도 외식업 경기 침체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됐다는 점이다. 올 경기 전망 부분에서는 출장음식서비스업(59.51), 치킨전문점(58.54)의 전망이 가장 낮게 나타났다. 기타 외국식(79.17)도 전망이 어두울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외식업체들의 충격은 심각한 수준이다. 청탁금지법에 고급 고기전문점뿐만 아니라 한식, 일식, 중식 등 객단가가 높았던 외식업종들의 타격도 예상보다 크다. 더욱이 AI가 터진 이후 관련 외식업체들까지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이다.

오리전문점을 운영하는 B씨는 지난해 연말 매출이 전년대비 50%가까이 줄었다. AI에 대한 막연한 불안심리가 가뜩이나 불경기로 줄어든 매출에 직격탄을 날렸기 때문이다. 연말 대목을 놓친 이후 1월부터는 비수기에 속해 한번 줄어든 매출은 아직까지 회복되지 않고 있다.

B씨는 "경기 탓에 지난해 10월까지만해도 매출이 전달대비 20%정도 줄었는데 11월부터는 AI 이슈가 크게 터지면서 추가로 20% 더 빠졌다"며 "작년과 비교해서는 딱 절반 줄었다고 보면 된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는 "AI가 주춤하니 이번에는 구제역 때문에 난리인데 육회 파는 한우전문점들이 다음 타깃이 될 것 같다"고 혀를 찼다.

여의도의 한 중화요리전문점 C 사장은 "경기불황에 청탁금지법, 어지러운 시국까지 겹치며 모임 자체가 줄다보니 상차림을 할 일도 많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곳에서 수년간 일하면서 손님이 이렇게 없었던 적은 또 드물었다"며 "점심에 오는 손님들도 단가가 높은 게 아닌 그야말로 자장면, 짬뽕, 탕수육 등 가격대가 가장 낮은 단품메뉴를 시키는 이들 뿐"이라고 말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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