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탄핵 반대 집회' 박 대통령 측 지시받고 있나..커지는 의혹

유희곤 기자 2017. 2. 9.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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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자유총연맹 ‘3·1절 태극기집회’ 10만명 동원 계획
ㆍ일부 지부 “일당 안 줘도 버스 한 대당 200만원”
ㆍ공문에 인원수 적시 처음…“5000명도 못 모아”

지난 7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앞에서 열린 ‘오직 정의와 진실이 이길 수 있도록 선동과 왜곡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대집회’에서 보수단체 회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한국자유총연맹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로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보수단체의 3·1절 서울 광화문 집회에 10만명이라는 대규모 인력을 동원하기로 하면서 정부 예산 지원을 받는 관변단체가 정치적 중립을 어기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경재 자유총연맹 총재(74)가 청와대 등의 요구를 받고 조직을 박 대통령 탄핵 무효 운동에 동원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자유총연맹 내부에서도 박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대규모 인원을 동원하는 것 자체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할뿐더러 정권이 바뀌면 조직의 존립마저 위태로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9일 자유총연맹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다음달 1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는 자유총연맹, 기독교총연합회, 어버이연합 등이 참여하는 구국기도회가 열린다. 자유총연맹 본부는 전국 지부에서 총 10만명을 동원한다는 공문을 보낸 상태다.

그러나 일부 지부는 ‘10만명 동원’ 소식을 전해듣고 “무슨 돈으로 사람을 끌어모으라는 거냐”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한 지역 지부 관계자는 “참가자 일당은 못 주더라도 버스 한 대(40명)당 교통비에 식사비 포함, 기본 200만원은 들 테고 술 한잔까지 하면 돈이 더 필요한데 그 돈을 어디서 마련해야 하냐”고 말했다. 또 다른 지역 지부 관계자는 “우리 지방자치단체장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인데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조직이 동원된 게 알려지면 지자체 지원은 당장 끊어질 것”이라며 “이러다 자유총연맹이 아예 사라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자유총연맹 본부의 전 관계자에 따르면 연맹이 외부에 밝힌 회원 수는 약 350만명이지만 실제 전산 관리되는 인원은 80만명, 연맹 사업 및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인원은 30만명 수준이다. 그는 “자유총연맹이 아무리 보수단체라 해도 박 대통령 탄핵 반대에 찬성하는 회원은 많지 않다”면서 “10만명은커녕 5000명도 모이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계속되고 있는 박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가 보수 가치보다는 박 대통령 ‘개인’을 지키기 위해 동원되고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또 다른 자유총연맹 전 관계자는 “자유총연맹 정관상 ‘자유민주주의를 발전시키고 평화통일을 추구’하기 위해 설립됐다”면서 “민주주의를 무너뜨려서 국민 80%가 박 대통령 탄핵을 찬성하고 있는 상황에서 ‘박근혜 구하기’에 나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김 총재가 탄핵을 막으려는 박 대통령 측의 요구에 따라 움직이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앞서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78)은 청와대 정무수석실에 정권 초기 친정부 단체를 지원하라고 지시했고, 지원을 받은 단체들이 현재 박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하고 있는 게 드러났다.

자유총연맹 본부 관계자는 이날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구국기도회 행사는 애국단체총연합회가 주관하는 행사이고 주제는 참여 단체들의 여러 의견이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와 새누리당 요청에 따라 참여하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는 “지금 이 상황에서 그럴 수가 있겠냐”면서 “지난해에도 참여한 행사라 올해도 참여하는 것이고 김 총재의 탄핵 반대 행사 참석과 자유총연맹의 구국기도회 참여는 별개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자유총연맹 전 관계자는 “과거에도 행사나 집회가 있을 때 간혹 지부에 공문이 내려간 적은 있지만 이번 처럼 구체적으로 10만명이라는 동원 목표를 적시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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