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영웅' 이지훈, 고정관념을 깨고 계단을 오르며 [인터뷰]

황서연 기자 2017. 2. 9.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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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영웅, 이지훈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이지훈은 인터뷰 사진을 촬영하는 도중에도 계속해 뮤지컬 '영웅'의 가사를 중얼거렸다. 이유를 묻자 "누군가 툭 치면 바로 노래가 나올 수 있도록 연습 중"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데뷔 21년 차, 뮤지컬 배우로서 무대에 선 지도 어언 10년이 흘렀지만 무대를 앞둔 마음만큼은 여전히 초심인 이지훈을 만났다.

이지훈이 출연 중인 뮤지컬 '영웅'(연출 윤호진)은 안중근 의사의 생애 마지막 1년의 이야기를 그리며 그의 의거를 다룬 작품이다. 지난 2009년 초연을 시작으로 관객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창작 뮤지컬로, 이지훈은 안재욱 정성화 양준모와 함께 주인공 안중근 역을 맡아 연기 변신에 나섰다.

이지훈은 지난 2006년 뮤지컬 '알타보이즈를 통해 뮤지컬에 도전한 이래 10년 동안 꾸준히 무대에서 연기를 펼쳐왔다. 가수 출신 뮤지컬 배우라는 선입견을 깨며 무대 위에서 호평을 받아왔다.

그간 그를 대표하는 작품들에 가요 창법이 잘 어울리는 노래, 귀족적인 이미지가 맞아 떨어지는 캐릭터가 많았다. 하지만 '영웅'의 안중근은 그간의 이미지와는 180도 다른 캐릭터다. 중후한 성악 발성, 또는 압도적인 성량을 이용해 비장한 분위기를 내야하기에, 이지훈의 캐스팅 소식이 처음 알려졌을 때 주위의 시선에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해 있었다. 자신조차도 '영웅'이라는 작품을 '새로운 도전'이라고 부를 정도였다.

"'영웅'이 몇 년 간 공연을 거치면서 정형화된 이미지를 가지게 됐잖아요. 연출님도 저를 통해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으셨던 것 같아요. 안중근이 지닌 묵직한 무게감에 치중하기보다는 다소 소년 같은, 여리면서도 모성애를 자극하는 청년 같은 안중근을 보여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쉽지는 않았지만 연습을 거치며 희망을 찾았죠."

이를 위해 이지훈은 기존 '영웅' 공연에서 봐왔던 무게감 넘치는 안중근의 잔상을 떨치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처음에는 그간 정형화된 이미지가 있으니까, 나도 묵직하고 차분한 캐릭터를 연기를 하려 했다"는 그는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때 주위에서 내가 가진 것들을 바탕으로 캐릭터를 표현해 보라는 조언을 받았고, 자연스레 새로운 안중근을 찾아가는 과정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이지훈은 기존의 안중근과의 차별점을 꾀하려던 중 찾아낸 해결책은 '동질감'이었다고 말했다. "'아, 저 젊은 나이에 어머니를 두고 죽어야 하는 마음이 어떨까?'라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관객들이 안중근의 마음에 동질감을 느끼게 하고 싶었고, 이런 방향이라면 내가 표현하려는 안중근에게도 가능성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캐릭터의 방향성을 잡고 나자 새로운 목소리를 찾아내야 한다는 과제가 주어졌다고. 이지훈은 중저음의 목소리가 주를 이루는 넘버에 맞춰 기존에 받고 있던 노래 레슨에 더욱 집중했고, 그 결과 종전과는 다른 깊은 소리를 찾아가는 과정을 겪고 있다고 했다.

"'모차르트!'까지만 해도 등장하는 분량이 너무 많아 힘들기는 했지만, 그래도 제 기존 음역대를 바탕으로 노래할 수 있어서 어려움이 덜했어요. 그런데 '영웅'은 너무 저음이니까, 제가 주위를 압도하는 소리를 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조금이라도 젊고 힘이 있을 때 도전을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어차피 거쳐가야 하는 길이라면 뚫고 나가는 게 맞다는 생각이었죠."

지난 2006년 뮤지컬 '알타보이즈'를 통해 뮤지컬 배우로서의 삶을 산 지 10년, 이지훈은 "노래도 계단 식으로 느는 것 같다"며 "계속 노력을 해도 평지를 가는 것 같은 시간들이 이어지다가 어떤 작품을 만나면 그걸 계기 삼아 실력이 껑충 뛴다"고 말했다. 사이코패스 암살자 루케니 역할로 연기 변신을 꾀한 '엘리자벳', 지난해 여름 모차르트 역을 맡아 대극장 주연으로 우뚝 섰던 '모차르트!' 등의 작품이 그런 '계단'이 되는 작품들이었다고.

"루케니 때도 그랬어요. 별명이 '왜케니'였잖아요. '왜? 케니?', 이지훈이 어떻게 루케니 역할을 소화할 수 있느냐는 의문이 담긴 별명이었죠. 그럴 때가 있는 것 같아요. 나는 분명히 정진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사람들 눈에는 오히려 후퇴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고, 반대로 저는 만족하지 못하는데 주위에서는 칭찬이 오고 갈 때도 있는 거고. 그럴 때는 꼭 계단을 오르는 것 같아요."

기왕 계단을 올라가는 김에 조금 더 욕심을 내보겠다는 이지훈이다. '영웅'에 도전하는 지금 이 순간들이 배우로서 자신을 깎아내며 배역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면, "위험이 될 수는 있어도 기꺼이 감당해야 할 일"이라는 것. 안중근을 통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이를 바탕으로 역할의 스펙트럼을 넓힌다면 더욱 바랄 것이 없다는 그다. "끊임없이 나 자신을 깨고 싶다. 무섭다고 자리에 안주하고 그러면 재미없지 않느냐"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낭랑 18세, 솔로 가수로 화려하게 연예계에 데뷔한 이지훈은 지난해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감회를 묻자 "20년쯤 지났으면 한 분야의 장인 수준이 돼있어야 하는데, 가수로 시작해 드라마, 뮤지컬 등 여러 분야에 발을 걸치고 있다 보니 여전히 정체성이 확고하지 않은 것 같다"는 겸손한 대답이 돌아왔다.

이지훈은 "농담처럼 '가늘고 길게 살고 싶다'는 이야기를 자주 하는데, 인생도 그렇다. 어느 한 부분에서 정점을 찍는 모습은 보여드릴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지훈이라는 이름에 '다양한 길을 잘 걷고 있는 사람'이라는 수식어만 붙어도 나로서는 만족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만족스러운 미래를 위해 '영웅'에 최선을 다하고, 지금까지 거쳐온 과정들이 뮤지컬 배우 이지훈의 앞길로 이어지는 끈이 됐으면 좋겠다는 당찬 다짐도 덧붙였다.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송선미 기자]

영웅|이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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