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 원전 수명연장 취소, 가동 중단 때 영향 얼마나

고재만 2017. 2. 9.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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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 원전 1호기. /사진=사진공동취재단
[경제정책 뒤집어보기-97] 지난 7일 서울행정법원이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의 월성 원전 1호기 수명 연장 결정을 취소하라고 판결하면서 국내 원전 운영에 변화가 예상된다. 수명 연장은 처음 허가를 내줄 때 30~40년 동안 가동을 끝낸 원전에 대해 10년간 추가 가동하도록 하는 조치다.

 원전을 운영하는 한국수력원자력은 저렴한 전기 공급을 위해 원전의 수명 연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이번 법원 결정으로 원전의 안전성 기준이 크게 강화되면서 향후 노후 원전의 수명 연장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법원은 절차상 문제를 들어 수명 연장에 반대하는 주민과 환경단체 손을 들어줬다. 원안위가 수명 연장 심의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법원은 원자력안전법령상 규정돼 있는 첫 원전 허가와 수명 연장 때 허가사항을 비교하는 서류가 빠져 있고, 허가사항을 원안위 과장이 전결로 처리하는 등 적절한 심의·의결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월성 1호기와 고리 1호기는 수명 연장을 10년으로 제한했지만 미국과 캐나다는 20~30년간 수명 연장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사회 및 환경단체 등과 큰 갈등을 빚지 않는다. 재가동 심의를 철저히 하고 안전성이 검증된다면 10년이 아니라 20~30년까지도 가동해도 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원자력 안전 규제가 엄격하다.

 반면 원안위는 이번 판결로 원자력 규제기관으로서 신뢰 추락이 불가피하다.

 현재 국내에서는 총 25기의 원전이 가동되고 있다. 월성 1~4호기와 고리 1호기는 30년 수명으로 설계됐고, 나머지는 대부분 40년 수명으로 설계·운영되고 있다. 국내 최초 원전인 고리 1호기(1978년 4월 가동)는 2007년 30년 수명을 다한 뒤 10년간 연장됐고, 올해 6월 영구 페쇄된다. 두 번째로 오래된 월성 1호기는 2012년 가동을 중단한 뒤 2015년 2월 원안위가 2022년까지 수명 연장을 결정했지만 이번 판결로 뒤집어질 운명에 처했다.

 이번 판결에서는 월성 2호기에 적용된 안전기술이 1호기에는 적용되지 않았다는 기술상 문제도 지적됐다. 캔두형 원전은 사고 발생 시 방사능 물질의 원자로 건물 밖 누출을 줄여주는 최신 기술 기준(R7)을 적용해 안전성을 평가해야 하는데 월성 1호기는 이 기준의 적용이나 설비시설 정비가 누락된 채 수명 연장이 결정됐다.

 원안위는 항소를 준비하고 있다. 원안위는 원자력안전법령에 따라 연장 여부를 수년 동안 심의한 후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의결했고, 기술적인 사항은 원자력안전기술원이 심사한 결과를 반영한 것이라 허가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법원이 취소 판결을 내린 가장 큰 이유가 절차적 하자인 만큼 충분히 뒤집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원안위 관계자는 "현재 판결문을 분석하고 있다"며 "분석이 끝나는 대로 항소를 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상태"라고 말했다.

 월성 1호기 수명 연장 취소 판결이 났지만 당장 가동이 중단되지는 않는다. 법원이 최종적으로 중단 판결을 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월성 1호기 설비교체 등 계속 운전 투자비는 7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만약 월성 1호기 가동이 중단돼 향후 발전을 하지 못하면 약 1조7000억원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이 월성 1호기 가동을 중단하라고 판결하면 2조4000억원 이상 손실이 발생하는 셈이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는 "월성 1호기가 가동을 중단해도 전력 수급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월성 1호기 발전용량은 67만9000㎾로, 국내 원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100만㎾급 경수로보다 작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원안위의 입장이 바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반(反)원전'을 주장하는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정치적인 입장에 따라 원안위가 흔들릴 것이란 전망이 많다. 그럴 경우 2023년 수명이 끝나는 고리 2호기, 고리 3호기(2024년), 고리 4호기·한빛 1호기(2025년), 월성 2호기·한빛 2호기(2026년)의 수명 연장이 불투명해질 수밖에 없다.

[고재만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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