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톡톡] 불닭볶음면으로 외국인 사로잡은 삼양식품.."1분기 삼양 라면 수출 500억 돌파"

박원익 기자 2017. 2. 9.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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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맛있어요. 근데 어떻게 다 먹죠?” “매워서 말을 못하겠어요. 기절할 것 같아!”

인기 유튜버 ‘영국남자’가 올린 불닭볶음면 시식 영상. / 유튜브 캡처

인기 유튜버 ‘영국남자(Korean Englishman)’가 올린 ‘불닭볶음면 도전’ 영상에 등장하는 외국인들의 반응이다. 이들은 컵라면 용기에 담긴 불닭볶음면을 먹으면서 눈물을 흘리거나 딸꾹질을 하고, “이 도전을 과소평가했다”며 우유를 벌컥벌컥 들이켠다. 흐르는 땀 때문에 먹으면서 옷을 벗거나 다 먹고 난 후 스포츠 경기에서 이긴 것처럼 환호하는 장면도 등장한다.

‘런던의 불닭볶음면 도전(The Fire Noodle Challenge)’이란 제목이 달린 이 영상의 조회수는 736만 건에 이른다. ‘불닭볶음면 도전 미국편’도 430만 번 이상 조회됐다. 8일 현재 유튜브 검색창에 ‘Fire Noodle Challenge’라고 입력하면 36만 개가 넘는 영상이 뜬다. 미국, 중국, 동남아는 물론 히잡을 두른 아랍 여성이 불닭볶음면을 먹는 영상도 있다.

불닭볶음면 제조사인 삼양식품(003230)도 예상하지 못했던 현상이다. 아무런 비용 없이 바이럴 마케팅(viral marketing) 효과를 누리게 된 것이다. 외국인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영상이 공유되고 입소문을 타면서 삼양식품의 수출 규모는 가파르게 늘었다. 유통 전문가들은 불닭볶음면의 인기에 힘입어 삼양식품의 올해 1분기 라면 수출액이 5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한다.

◆ 불닭볶음면 인기에 삼양식품 라면 수출액 8개월째 증가

불닭볶음면은 볶음면 형태의 인스턴트 라면이다. 2012년 라면 업계 최초로 매운맛 측정수치인 스코빌지수(SHU·Scoville Heat Unit)를 도입하고 불닭의 매운 맛에 참깨 후레이크와 김가루의 고소함을 더해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삼양식품 원주공장. / 홈페이지 캡처

2013년부터 수출을 시작했으나 해외에 본격적으로 알려진 것은 2015년 이후다. 동영상 인기를 바탕으로 작년부터 불닭볶음면이 인기를 모으면서 삼양식품의 라면 수출액이 최근 8개월 연속 증가했다. 수출량 역시 작년 1월 692톤에서 9월 기준 3023톤으로 급증했다.

현재 삼양식품은 아시아, 미주, 유럽, 중동 등 전 세계 41개국에 라면을 수출하고 있다. 식품업계에선 작년 4분기 삼양식품의 라면 수출액을 420억원으로 추정한다. 이는 2015년 연간 라면 수출액(307억원)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올해 1분기에는 수출액이 5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라면 수출 호조에 힘입어 삼양라면의 작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3650억원, 260억원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2015년 매출액(2910억원)·영업이익(71억원)보다 25%, 266% 증가한 수치다. 홍종모 유화증권 연구원은 “해외 소비자들의 경우 식품 트렌드 변화가 심하지 않다”며 “불닭볶음면이 별미로 인식되면서 지속적으로 판매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 한정판 ‘핵불닭볶음면’도 출시대주주, 주식 매입 “자신감"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 마니아를 공략하기 위해 지난 1월 23일 ‘핵불닭볶음면’도 출시했다. 기존 불닭볶음면의 매운맛을 강화한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삼양식품이 올해 한정판으로 출시한 핵불닭볶음면. / 홈페이지 캡처

핵불닭볶음면의 스코빌지수는 8706으로 국내에 출시된 라면 중 가장 맵다. 맵기로 유명한 팔도의 ‘틈새라면 빨개떡’(스코빌지수 8557)은 물론 기존 불닭볶음면(스코빌지수 4404)과 농심 ‘신라면’(스코빌지수 2700)을 압도하는 수준이다. 삼양식품은 핵불닭볶음면을 10만개(봉지 5만개, 용기 5만개) 한정 판매할 계획이다.

국내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이미 핵불닭볶음면에 대한 다양한 시식평과 레시피가 올라오고 있다. 매운맛 마니아인 하모(여성·28)씨는 “한정판이어서 재빠르게 주문했다”며 “앞으로도 계속 핵불닭볶음면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더 매운 제품을 원하는 소비자의 요청을 반영한 제품”이라며 “차별화된 브랜드 전략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일 삼양식품 최대주주인 전인장 회장과 부인 김정수 사장이 삼양식품 주식을 각각 1만3200주, 6570주 매입한 것도 ‘자신감의 표출’로 해석되는 분위기다. 전 회장 부부는 작년 8월에도 한 차례 삼양식품 주식을 매입한 바 있다.

우려의 목소리도 없진 않다. 판매량 증가에 맞춰 공장 증설에 나섰다가 이른바 ‘증설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삼양식품은 지난 1월 6일 199억원을 투자해 강원 원주 라면공장을 증설, 불닭볶음면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2012년 하얀국물 라면이 유행하던 시기에 삼양식품은 ‘나가사끼짬뽕’ 생산라인 1개를 증설했다가 하얀국물 라면 인기가 급속히 사그라들면서 고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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