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화 선수 프리쉐 "한국에서 다시 일어나야죠"

피주영 2017. 2. 9. 06: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일간스포츠 피주영]
독일에서 귀화한 여자 루지 국가대표 아일린 프리쉐가 8일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에서 루지 대회때 탑승하는 썰매를 타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프리쉐는 17일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리는 2016~2017시즌 루지월드컵 겸 평창올림픽 테스트이벤트를 앞두고 한국 무대 데뷔전 훈련중이다. 평창=양광삼 기자
"독일 속담에 '넘어지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다시 일어서는 건 아무나 못 한다'는 말이 있어요. 저는 독일에서 한 번 쓰러졌어요. 하지만 한국에서 다시 일어설 겁니다."

8일 강원 평창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에서 루지 국가대표 아일린 프리쉐(25)는 악수를 건네며 이렇게 말했다. 긴 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미모의 프리쉐는 'KOREA'가 새겨진 유니폼은 입고 있었다.

독일 출신인 프리쉐는 지난해 12월 법무부 심사를 통해 특별 귀화로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올 시즌부터 한국 대표로 뛰고 있는 그는 "애국가를 다 외웠더니 독일 국가가 가물가물하다. 아직은 한국어로 이름이 적힌 여권이 낯설지만 100% 한국인이 되는 날까지 노력하겠다"며 웃었다.

프리쉐는 한국 루지의 비밀 병기다.

누워서 타는 루지는 섬세한 종목이다. 썰매 날이 스케이트 날처럼 얇아 미세한 움직임에도 반응하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부터 타지 않으면 정상급 선수가 되기 어렵다. 이런 이유로 한국 루지는 메달권과 거리가 멀었다. 대한루지연맹이 독일에서 여자 선수의 특별 귀화를 추진하는 승부수를 띄운 이유다. 독일은 2014 소치올림픽에서 루지에 걸린 금메달 4개를 모두 쓸어 담은 '세계 루지 최강국'이다.

11세 때 루지를 시작해 한때 특급 유망주였던 그는 한국 루지가 찼던 인물이었다. 2012년 2월 세계주니어선수권 여자 1인승에서 정상에 오른 데 이어 2013년 열린 월드컵에서 여자 1인승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지만 이후 치열한 독일 내 경쟁에서 밀려 2015년 은퇴했다.

프리쉐는 "썰매의 매력에 이끌려 루지를 시작했고 20대 초반까지만 해도 행복했다"면서도 "2013년부터 슬럼프가 왔고 운동하는 즐거움도 사라졌다. 행복하지 않은데 억지로 계속할 이유가 없었다"고 은퇴 배경을 밝혔다.

루지를 떠난 프리쉐는 평범한 직장인이 됐다. 그는 한국의 국군체육부대 격인 '디 슈포르트페어더룽 데어 분데스베어(Die Sportfoerderung Der Bundeswehr)'의 대외홍보부에서 근무했다. 이 외에도 컨설팅 회사에 취직해 경험을 쌓았다. 하지만 반평생 동안 해 온 루지는 쉽게 잊히지 않았다. 그는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루지 생각이 났다. 전성기가 오기도 전에 그만둬 끝장을 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복귀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고 털어놨다.

말 그대로 '기막힌 타이밍'이었다. 프리쉐가 복귀를 꿈꾸던 순간 대한루지연맹이 귀화 제안을 한 것이다. 처음에는 망설였다. '지구 반대편인 한국에서 적응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밀려왔기 때문이다. 그런 프리쉐에게 용기를 준 건 한류의 선두 주자 아이돌그룹 '빅뱅'이었다.

"네 살 터울 여동생 바바라가 K팝을 끔찍이 좋아한다. 그 영향을 받아 나도 한국 노래와 문화에 익숙했다"면서 "독일에서 빅뱅 노래가 유행인 것처럼 나도 한국에서 충분히 적응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독일 루지 대표인 남자 친구 율리안 폰 슐라이니츠의 응원도 컸다"고 설명했다.

평창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디딘 프리쉐는 현역 시절 기량을 회복하고 있다. 지난달 6일 한국 대표로 처음 출전한 5차 월드컵에서 12위에 올랐다. 독일 출신 샤테 스테펜(45) 한국 루지대표팀 감독은 "프리쉐는 잠재력을 가진 선수다. 최근 두 개 대회서도 어이없는 실수로 등수가 많이 하락했지만 감각이 회복되면 평창에서 메달까지 노릴 수 있다"고 했다.

17~19일 평창에서 열리는 2016~2017시즌 제8차 루지월드컵 겸 평창올림픽 테스트 이벤트에 나서는 프리쉐는 "나는 승부욕이 강한 여자"라며 "평창 대회 전까지 반드시 다시 일어선 모습일 보일 것"이라고 다짐했다.

평창=피주영 기자

[WBC]역대 대표팀, 20대 '신예' 활약 어땠나?

홈런타자 가치 급락, 박병호 이적에 미칠 영향은?

명맥 끊긴 선발 150이닝, 한화 2017년 성공 척도

'평창'에 필 눈과 얼음의 스타들, 그들은 누구

개막 앞둔 평창 연대기, 위기 딛고 도약하라

Copyright © 일간스포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