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검찰·특검·헌재 회피 '3종 세트'.."말 따로 행동 따로"

최은지 기자 입력 2017. 2. 9. 0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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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특검수사 성실히 받겠다"..정작 닥치면 거부
헌재에선 지연전략으로 탄핵 기각 노리는 듯
촛불을 든 100만 시민들이 청와대 광장을 에워싸고 있다. .2016.12.20/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서울=뉴스1) 최은지 기자 = 박근혜 대통령 측이 일정 유출을 이유로 특검의 대면조사 무산 가능성까지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이번 국정농단 사태 수사의 '클라이막스'인 현직 대통령 대면조사에 제동이 걸렸다.

기간이 연장되지 않는다면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수사하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활동은 오는 28일 종료된다. 기간 만료가 20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박 대통령에 대한 직접조사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특검 수사는 알맹이가 빠진 채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

헌법재판소가 진행중인 탄핵심판은 3월13일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어 이를 넘기면 7명의 재판관만으로 결론을 내려야 한다. 7명의 재판관 중 6명이 탄핵을 인용해야 탄핵이 결정된다.

박 대통령은 공식 석상에선 검찰 조사와 특검 조사, 헌재 변론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정작 수사기관의 대면조사 요청이나 탄핵심판에는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회피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 대면조사 땐 '피의자 적시' 이유로 거부

지난해 10월27일 검찰은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을 본부장으로 '최순실 의혹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했다.

박 대통령은 11월4일 2차 대국민 담화를 통해 "청와대 비서실과 경호실에도 검찰의 수사에 적극 협조하도록 지시했다"면서 "필요하다면 저 역시 검찰의 조사에 성실하게 임할 각오이며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까지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최씨와 안 전 수석, 정 전 비서관에 대한 기소일인 11월20일 전 대면조사를 하겠다는 방침에 따라 청와대에 같은 달 15일 또는 16일 대면조사 방침을 통보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15일 변호사를 선임하는 카드를 내밀었고 유영하 변호사(55·사법연수원 24기)는 "갑자기 변호인으로 선임돼 16일 조사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검찰의 대면조사를 거부했다.

검찰은 18일까지 두번째 대면조사 요청을 했으나 유 변호사는 그 다음주에 조사를 받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검찰은 결국 박 대통령에 대한 조사없이 최씨와 안 전 수석, 정 전 비서관을 구속기소하면서 박 대통령을 공범으로 명시하고 피의자로 입건했다.

이를 기다렸다는 듯 유 변호사는 검찰이 대통령 조사 전 결론을 내렸다며 "검찰의 직접 수사 요청에는 응하지 않고 중립적인 특검수사에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같은 달 29일까지로 못박아 세번째 대면조사를 요청했지만 유 변호사는 "특검 임명 등 일정상 어려움이 있다"면서 이마저도 거부했다.

◇"특검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이번엔 '일정 공개' 트집

박 대통령은 11월30일 박영수 변호사(65·사법연수원 16기)를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수사 특별검사로 임명했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의혹 속에 한 해를 넘긴 박 대통령은 1월1일 새해 첫 메시지로 "특검에서 연락이 오면 성실하게 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청와대는 특검의 대면조사가 2월9일 이뤄진다고 언론에 알려지자 "특검에서 자꾸 언론 플레이를 한다"며 "(대면조사가) 무산될 수도 있다"고 보이콧 가능성을 내비치며 으름장을 놨다.

8일 진행된 특검 오후 정례브리핑에서는 '특검법에도 피의사실이 아닌 진행상황은 밝힐 수 있게 돼 있다' '대통령에 대해서만 과도한 특혜를 주지 말고 청와대의 비공개 요청을 거부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특검 대변인 이규철 특별검사보는 이에 대해 "현 단계에서 특검에서 대통령 대면조사 관련해서는 일체 확인해줄 내용이 없다"며 청와대의 지적에 반응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다급한 속내를 내비쳤다. 결국 특검은 9일 대통령 대면조사 일정은 없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2017.2.7/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7人의 헌재를 기다린다?…朴측 지연전략 노림수?

박 대통령은 1월25일 '정규재 TV'와의 인터뷰에서 헌재 탄핵심판에 대해 "공정한 재판이 이뤄지기를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1월31일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하면서 헌재는 이정미 재판관을 권한대행으로 임명하고 8인 체제로 가동하고 있다.

박 전 소장은 퇴임을 앞두고 열린 탄핵심판 9회 변론에서 이정미 재판관이 3월13일 임기만료임을 고려해 "헌재 구성에 더 이상 큰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늦어도 3월13일 전까지는 이 사건 최종 결정이 선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이에 "대리인으로서 심판절차의 공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어 중대 결정을 해야한다"며 '공정성' 시비를 걸었고 '대리인단 전원 사퇴'라는 카드도 불사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또 8회 변론에서는 39명의 증인, 10회 변론에서는 이미 증인신문을 했던 최순실씨와 안 전 수석 등 15명의 증인을 신청하며 노골적인 재판 지연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같은 조사 거부, 시간 끌기 작전을 펴는 이유는 불소추 특권에 기대어서 피의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수사나 재판을 받지 않겠다는 저의가 아니겠냐는 지적이다.

노희범 법무법인 우면 변호사(51·사법연수원 27기)는 "형국이 유리하게 꼭 돌아가는 것도 아니니 수사도 받기 싫고 재판도 받기 싫어 시간끌기 하는 것 아니겠나"라며 "검찰때는 특검에서 하면 나아질 것 같은데 특검이 조여오니 특검수사도 안받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 변호사는 "만약 대통령이 그렇게 무고하다면 본인이 억울하다는 주장만으로 끝나는게 아니고 정정당당하게 수사기관에 나가서 조사에 임하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정상"이라고 말했다.

나승철 전 서울변회장은 "불리한 것을 계속 피하면서 시간을 늦춰 헌재 탄핵 기각을 노리고, 그 사이에 지지세력을 결집해 여론을 반전시키려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박 대통령이) 끝까지 조사를 거부하면 특검이 박 대통령에 대한 강제수사를 결정할지가 주목될 것"이라고 밝혔다.

silver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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