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농장당 소 1마리 검사하고 "구제역 안전" .. 석달 뒤 발병
항체 형성률 96% 믿고 있다 낭패
지난해 백신 접종에 900억원 사용
백신 온도, 접종부위 따라 효과 달라
오늘부터 전국 314만 마리 일괄 접종
항체 형성 1주일 걸려 당분간 비상
“백신 항체 형성률이 과거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과거와 같은 대규모 구제역 발생 가능성은 극히 낮다.”
불과 석 달 전인 지난해 11월 7일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농림축산검역본부 박봉균 본부장(1급)은 기자 설명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제목은 ‘올겨울 구제역·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 없는 한 해로’였다.
그러나 농식품부의 집계 방식은 빈틈이 있었다. OIE 기준에 따라 농식품부는 전국 소 농가의 10%에 해당하는 6905개 농가를 표본 조사했다. 그러면서 농가당 한두 마리씩만 접종 후 항체가 얼마나 생겼는지를 검사했다. 조사 대상 소에 항체가 형성돼 있으면 해당 농가의 소는 전부 항체가 형성된 걸로 간주했다. 95.6%란 수치는 이렇게 나왔다. 이 수치는 소를 키우는 농가가 백신을 모든 소에 제대로 접종했을 때만 유효하다.
정부는 구제역이 터지자 뒤늦게 백신 관리 체계를 바꾸기로 했다. 김경규 실장은 “올해 소에 대한 표본 검사는 농장 1곳당 5마리로 늘릴 방침”이라며 “대규모 농가의 백신 접종 관리 강화가 시급하다는 전문가 지적이 많아 제도를 개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류영수 건국대 수의학과 교수는 “구제역이 확산할 때는 백신을 철저하게 놓다가 잠잠해지면 다시 농가에서 백신 접종을 기피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며 “방역 당국 차원에서 농가의 백신 접종 상황을 제대로 관리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국은 8일부터 전국의 소 약 314만 마리에 대한 구제역 백신 접종에 나선다. 김경규 실장은 “백신 접종 후 항체 형성까지 약 1주일이 걸린다”며 “이 기간 일시이동중지(스탠드스틸) 등을 통해 차단 방역에 집중해 바이러스 확산을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채찬희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돼지는 소에 비해 확산 속도가 빠르다”며 “소에서 발생한 구제역이 돼지로 전염되면 걷잡을 수 없으므로 철저한 차단 방역을 통해 이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이승호 기자,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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