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최악의 실업난..근로시간 단축이 해법?

이세중,이종완,김기화 2017. 2. 7.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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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연애와 결혼, 내 집 마련과 출산….

요즘 청년들에게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는 일상의 단어들입니다.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어쩌면 포기해야 하나?'

이런 절망감의 배경에는 바늘구멍보다도 좁다는 취업문이 있는데요,

공식적인 청년 실업률만 9.8%에, 통계에 잡히지 않는 취업 포기자 50만 명을 더하면 실제 실업률은 훨씬 더 높게 올라갑니다.

이슈앤뉴스, 오늘은 일자리 해법의 하나로 주목받는 근로시간 단축 문제를 집중 진단합니다.

먼저 취업에 목마른 대한민국 청춘들이 몰린 곳, 서울 노량진의 24시간을 이세중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노량진 24시’…취업에 목마른 청춘들 ▼

<리포트>

아침 8시.

노량진 학원가의 하루가 시작됐습니다.

<인터뷰> 강철규(공무원 시험 준비생) : "아침은 안 먹거나 그냥 가는 길에 김밥 같은 거 간단하게 먹어요."

수업 시작까진 30분이 남았지만 5백 명 강의실은 이미 꽉 찼습니다.

<인터뷰> 박설아(공무원 시험 준비생) : "졸리고 피곤하고 세 시간 정도 자고 나오니까.. 많을 때는 17시간 정도 하고 적을 때는 12시간 (공부해요.)"

점심시간.

3천 원대에 양껏 먹을 수 있는 고시식당으로 몰려들고, 몇몇은 컵밥으로 해결합니다.

<인터뷰> 오나경(공무원 시험 준비생) : "점심 먹을 때 시간 많이 쓰지는 않고 딱 먹고 자리 맡으러 들어가야 돼가지고..."

경찰시험 지원자들은 체력훈련까지 해야 합니다.

직장을 잡기 위해 1분 1초를 쪼개 쓰고 있지만, 합격장을 받기가 쉽지만은 않습니다.

<인터뷰> 김요한(공무원 시험 준비생) : "빨리 합격하면 좋은데 이제 시간이 지날수록 나이를 먹을수록 합격을 못 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경쟁률은 올라가고..."

지난해 공무원 시험에 응시한 인원은 7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응시 인원보다 10만 명이나 더 많은 겁니다.

일과를 마친 귀가 시간.

몸도 지쳤지만, 낙방에 대한 두려움이 이들을 괴롭힙니다.

<인터뷰> 정민정(공무원 시험 준비생) : "어찌 됐든 더 힘들게 공부하시는 분도 많으니까.. 진짜 제발 올해 좀 합격했으면 좋겠어요."

경기 불황에 기업의 채용규모는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 좁은 취업문을 뚫기 위한 청춘들의 열기가 노량진을 달구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세중입니다.

▼ 근로시간 단축, 일자리 효과…해외 사례는 ▼

<기자 멘트>

증권사와 은행을 비롯해 각종 기업이 몰려있는 서울 여의도의 야경입니다.

벌써 밤 9시가 넘은 시간인데, 대부분 건물에 아직 불이 켜져 있습니다.

직장인들이 야근을 하고 있군요.

실제로 우리나라 취업자들의 근로시간은 연평균 2,113시간.

OECD 국가 중에 멕시코 다음으로, 두 번째로 깁니다.

이렇게 긴 근로시간을 조금씩 줄여서, 그만큼 다른 사람들의 일자리를 만들어주자는 게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창출의 핵심입니다.

최근 정부가 내놓은 안을 볼까요?

현재 법정 상한선은 주당 68시간인데, 이를 52시간으로 16시간 줄이자는 내용입니다.

근로시간을 줄이면 노동생산성은 오히려 1.5% 늘지만, 아무래도 최종 생산물은 3.5% 줄 것으로 예측됐는데요,

결국, 그만큼 일할 사람을 더 뽑아야 하는 겁니다.

제도를 바꿀 경우 첫해에만 만 8천 명, 5년간 최대 15만 개의 신규 일자리가 생길 거라는 게 정부의 계산입니다.

이런 방식은 이미 외국에서 도입돼 성공한 사례가 적지 않은데요,

2000년대 초반, 프랑스에서는 주당 근로시간을 4시간 줄여 35만여 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냈습니다.

근로시간을 5% 줄인 네덜란드는 두 자릿수였던 실업률을 3% 초반까지 떨어뜨리기도 했습니다

고용이 악화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점차 근로시간을 줄여 일자리를 나누는 방안이 공감대를 이뤄가고 있는데요,

하지만 각론으로 들어가 보면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가 만만치 않습니다.

계속해서 이종완 기자입니다.

▼ 근로시간 단축엔 동의…각론은 제각각 ▼

<리포트>

이 휴대전화 부품업체는 올 들어 주당 근로시간을 14시간 줄였습니다.

임금을 88% 수준으로 낮추는 대신, 그 돈으로 신규 인력 193명을 채용했습니다.

<인터뷰> 이태식(휴대전화 부품업체 공장장) : "업무의 질이 좋아지고 또 업무의 집중력이 좋아진 부분이 생산성 개선의 효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때 직장폐쇄까지 했던 이 회사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돌파구를 찾았습니다.

근로시간을 8시간씩 줄여 단 한 명의 해고도 없이 공장을 재가동했고, 최근에는 7명의 신입사원까지 뽑았습니다.

<인터뷰> 홍성호(화학업체 직원) : "일자리가 없어질까 불안감이 매우 컸거든요. 고통분담을 통해서 경쟁력을 회복한다면 함께 더 멀리 갈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으로..."

국내 기업 270여 곳이 이미 근로시간 단축에 들어간 상황, 노사정은 일단 일하는 시간을 줄이자는 데는 큰 틀에서 동의합니다.

하지만 휴일 8시간의 특별연장근로 인정 여부와 휴일수당 지급률 등 각론에서는 이견이 적지 않습니다.

<인터뷰> 김영완(경총 노동정책 본부장) : "생산성 향상이 전제돼야 되고, 중소기업의 충격이 완화될 수 있는 조치들이 함께 이뤄져야 됩니다."

<인터뷰> 김준영(한국노총 전략본부장) : "고용노동부가 아직도 주 52시간이 (평일) 5일에 해당한다고 주장을 하고 있는데, 7일에 해당하는 시간이 52시간이다, 이것만 인정된다고 하면 충분히 협의 가능하다고 봅니다."

이번 임시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본격 논의에 들어갈 예정인 가운데, 노사정이 핵심 쟁점에서 얼마나 절충점을 찾을지 주목됩니다.

KBS 뉴스 이종완입니다.

이세중기자 (center@kbs.co.kr)

김기화기자 (kimkoon@kbs.co.kr)

이종완기자 (rjw2810@daum.net rheejw@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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