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비리포트] '200이닝' 잔혹사, 양현종·헥터는 건재할까

조회수 2017. 2. 7. 12:5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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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420이닝을 합작한 KIA 원투펀치 양현종과 헥터
2016시즌 나란히 200이닝을 돌파한 양현종과 헥터 (사진: KIA 타이거즈)

KBO리그의 팀 당 경기 수가 144경기로 늘어나면서 정규시즌 200이닝 이상을 소화하는 투수가 매년 등장하고 있다.

10개 구단 144경기 체제의 첫 시즌이던 2015년, 린드블럼과 해커가 나란히 200이닝을 달성했고 밴헤켄은 196.2이닝, 소사는 194.1이닝, 윤성환은 194이닝으로 200이닝에 근접했다. 밴헤켄의 경우 포스트시즌(14.1이닝)까지 합한다면 총 211이닝을 기록했다. 이들은 모두 소속 팀의 에이스다.

공교로운 사실은 2015시즌 200이닝 전후를 소화한 이 다섯 명 모두 지난해 부상을 겪거나 2015시즌에 비해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다. 

2015년 롯데 마운드를 이끌었던 린드블럼의 평균자책점(3.56-> 5.28)은 1년 사이에 2점 가까이 상승했고 이는 지난해 롯데의 부진에도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NC 에이스 해커는 5월 12일 이후 팔꿈치 통증으로 2개월 이상 1군 마운드에 서지 못했으며 NPB로 진출했던 밴헤켄은 급격히 떨어진 구속으로 인해 고전하다가 결국 넥센으로 돌아왔다. 복귀 이후 위력적인 피칭으로 에이스다운 모습을 보였지만 속구 평균 구속(141.9->139.9)은 2015시즌에 비해 2km/h 감소했다.

2015년 뛰어난 활약을 보인 LG 소사 역시 지난해엔 뚝 떨어진 탈삼진율(K/9: 8.2-> 4.8)과 치솟은 피안타율(0.266->0.319)로 인해 재계약 불발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경기 외적인 문제도 겹쳤던 삼성 윤성환 역시 2015시즌에 비해 거의 모든 기록이 나빠졌다.

# 15시즌 190이닝 이상을 소화했던 투수 4인의 16시즌 기록 변화

[사진: 각 구단]  ⓒ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정규 시즌에서 많은 이닝을 소화한 투수들이 부진한 것은 비단 2016시즌 만의 현상이 아니다. 최근 7시즌으로 범위를 넓혀봐도  단일시즌 200이닝 전후를 던진 투수들은 거의 대부분 부진에 빠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2009시즌 KIA 우승의 주역 로페즈(14승 5패 ERA 3.12 FIP 3.05)는 한국시리즈를 포함해 208이닝을 던지고 2010년(4승 10패 ERA 4.66  FIP 4.90) 극히 부진했다.  

2010년 나란히 190이닝을 돌파하며 뛰어난 성적을 남긴 김광현(17승 7패 ERA 2.37 FIP 3.44)과 류현진(16승 4패 ERA 1.82 FIP 2.70)에게 그 이듬해는 프로 경력 중 최악의 시즌이었다. (김광현 74.1이닝 4승 6패 ERA 4.84 FIP 4.40  , 류현진 126이닝 11승 7패 ERA 3.36 FIP 3.08)

밴헤켄 이전 넥센 에이스였던 나이트는 2012년 202이닝을 던지며 최고의 한 해(16승 4패 ERA 2.20 FIP 3.55)를 보냈지만 2013년 하락세(172.2이닝 12승 10패 ERA 4.43 FIP 4.25)를 보인 끝에 2014 시즌 도중 팀을 떠나야 했다.

2013시즌 133경기 체제에서 193.1이닝을 던진 유먼, 189이닝을 던진 찰리, 180.1이닝을 던진 노경은 등 다소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다음 해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2013년 포스트시즌(4경기 23.1이닝)까지 포함해 203.2이닝을 책임진 노경은은 이후 급격한 하향세를 보이다 지난해 롯데로 트레이드 됐다.

국내 투수 중에서는 유희관, 외국인 투수로는 옥스프링 정도가 많은 이닝 투구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활약을 이어갔을 뿐, 200이닝 전후를 소화한 대부분의 투수는 다음 시즌 큰 낙폭을 보였다는 공통점이 관찰된다.

#2016년 420이닝을 합작한 양현종과 헥터

양현종과 헥터의 2016 정규 시즌 기록 [사진=KIA 타이거즈]  ⓒ KBReport.com 

2016시즌 200이닝 전후를 소화한 투수는 무려 네 명이다. KIA 헥터가 206.2이닝으로 최다 이닝을 기록했고, SK 켈리와 KIA 양현종이 200.1이닝, LG 소사가 199이닝을 던졌다.

여기서 눈길이 가는 부분은 같은 팀 소속인 양현종과 헥터가 나란히 200이닝을 넘겼다는 점이다 . 이 둘은 KIA 마운드의 핵심 원투펀치로 2017년 KIA의 명운을 좌우할 투수들이다.

시즌 200이닝을 넘긴 양현종과 헥터가 지난해 린드블럼이나 해커처럼 부진에 빠지거나 부상이라도 당한다면 적극적인 FA 투자를 통해 상위권 도약을 노리는 KIA로서는 낭패를 보게 된다.

# 2015~16시즌 최다이닝 투수들의 투구수 비교

2015~16시즌 최다 이닝 투수 ⓒ KBReport.com

SK 켈리 역시 양현종과 헥터와 같이 200이닝을 넘기긴 했지만  상당히 효율적인 투구를 했다. 이닝 당 투구수는 15.4개로 지난해 규정이닝을 채운 17인의 투수 중  1위였고,  총 투구수 역시 3090개로 6위에 그쳤다.

동일하게 200.1이닝을 소화한 양현종보다 100개 이상을 덜 던졌는데, 켈리의 투구수는 180이닝을 소화한 보우덴(3068개)과 큰 차이가 없었다. 겉보기에는 200이닝을 던졌어도 실질적으로 180이닝을 던진 것과 비슷한 결과였던 셈이다.

하지만 헥터와 양현종은 소화 이닝 만큼 투구수도 많았다. 헥터는 3334개, 양현종은 3207개로 압도적인 1,2위였는데, 양현종과 헥터를 제외하면 투구수가 3200개를 넘긴 투수도 없다. 

2015시즌 기록까지 포함하면 210이닝을 던진 린드블럼의 투구수가 3329개로 아슬아슬하게 2위다. 지난해 헥터는 다른 투수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투구수를 기록했다.

# 양현종과 헥터의 최근 4시즌 소화이닝

양현종과 헥터의 최근 4시즌 소화이닝 ⓒ KBReport.com

리그 최다인 헥터의 투구수는 2017시즌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상당하다. 헥터가 KBO리그로 영입되기 직전 3년 간, 2014년 172.1이닝을 던졌을 뿐 시즌 전체를 통틀어서 그리 많은 이닝을 소화한 투수는 아니었다.

한국에 오기 직전인 2015시즌에는 트리플 A와 메이저리그를 통틀어 97.2이닝을 소화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포스트시즌(7이닝 98구)를 포함 단일 시즌 210이닝을 돌파하고 3432개의 투구를 던진 것은 헥터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상황이다.

2015년 가장 많은 이닝과 투구수를 기록한 린드블럼은 지난해 극심한 기복을 보인 끝에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남긴 바 있다. (177.1이닝 10승 13패 ERA 5.28) 

2014년 이후 리그를 대표하는 투수로 성장한 양현종은 2014시즌 171.1이닝, 2015시즌에는 184.1이닝을 기록했다. 헥터처럼 갑작스레 많은 이닝을 던진 것은 아니지만 2015시즌 종료 후에는 어깨 통증으로 인해 프리미어12에도 참가하지 못했다.  시즌 막바지에는 속구 평균 구속이 130km 후반대에 그칠 정도였다.

내구성이 아주 뛰어난 투수는  아니기 때문에 생애 처음으로 200이닝을 넘긴 다음 해에 WBC에 참가해야 하는 상황은 상당히 우려스럽다.

본래 어깨 통증이 있어 스프링캠프에서는 공을 거의 던지지 않고 몸상태를 천천히 끌어올리는 양현종의 시즌 준비 루틴을 감안한다면 3월 개막인 WBC는 양현종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상당하다.

# 9년 만에 국내 투수 200이닝 달성한 양현종

헥터와 양현종은 풍부한 경험을 갖춘 투수이기 때문에 이런 우려에 대해 미리 대처하고 있으리라는 긍정적 예측도 가능하다. 헥터의 경우 2016시즌 속구 평균 구속은 145.1km/h로 2014시즌 메이저리그에서 풀타임을 뛰며 기록한 149km/h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구속이다.

몸 상태에 특별한 이상이 없었고 위기 상황에서는 150km 이상의 속구도 어렵지 않게 구사하는 것을 보면 선발 투수로서 많은 이닝을 책임지기 위해 의도적으로 완급 조절을 했다고 해석할 여지도 있다.

속구 뿐 아니라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싱커 등을 다양하게 던지며 모든 구질이 결정구로의 위력이 있다는 것도 긍정적인 부분.  싱커를 제외한 그의 구종 당 피OPS는 모두 0.700을 넘지 않았다.

2015년 어깨 통증으로 곤란을 겪었던 양현종은 이후 꾸준한 어깨 관리와 보강 운동을 병행했고 지난 시즌에는 통증을 느꼈다는 보고가 없었다. 

다만 변하지 않는 사실은 이 두 투수가 지난해 지나치게 많은 이닝과 투구수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게다가 양현종은  WBC 참가로 시즌 준비를 앞당겨야 한다. 비슷한 행보를 보인 투수들의 전례를 살펴봐도 이는 상당한 위험 요인이다.

지난해 430이닝(포스트시즌 포함)을 합작하며 팀 전체 이닝의 30% 이상을 책임진 양현종과 헥터에게 이상이라도 생긴다면 별다른 대안이 없는 KIA다.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상위권 도약을 노리는 KIA로서는, 팀 전력의 핵심인 두 투수에 대한 세심한 관리와 조심스러운 기용이 필수적이다.

[기록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KBO 기록실, 스탯티즈, Milb.com]


글: 최광준 / 정리 및 편집: 김정학/계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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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제공: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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