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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영웅’ 이지훈의 얼굴에서 ‘인생’이 보이기 시작했다....왜?

무대 데뷔 12년 차 뮤지컬 배우 이지훈의 얼굴에 ‘인생’이 보이기 시작했다. 현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오른 ‘영웅’의 주역 이지훈은 단단하게 무대에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2006년 ‘알타보이즈’로 데뷔 이후 무색무취라는 평가도 있었지만, 뮤지컬 ‘햄릿’, ‘에비타’, ‘엘리자벳’, ‘모차르트!’, ‘킹키부츠’ 등을 거치며 소리의 질감과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능력이 확실히 이전보다는 성장했다.

가수 겸 배우 이지훈이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오훈 기자




3년 전 ‘에이콤’ 윤호진 연출자 앞에서 ‘영웅’ 오디션을 본 이지훈은 ‘얼굴에 ‘인생’이 보이지 않는다. 10년 뒤에나 함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평을 들었다. 그러나 기회는 생각보다 빨리 왔다. 윤호진 연출이 이지훈이 출연한 ‘킹키부츠’ 공연을 보고 간 뒤 생각을 바꾸게 된 것. 이지훈은 “가능성을 본 것 같다”고 말했지만, 그 동안 꾸준히 성장하고 있었던 것.

이번 공연에서는 이지훈과 정성화·양준모·안재욱이 뮤지컬 ‘영웅’의 주연을 맡았다. 지난 2009년 초연된 이후 벌써 8번째 막을 올린 작품이다. 이지훈은 안중근 캐릭터에 녹아들기 위해 묵직한 소리를 내려고 트레이닝을 열심히 했다고 한다. 청년 안중근으로서 100% 완벽한 모습은 아니겠지만 그의 마음은 그 누구보다 절실해 보였다. 그의 손을 잡아준 이는 ‘영웅’에 최적화된 평을 받는 배우 정성화이다. 정성화는 300회 이상 ‘영웅’ 무대에 오른 주인공이기도 하다.

“‘영웅’은 다섯 시즌 이상을 지켜 본 작품입니다. 정성화형, 양준모, 강태을 등 4명의 영웅을 봤는데, 정말 좋더라구요. 마지막에 태극기가 나오면서 ‘그날을 기다리며’를 부를 땐 관객들과 함께 뭉클함을 함께 느끼잖아요. 대한민국 남자 배우라면 누구나 하고 싶어하는 작품이죠. ”

“‘킹키부츠’ 때도 그렇고, 이번에도 성화형이 많은 도움을 주셨어요. 300회 이상 공연을 하셨던 분이라, 베테랑이시죠. 걸음걸이 하나 하나는 물론, 액팅, 발성 등 캐릭터를 표현함에 있어서 배우가 자칫 잘못하면 가벼워질 수 있으니 어느 부분에서 조심하라는 말까지 좋은 말들을 해주셨어요. ”

철 없던 20대를 지나 30대 중반, 배우로서 자질을 갖추게 된 그는 ‘조급할 필요도 없고, 아쉬워할 필요도 없다’고 했다.

“시간이 흐르고 보니, 대중들의 시선이 맞는 것 같아요. 저 역시 10년이란 시간이 흘러 이렇게 말하고 있지만, 처음엔 저 역시 조급했던 것 같아요. 초반에는 인정은 커녕 뮤지컬 배우라는 수식어를 얻는 것도 힘들었어요. 가수가 뮤지컬을 한다는 것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겨향이 커서 뮤지컬 마니아들에게 외면당하고, 배타 당했어요.

‘나는 이 만큼 했는데, 왜 인정을 안 해주는거야?’란 생각도 들었어요. 물론 제가 그 정도의 실력이 부족했겠죠. 그런 시간들을 겪고 한 작품, 한 작품 경력이 쌓여가면서 이런 부분은 잘 했다고 칭찬을 받는 날도 오더군요.”

가수 겸 배우 이지훈이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오훈 기자


가수 겸 배우 이지훈이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오훈 기자


2008년 ‘햄릿’으로 ‘무대를 조금이나마 즐길 수 있게’ 된 이지훈은 2011년 ‘에비타’를 만나 ‘자신과의 험난한 싸움’을 벌이게 된다. 산 넘어 산이라고 했나. 무대는 역시 호락 호락 하지 않았다. 2013년 찾아온 ‘엘리자벳’은 뮤지컬 배우라는 자긍심을 안겨 준 작품. 그렇게 그는 제19회 한국뮤지컬대상 남우조연상이랑 상을 받게 된다.

“무대에 올라 땀 흘리는 순간 배우는 게 많았어요. 박수소리와 함께 느껴지는 보이지 않는 에너지와 감동이 저 스스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했어요. 아! 이게 무대의 매력이구나. 내가 혼신의 힘을 다했을 때 나에게 오는 피드백을 그때 느꼈어요”



“2011년 이지나 연출님과 함께 한 ‘에비타’는 정말 잊을 수 없는 작품입니다. 이지나 연출님의 솔직한 말 한 마디 한마디가 오히려 저를 버티게 했어요. 당시가 데뷔한 지 10년이 지났는데, 정말 매력이 없는 네가 어떻게 버텼니? 등 살아생전에 들어본 적 없는 이야기를 하셨어요. 그 말이 ‘버틸거면 버텨봐라’는 말로 들릴 정도였어요. 꾹 눌러가면서 참았는데 결국엔 인정을 해주셨어요.”

그렇게 호된 질책 끝에 이지훈의 실력을 인정한 이지나 연출은 ‘에비타’ 프레스콜 현장에서 , 공식적으로 수많은 취재진들에게 이지훈이란 뮤지컬 배우를 주목 할 것을 언급했다.

“막 뒤에 배우들이 다 있는데, 저를 언급하면서 ‘이 배우는 여러분이 주목하길 바랍니다.’ 하고 말씀하시는데, 아~10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것처럼 통쾌했어요.”

뮤지컬에 대한 이야기 꽃을 피어가던 이지훈은 조승우와 정성화의 마법 같은 능력을 칭찬했다. 그에 따르면, “조승우는 노래하면서 연기하는 능력이 최고의 배우이며, 정성화는 목소리 하나로 감동을 주는 최고의 배우이다.”

“두 배우 모두 노래 안에 스토리텔링을 정확하게 담고 있어요. 그래서 관객들이 제대로 빠져들게 하는 능력이 탁월해요. 흠 잡을 곳이 없는 배우분들이죠. 정말 말도 안 되게 잘해요. 승우랑 성화형이 합쳐진 배우가 나올 수 있을까요?(웃음) 장점만 골라서 섞이면 완전히 사기 캐릭터죠. 아마도 몇 백 년만에 나오는 배우가 되지 않을까요. 저는 이미 늦은 것 같구요. 제 자식이 이 길을 걷는다면 한번 노려볼게요.”

뮤지컬 ‘영웅’ 배우 이지훈/사진=에이콤


뮤지컬 ‘영웅’ 공연장면 /사진=에이콤


이지훈은 지난 1996년 가수로 데뷔해 벌써 데뷔 21주년을 맞이했다. 다작 아닌 다작 배우로 자리매김하며 쉬지 않고 일을 해왔다. 10년간 소속사 없이 혼자 뮤지컬 배우의 길을 걸어온 이지훈은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더 무대의 감사함을 깨닫게 된다”고 말했다. 그렇게 이지훈의 얼굴에서 ‘인생’이 보이기 시작했다.

“큰 기획사로 가는 게 좋지 않냐. 말하시는 분도 계시는데, 지금 길이 맞는 것 같아요. 속도가 느릴 수 있고, 기회가 덜 주어질 수 있는데, 제 소신을 갖고 하니 오히려 주어지는 것에 감사함을 더 많이 깨달아요. 기획사에 소속된 채 활동했다면, 절박함과 절심함이 덜했을 것 같아요. 아직도 저를 바라보는 시각에 날이 서 있다는 것도 알고 있어요. 그래도 제가 노력하다보면 언젠간 인정을 해주시겠죠. 배우에겐 시간이 리뷰니까 괜찮요.”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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