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푸틴이 살인자? 미국도 많다" 옹호발언에 공화당도 격노
"푸틴 존경..미국도 결백하진 않아"
공화당 "우리는 푸틴과 달라"
민주당 "트럼프와 러 관계 조사해야"
펜스 부통령은 '대러 제재 해제' 시사
[한겨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러시아 정책을 놓고 미국 정치권의 내홍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러시아 제재 해제를 시사할 뿐 아니라, ‘미국과 러시아의 도덕적 차이가 없다’고 하면서까지 러시아를 옹호하자 공화당을 포함한 정치권이 격렬히 반발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 방영된 <폭스 뉴스>와의 회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존경한다”며, “러시아와 사이좋게 지내는 게 그렇지 않은 것보다 낫다”고 말했다. 이에 진행자인 빌 오라일리가 “푸틴은 살인자다”라고 반박하자, “우리도 많은 살인자가 있다. 미국은 결백하다고 생각하느냐?”라고 푸틴을 변호하기 위해 미국을 깎아내리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이다. ‘푸틴은 살인자’라는 말은 푸틴의 국가보안위원회(KGB) 당시 활동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개입 등에 대한 책임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의 이 발언에 미 정치권은 격노했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시엔엔>(CNN) 방송과의 회견에서 푸틴을 “전 케이지비(KGB) 요원”, “폭력배”라고 부르며, “러시아와 미국의 방법이 같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화당 하원 1인자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의 대변인도 “라이언 의장은 일관되게 러시아에 대해 지속적으로 제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고 전했다.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 때 트럼프와 경쟁했던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트위터에 “우리는 푸틴과 같지 않다”, “미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불법을 중단할 때에만 러시아 제재를 해제해야 한다”고 올렸다.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엔비시>(NBC)와의 회견에서 “러시아가 트럼프에 대해 무얼 갖고 있는지 알고 싶다”며 연방수사국(FBI)이 러시아와 트럼프의 연관성을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러시아가 갖고 있다는 소문이 돈 ‘트럼프의 섹스 비디오’ 파문을 상기시킨 것이다.
전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2014년 3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사태 개입을 이유로, 러시아에 대한 식량수출 금지, 해외자금 동결 등 유럽연합(EU)과 함께 공동 봉쇄조치를 취하고 있다. 더욱이 오바마 대통령은 퇴임 직전, 2016년 미 대선에 러시아가 사이버 공격을 가한 혐의로 러시아 외교관 35명을 추방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줄곧,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주장해 왔다.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통해 시리아 등 중동 문제를 풀겠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전략이다. 하지만 지난 대선에서 러시아가 조직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지원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또다른 의혹을 낳고 있다.
정치권의 반발은 대러시아 제재 해제보다 “미국과 러시아의 도덕성이 같다”는 트럼프의 발언이 더 컸다. 이에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시비에스>(CBS)와의 회견에서 “(미국이 러시아와) 도덕적 동등성이 있다고 받아들일 순 없다”며 “푸틴과, 러시아와 새롭게 시작하자는 뜻”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그는 <에이비시>(ABC) 방송에 출연해, 푸틴 대통령이 이슬람국가(IS)와의 전쟁에 협조한다면 향후 몇달 안에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해제할 수도 있다고 시사했다. 그러나 공화당은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과 우크라이나 내전 개입과 관련해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어 트럼프 행정부와는 결이 다르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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