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사모 방송회관 점거..입주 어린이 시설 된서리
겨울 방학 대목 맞은 입주 키즈파크 "애들 떠나" 울상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박근혜 대통령 지지자들의 서울 목동 방송회관 1층 로비 일부 무단 점거가 4주차에 접어들면서 입주 업체들이 물질적·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1층에 입주한 키즈파크 운영업체와 공연장은 겨울방학 대목에 매출 직격탄을 맞았다. 어린이 손님의 발길이 줄었기 때문이다.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 ‘박근혜를 존경하는 모임(박존모)’으로 명시한 박근혜 대통령 지지자들은 지난달 16일부터 방송회관 로비에서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JTBC 등 종합편성채널들이 박 대통령을 음해하고 편파적으로 보도한다고 주장했다. 극우 계열 매체와 인사들을 불러 기자회견을 하거나 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내용의 구호를 외쳤다. 확성기와 꽹과리, 북도 동원됐다.
주된 타깃은 박효종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었다. 박 위원장이 박 대통령과 관련된 JTBC와 TV조선의 편파 방송을 방조했다는 주장이다.
6일 방송회관을 찾았을 때도 박 대통령 지지자들은 방송회관 로비와 외부 주차장과 출입구에서 진을 치고 있었다. 경찰들은 혹시 모를 불상사를 대비해 방송회관 주변을 둘러쌌다. 아침 시간 한 때 경찰들은 긴장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일부 박 대통령 지지자들이 지하 주차장 엘리베이터를 통해 건물 내부로 진입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전해졌기 때문이다.
이날도 박 대통령 지지자들은 방송회관 앞 사거리와 근처에 여러 현수막을 내걸었다. 박 대통령을 자신들이 지키겠다는 내용이다. 박사모와 박존모가 주체라는 사실도 적시했다.
반면 방송회관 1층 로비는 지난달과 달리 조용했다.
박 대통령 지지자들은 별다른 소리를 내지 않았다. 구호도 외치지 않았다. 경찰들만이 이들을 주시할 뿐이었다.
이들은 자리를 깔고 눕거나 바닥에 앉아 있었다. 찬 바람을 막기 위한 누런색 종이상자도 여럿 눈에 띄었다. 입주 업체 관계자는 “처음 시작할 때는 스무명정도였다가 코바코(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고발이 들어간 뒤 지금은 아홉명 정도로줄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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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푸린 표정의 운영자는 “피해가 막심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영업 시작한지 한 달만에 박 대통령 지지자들의 로비 점거가 시작됐고 경찰들이 에워싸면서 학부모·어린이들의 발길이 부쩍 줄었다.
그는 “애들은 놀다가 (바깥 고성방가에) 울고 단체 손님들도 예약을 취소해 피해가 크다”며 “(성난 표정의) 저 사람들이 있고 경찰도 떼로 와 있는데 어느 부모가 아이랑 같이 오고 싶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경찰한테 진정도 해봤지만 어떻게 할 수가 없다”며 “자기 집이라면 저렇게까지 할까”라고 말했다. 겨울방학 대목중 한 달 이상 영업 차질을 빚게 된 그의 표정은 대화 내내 어두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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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바코 관계자는 “고발자 진술까지는 끝났고 점거중인 사람들에 대해 체포 명령서도 낸 상태”라며 “그럼에도 개의치 않는 사람들이 남아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약 없는 일부 어르신들의 점거에 한국 방송 업계 관계 단체들이 모인 한국방송회관 1층과 주변은 학부모들와 어린이들이 기피하는 곳이 됐다.
김유성 (kys40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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