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4차 산업혁명 오해한 '엉터리 공약들'

2017. 2. 5.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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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태 KAIST 경영대학 교수

대선후보들의 공약발표가 줄을 잇고 있다. 그 중에서 지난해부터 유행어가 되어버린 제4차 산업혁명을 대선후보들이 빠뜨리지 않고 있다. 그런데 그 공약이 과연 후보들이 이 기술혁명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우리 사회가 이러한 기술변혁을 제대로 수용하기 위해 정부가 우선적으로 할 일이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지극히 의심스러운 공약들이 쏟아지고 있다. 또 다른 한편으로 이 4차 산업혁명에 관한 직접적인 공약이 아니더라도 사회, 노동, 경제정책의 공약들도 제4차 산업혁명이 가져오는 경제의 구조변화와 크게 조화롭지 않을 공약들이 남발되고 있다.

유력후보로 거론되는 문재인 후보는 직접적으로 제4차 산업혁명의 공약을 발표했다. 거기에는 세계 최초의 초고속 사물인터넷망을 구축하겠다는 공약이 있고 스마트도시, 스마트고속도로 등 IT분야에서 거론되는 모든 유행어를 나열하고 있다. 그런데 인터넷과는 달리 사물인터넷망이라는 것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인터넷에 더 많은 디바이스와 사물들이 연결될 뿐이다. 그리고 수많은 디바이스들이 연결될 때 기기들간의 인증과 보완 등을 어떻게 할지 아직도 표준도 설정되지 않았고 진화 중이다. 한 예로 스마트홈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집안의 근거리통신망이 설치되고 이것이 기존 인터넷망으로 연결될 뿐이다. 따라서 우리 집안과 차 안 등 개인의 근거리 네트워크의 확장에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도 없다. 인터넷의 속도를 높이기 위한 초고속인터넷망의 확충도 정부가 아니라 민간통신업자들이 투자해 오고 있기 때문에 정부의 역할을 존재하지 않는다.

스마트도시나 스마트교통망의 표준과 소비자들이 수용할 수 있는 응용분야가 다음 정부 내에 구체화하고 표준화될 가능성도 거의 없는 아직은 이상일 뿐이다. 수년 전 유행했던 U-City 사업들이 지금 흔적도 없고, 기업들의 사물인터넷사업들이 아직은 수익성 있는 사업모델을 찾지 못해서 사업의 존폐를 걱정하는 현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사실 우리나라의 초고속 인터넷망의 보급은 이미 세계 최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속도와 보급률이 우리에 비해 턱없이 뒤진 미국 등 다른 날에서 나타나는 우버와 에어비엔비나, 거대한 핀테크 회사들과 같은 소위 유니콘기업이 탄생하지 않는 것은 인프라투자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이해집단에 포로 잡힌 정부의 규제 탓이다. 최고사양의 모바일 보급과 사용을 하면서도 원격진료는 꿈도 못 꾸는 나라에서 4차산업혁명의 사업모델이 존재할 리 없고 사업모델이 없는데 기업이 투자할 리도 없다. 전세계가 쓰고 있는 구글지도도 사용 못하는 폐쇄적 국가에서 글로벌 위치기반 서비스가 나올 리 없고, 전세계에 없는 공인인증서를 써야 하는 나라에서 글로벌 금융혁신이 있을리 없다. 사물인터넷 투자로 수많은 데이터를 수집해도 지금의 개인정보보호법 아래에서는 이 데이터를 이용해서 인공지능의 성능을 높이고 새로운 지식을 추출하는 재료로 사용할 수 없다. 그런데 지금까지 정치권은 다른 나라에서 수용되는 융복합에 의한 혁신을 수용하는 규제개혁은 커녕 새로운 규제만 쌓아가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역할이 있지 민간이 투자할 망에 대해 정부의 과제처럼 공약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에서 한참 벗어난 것이다.

유승민 의원의 공약은 근로시간단축을 위해 칼퇴근을 보장하고 일과 후 업무용 SNS 사용을 금지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이는 디지털 인프라와 지식기반 경제와는 역으로 가는 공약이다. 우리나라의 근로시간이 긴 것은 우리의 편견과는 달리 대기업의 인사관행의 후진성이 큰 원인이 아니다. 사실은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히 높은 자영업의 비중과 영세중소기업의 비중 때문에 이러한 평균노동시간이 OECD국가의 수위에 이르게 하는 원인이 더 크다. 근로를 시간과 공간을 기준으로 관리하는 것은 제조업 시대의 관행으로 스마트 노동과 모바일 노동을 하는 다른 나라에서는 이미 잊혀진지 오래다. 지식노동은 현장의 관찰과 감시로 성과를 담보할 수 없다. 그래서 미국의 많은 기업들은 이미 근로자의 고정된 좌석이 없다. 우리나라 여성의 경력단절에 의한 노동참여는 다른 나라에 비해 극히 낮다. 그리고 늘어나는 고령인구를 감안하면 스마트노동을 통해 출퇴근 없는 노동과 자신에게 필요한 시간에 노동하는 것이 더더욱 필요하다. 우리 근로자들이 앞으로 출퇴근에 버리는 사회적 낭비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높다.

늦은 시간의 업무용 이메일 사용의 금지를 검토했던 프랑스도 그 부작용으로 법제화를 하지 않고 기업과 노동자의 자율적 선택에 두고 있다는 점과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더 확대하고 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마디로 이러한 경제공약은 경제가 더 디지털화하고 스마트화는 4차산업혁명의 변화에 역행하는 공약들이다.

대선후보들은 기술변화에 부응하고 정부가 우선적으로 할 일과 시장이 할 일을 구분해서 과거식의 공급위주의 관치경제의 습성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금 남발되는 공약들은 우리 정치지도자들이 4차산업혁명의 본질과 우리 경제 문제의 핵심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지 심히 의심이 드는 유행어에 편승한 공약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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