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성폭행, 8개월 유아 살해..참혹한 로힝야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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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서북부 지역의 무슬림 소수부족인 로힝야족에 대한 미얀마 정부군의 학살과 인권유린이 전쟁범죄 수준으로 심각하다는 경고가 나왔다.
로힝야족의 비극적 참상은 지난해 4월 미얀마에서 군부독재가 막을 내리고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민주 정부가 출범한 뒤로도 달라지지 않고 있다.
유엔 인권대표사무소는 ‘보복작전’이 벌어진 라카인주에 조사팀을 파견하려 했으나 미얀마 정부에 의해 가로막혀 결국 인접한 방글라데시의 로힝야족 난민촌으로 조사팀을 보내 실태를 파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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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군, 살육· 방화· 파괴 일삼아
집단성폭행에 8개월 아기 살해까지
미얀마 "소수민족 아닌 불법이주자"
아웅산 수치 "조사하겠다, 정보 달라"
인권대표 "국제사회가 중단 촉구해야"
[한겨레]
미얀마 서북부 지역의 무슬림 소수부족인 로힝야족에 대한 미얀마 정부군의 학살과 인권유린이 전쟁범죄 수준으로 심각하다는 경고가 나왔다. 유엔은 미얀마 정부에 ‘인종 청소’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최근 미얀마 인접국 방글라데시로 피신한 로힝야 난민 204명을 인터뷰한 결과를 토대로, 미얀마 보안군과 민병대가 이른바 ‘지역 청소 작전’으로 벌이는 살육과 성폭행, 가옥 방화와 마을 파괴 등 ‘인종청소’에 해당되는 야만적 범죄 행위를 고발하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보고서가 전하는 로힝야 난민이 겪은 일은 참혹하고 끔찍하다. 인터뷰 응답자의 47%는 가족이 살해됐다고 답했고, 여성 101명 중 절반 이상은 성폭행을 당했다고 털어놨다. 한 여성은 군인 5명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하는 동안 8개월 된 자신의 아기가 살해됐다고 말했다. 또다른 여성은 군인들이 자신을 성폭행하는 것을 막으려던 5살 딸아이를 장검으로 목을 베었다고 증언했다. 보고서는 “군인들이 집에 불을 지른 뒤, 불타고 있는 집 안으로 노인과 장애인을 포함한 로힝야 사람들을 몰아넣어 몰살하기도 한 사례들도 확인됐다”고 밝혔다. 군인들은 “너희는 방글라데시인이니 (그곳으로) 돌아가야 한다”, “알라가 너희들에게 뭘 해줄 수 있느냐, 우리가 뭘 할 수 있는지 보고 있느냐”고 폭언도 내뱉었다.
자이드 라아드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젖 달라고 우는 아이를 찔러 죽일 수 있는 증오심이란 게 뭐냐, 이런 식으로 이뤄지는 국가안보라는 게 뭐냐”고 개탄했다. 그는 “국제사회가 나와 함께 미얀마 정부에 그런 군사작전을 중단하도록 촉구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한다”고 호소했다.
로힝야족은 불교국가인 미얀마 북부 밀림지대에서 이슬람교를 믿으며 일정한 주거지 없이 떠도는 소수민족이다. 미얀마 정부는 이들을 ‘소수민족’으로 인정하지 않고 방글라데시에서 넘어온 ‘불법이주자’로 규정해 철저한 배척과 탄압 정책을 펴왔다.
로힝야족의 비극적 참상은 지난해 4월 미얀마에서 군부독재가 막을 내리고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민주 정부가 출범한 뒤로도 달라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10월 서부 라카인주의 국경검문소가 습격받아 경찰관들이 숨지자, 미얀마 군부는 로힝야족 무장세력의 범행이라며 대대적인 보복작전에 나서기도 했다. 신생 문민 정부인 수치의 민족민주동맹(NLD) 정부가 아직까지 군부를 확실히 장악하지 못하고 있기도 하지만,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수치가 지난 수십년 동안 로힝야족에 대한 군대의 만행에 침묵을 지켜온 데 대해 국제 인권단체들에서도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유엔 인권대표사무소는 ‘보복작전’이 벌어진 라카인주에 조사팀을 파견하려 했으나 미얀마 정부에 의해 가로막혀 결국 인접한 방글라데시의 로힝야족 난민촌으로 조사팀을 보내 실태를 파악했다. 난민촌에는 지난해 10월 이후 넉달 새 6만6000여명이 밀려든 것으로 집계됐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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