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포괄임금제' 대응책은 쏙 빠진 유승민의 '칼퇴근법'

김지환 기자 2017. 2. 5.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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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이 ‘저녁이 있는 삶’을 위해 내놓은 ‘칼퇴근법’ 홍보를 이어가고 있다. 퇴근 뒤 상사의 카톡 지시로 스트레스를 받은 사무직 노동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정책공약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무직 노동자들의 근로계약 관행으로 자리잡은 포괄임금제에 대한 대응책은 빠져 있어 반쪽짜리 공약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5일 유 의원의 칼퇴근법 공약 내용을 보면 “퇴근 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업무지시를 하는 소위 ‘돌발노동’을 제한하겠다”는 점이 골자다. “이런 노동을 초과근로시간에 포함시켜 할증임금을 받을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유 의원은 “하늘 아래 새로운 법은 없다. 더불어민주당 신경민 의원이 관련 법 개정안을 내놓았는데 선언적 규정만 있고 할증임금으로 야근수당을 매기도록 하는 장치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연간 초과근로시간의 한도 규정, 기업에 근로시간 기록 및 보존의 의무 부과 등도 세트로 공약에 포함됐다.

문제는 공약 내용 중 포괄임금제에 대한 직접적 대응책은 빠져 있다는 점이다. 포괄임금제는 근로기준법에는 명시적인 규정이 없고 대법원 판례에 따라 실무상 인정되는 것이다. 실제 근로시간을 따지지 않고 매월 일정액의 시간외근로수당을 지급하거나 기본임금에 제수당을 포함해 지급하는 임금산정 방식이다.

이는 근로시간 측정이 어려운 직종(해외건설현장관리직원·제지회사의 양수장 관리자·아파트 경비원·보일러공·버스회사 배차원·시설관리인, 청원경찰·관광버스기사·택시기사·시외버스운전사)에 대해 근로시간이나 임금계산의 편의 등을 위해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사무직, 전문직 등 종사자에게까지도 그 적용이 확대돼 근로시간의 장기화를 고착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2009년 한국노동연구원 사업체패널조사에 따르면 전체 41.4% 사업체에서 포괄임금제가 도입돼 있다.

칼퇴근법이 국회에서 통과된다고 해도 사용자와 포괄임금제 계약을 맺은 노동자는 업무시간 외 또는 휴일에 스마트기기로 일을 해도 미리 수당이 정해져 있어 추가 보상을 받기 어렵다. 이에 2015년 말 <스마트기기 사용이 근로자의 일과 삶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낸 김기선 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실노동시간에 대한 보상의 예외인 포괄임금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했다.

민주당 장하나 전 의원이 19대 국회 때 발의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에는 “현재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 포괄산정임금계약을 제한하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처벌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유승민 대선 캠프에서 정책을 맡고 있는 이종훈 전 의원은 “포괄임금제를 악용하는 사용자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기존 대책들과 접근하는 방식이 다른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은 “연간 초과근로시간의 한도를 정하고 사용자에게 근로시간 기록 및 보존의 의무를 부과하는 방식이 포괄임금제를 금지하는 방식보다 더 효과적”이라며 “우리가 구상한 대로 규제를 하면 기업이 포괄임금 계약을 맺기 어렵고 야근도 확실히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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