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마인드맵/안미옥

2017. 2. 4. 03:3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신문]

마인드맵/안미옥

개의 눈에는 나도 흑백으로만 보일 것이다

흑백의 구름 알약들

나는 자주 심지를 잘라야 했다

그을음을 줄이는 가위

공원에 앉아 있으면

겨울이 왔고 여름이 왔다

소리 내서 우는 연습을 해봐

무릎이 벗겨질 것처럼

울부짖는 법을 배워 봐

구경꾼들은 구경하다 돌아갔다

울어야 한다고 생각하면

무엇과도

상관없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마음에도 지도가 있어서 누군가 그것을 펼쳐 보면, 몇 군데는 옛 마을로 낡아 가고 몇 군데는 신도시로 일어서겠지. 어쩌면 누렇게 번져 간 물자국만 지워진 선들 위에 황망하게 남아 있을 것이다. 그 지도를 들여다볼 수 있는 자는 자기 자신뿐이라는 것을, 그 지도의 길을 세상에서 찾는 일도 자신만의 몫이라는 것을, 이 시는 말하는 것일까?

세상은 제가 가진 색깔로 나를 칠한다. 나는 구름의 알약을 먹고 심지를 자르며 세상이 되어 간다. 그렇게 계절을 바꾸며 흐르는 시간들. 구경꾼들로 가득찬 공원에서 내가 그 무엇과도 상관없는 사람이 되는 방법은, 무릎이 벗겨지도록 우는 것밖에 없는지도 모른다. 아니, 울 수밖에 없어서 우리는 구경꾼들 속에서도 각자의 사람인지도 모른다.

신용목 시인

▶ 환경보호 하느라 샤샤샤~ 알뜰살뜰 아이디어 넘치는 당신이라면? (6월 19일까지 참여하세요.) - 저작권자 ⓒ 서울신문사 -

Copyright © 서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