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간 교육현장> 국정교과서 최종본 오류 '수두룩'

황대훈 기자 입력 2017. 2. 3.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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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저녁뉴스]

국정교과서 최종본이 지난 화요일 발표됐습니다. 교육부는 중고등학교 교과서 합쳐 760군데를 수정했다고 했지만, EBS 뉴스에서 이 최종본에 이미 검정교과서 때 오류를 지적받은 도표가 버젓이 실려 있다는 사실을 단독보도 해드렸는데요. 국정교과서를 반대해온 역사단체들의 모임인 '역사교육연대회의'는 이밖에도 수정되지 않은 오류가 수백 군데에 달한다고 지적해왔습니다. 오늘 국정교과서 최종본의 오류 전체를 집계한 자료를 공개했는데 취재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봅니다.


[스튜디오]


유나영 

오늘 공개된 국정교과서 오류, 몇 개나 됐습니까?


황대훈 

모두 653개나 됩니다. 

국정 역사교과서는 모두 세 권이죠. 

중학교 교과서 두 권과 고등학교 교과서 한 권이 있는데요. 


교육부가 이번에 자체적으로 수정한 게 이 세 권을 모두 합쳐서 760군데라고 하는데요, 

오늘 역사단체가 밝힌 오류 653개는 고등학교 교과서 한 권에만 실린 것들입니다. 


그러니까 한 권만 따져 봐도 세 권 전체를 합친 것과 맞먹는 숫자의 오류가 발견된 겁니다. 


유나영 

굉장히 많은 숫자인데요. 시대나 유형별로 따지면 어떤 부분에 오류가 많이 발견됐나요?


황대훈 

먼저 시대별로 보시면, 이렇게 고대부터 현대까지 모든 시대에 걸쳐서 오류가 발견됐고요, 

그 중에서도 특히 일제강점기에 224개가 집중됐습니다.

논란이 많이 되고 있는 현대사까지 합치면 전체 오류의 절반 정도가 이 시기에 몰린 겁니다. 

유형별로 보면, 사실 오류가 195개, 부적절한 서술이 328개, 편향된 서술이 113개, 비문이 17개입니다. 


여기서 부적절한 서술이란 건 표현 때문에 오해의 소지가 있거나, 내용이 중복됐거나, 부적절한 자료가 제시됐거나 한 부분이고요, 

편향 부분은 특정 입장을 옹호하거나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하고 미화한 서술을 말합니다. 


유나영 

어떤 오류가 있는지 한 번 구체적으로 소개해주시죠.


황대훈

간단한 사실관계 오류를 몇 개 보시면,한반도의 신석기문화가 시베리아 북방 신석기 문화와 관계가 깊다, 이런 표현이 나오는데요.


이런 내용은 과거에 일제 관변학자들이 주장했는데, 역사학계에서는 이미 30년 전에 부정된 학설이라는 지적입니다.  


또 이건 유엔 총회가 10월에 열렸다는 내용인데, 실제로는 10월이 아니라 9월에 열렸다고 하고요.

이건 비문인데요.

우리나라 최초의 국가인 고조선이 성립되었다, 언뜻 보면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국가는 나라와 같은 말이죠.

우리나라 최초의 나라, 이건 맞지 않죠. 

우리 역사의 최초의 국가, 이런 표현이 맞다는 지적입니다. 


유나영 

국정교과서에서 주로 논란이 된 부분이 일제강점기나 현대사 쪽인데, 이런 부분에서 발견된 오류는 어떤 게 있나요?


황대훈 

현장검토본 초기에도 안창호 선생 직함이 한번 틀리게 나와서 논란이 있었는데, 그저께 또 다른 직함이 잘못 올라가 있었죠.


안창호 선생 관련된 오류가 또 나왔는데요, 

보시면 안창호 선생이 쓴 '동지들에게'라는 제목의 글인데, 이게 대학 설립 운동의 일환인 것처럼 올라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글은 대학 설립 운동이 일어나기 전에 쓴 글이기 때문에 이 운동과는 관계가 없다고 합니다. 


독도 관련 오류도 있는데요.

1906년 3월이 대한 제국이 독도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는 서술이 나오는데, 실제로 보고서가 올라온 건 1906년 4월 29일이기 때문에 4월로 수정해야 된다는 지적입니다. 

이승만 정부의 부정선거 부분은 편향된 서술이란 지적인데요. 

여기 보면 1960년 대통령 선거 때 이승만 후보는 단독후보였기 때문에, 3.15 부정선거는 이승만 대통령이 자기가 아니라, 부통령을 위해서 한 일인 것처럼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역사 단체들은 이승만 대통령이 이미 단독후보가 되기 전부터 부정선거를 조직적으로 준비했었고, 부통령 당선이 아니라 본인의 압도적인 득표를 위해 선거를 지휘했던 것이기 때문에 이런 서술은 축소편향된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유나영 

역사단체에서는 600개가 넘는 오류를 전부 공개한 건가요?


황대훈 

아닙니다. 

이렇게 구체적인 내용까지 적시한 건 스무 개 정도고요, 

나머지는 공개하지 않았는데요. 

교육부가 놓친 오류를 다 알려주는 건 결국 국정교과서에 '빨간펜 역할'을 하는 것이기 때문이란 입장입니다. 

대신 교육부가 국정교과서 정책을 폐기하고, 검정교과서 개발 기간을 충분히 확보해 준다면 나머지 오류도 공개하고 좋은 교과서를 만드는 데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습니다. 


유나영 

혹시 중학교 교과서에도 오류가 많이 있을까요?


황대훈 

작년에 현장검토본이 나왔을 때 한국서양사학회장을 맡고 있는 강성호 교수가 중학교 교과서에는 오류가 1페이지에 1.5건 정도 나왔다, 합치면 400건에서 500건 정도 될 것이라고 했었거든요. 


공개되진 않았습니다만, 이번에 교육부가 수정했다고 하는 300건이 그 안에 전부 포함됐다 해도 최소 100군데에서 200군데 정도는 남아 있다고 추측해볼 수 있겠습니다. 


유나영 

잘 알겠습니다. 교육부는 올해 연구학교 학생들에게 시범 적용을 한 뒤에 교과서에 다시 최종 수정을 하겠다고 밝혔는데, 당장 올해 이 교과서로 배워야 하는 학생들이 걱정입니다. 국정교과서 이야기는 여기서 마무리하고 교육부의 대응을 기다려보기로 하고요, 어제 EBS 뉴스가 단독보도 한 교사들의 건강 실태조사 이야기 간단히 나눠보겠습니다. 이번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서 교사들의 건강 실태조사를 최초로 실시했죠. 그 전에는 이런 조사가 없었습니까?


황대훈 

특정 사안에 대해 조사한 적은 있었는데요, 


직업환경의학과에서 다른 직군의 건강과 직무환경을 분석하는 틀을 가지고 정신건강부터 질병까지 체계적으로 연구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유나영 

사실 교사도 일을 하는 사람인데 이 직군에 대한 건강 실태조사가 없었던 건 잘 이해가 되지 않는 것 같네요.


황대훈 

네, 그런데 없습니다. 


안 하고 있고요. 

교사는 편한 직종이다, 또 스승은 제자의 모든 걸 다 받아줘야 된다, 이런 생각 때문에 교육부뿐만 아니라 교사들 스스로도 교사들이 얼마나 힘든지 잘 모르고, 또 조사해볼 생각을 못했던 겁니다. 


유나영

이번 실태조사가 남기는 시사점은 어떤 게 있었나요?


황대훈 

일단 시대가 바뀌면서 교사들이 학생이나 학부모를 대할 때 고객을 대하듯이 감정노동을 하게 되는 부분이 있거든요. 


예를 들어 콜센터상담원 같은 경우에는 힘들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잖아요. 

그래서 너무 진상 고객은 끊어버릴 수 있다든가, 심한 폭언을 하면 회사에서 막아주는 보호장치들이 많이 개발됐습니다. 


그런데 교사들은 이런 장치가 없기 때문에 제일 힘들어 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매뉴얼과 보호 대책, 무엇보다 교사에게 도움이 필요하다는 인식변화가 필요하겠고요. 

연구진은 제일 큰 문제가 교사들의 '개별화'가 심해졌다고 분석합니다. 


원인으로는 주로 교원평가제 같은 경쟁적인 제도가 지적이 되는데 이런 교육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할 때 좀 더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가령 평가가 떨어지는 교사들은 지금 강제연수를 가야하는데요, 

이게 낙인이 되기 때문에 자존감이 더 떨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좋은 평가를 잘 받은 교사들이 가는 연수와 평가가 떨어지는 교사들이 가는 연수를 섞어서 자존감이 상하지 않으면서도 서로가 배우고 발전하게 유도하는 식을 전문가들도 제안을 합니다. 

이렇게 교육 정책이 교사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면밀히 살피는 게 실질적으로 교육의 질을 높이는 결과를 낳는다는 겁니다. 


유나영 

네, 황대훈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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