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카오 계열사, 삼성보다 많네

조재희 기자 입력 2017.02.03. 03:02 수정 2017.02.03.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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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로 출발한 인터넷 기업들, 인수·分社로 대대적 확장 중]
- 카카오 60개·네이버 21개
인터넷·IT 등 주력분야에 집중, 오너 지분은 많지 않은 게 특징
- 계열사 간 순환출자는 없어
전문가 "발전하려면 당연한 일" "대주주 견제 장치 필요" 지적도

'58 대 60'. 앞은 재계 1위 삼성그룹, 뒤는 메신저 서비스 '카카오톡'으로 잘 알려진 카카오의 작년 9월 말 국내 계열사 숫자다. 자산 규모에서 70배가 많은 세계적 기업 삼성그룹보다 포털·메신저 등을 서비스하는 IT(정보 기술) 회사 카카오의 계열사가 더 많다. 10대 그룹 중에서도 카카오보다 계열사가 많은 곳은 지역 유통 법인이 많은 롯데SK·LG·GS그룹 넷뿐이다. 네이버도 국내 계열사가 21곳에 이른다. 과거 문어발식 확장을 해왔던 대기업들이 계열사를 줄이고 지배 구조를 단순화하는 것과 달리, 벤처에서 출발한 인터넷 기업들은 거꾸로 대대적 확장에 나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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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분사로 몸집 불려

카카오와 네이버는 웹툰 등 신시장 개척을 위해 콘텐츠, 소셜미디어, R&D(연구·개발) 분야에서 외부 기업 인수와 분사(分社)를 계속하며 계열사 수를 크게 늘렸다. 카카오는 계열사 대부분을 카카오 또는 카카오의 자회사인 케이벤처그룹이 지배한다.

카카오는 지난해엔 1월 SK플래닛으로부터 콘텐츠·연예 기획사 로엔엔터테인먼트를 1조8700억원에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M&A(인수·합병)를 이어갔다. 게임 업체 피플러그, 빅데이터 분석 기업 넘버웍스를 샀고, 농업 회사 팜잇, 연예 매니지먼트 문화인 등을 설립했다. 앞서 다음커뮤니케이션과 합병한 직후인 2014~2015년에도 알림장 앱(응용 프로그램) 업체 키즈노트, 중고 전자 기기 거래 업체 셀잇, 내비게이션 앱 '김기사'로 유명한 록앤올 등을 잇따라 사들였다.

네이버도 2015년 기업용 웹오피스 업체인 웍스모바일을 분사하고, 지난해엔 동영상 기반 소셜미디어 스노우를 별도 회사로 만들었다. 새해 들어선 R&D 조직인 네이버랩스를 자회사로 떼어냈다. 네이버는 2013년 게임 부문을 분할해 몸집을 가볍게 한 뒤 내부 사업을 연달아 분사하며 자회사, 손자회사를 확대하고 있다.

IT 분야에 집중 카카오와 네이버의 몸집 불리기가 과거 대기업의 계열사 확장과는 다른 점도 있다. 인터넷과 IT 등 주력 분야에 집중된 것이 가장 큰 차이다. 고급 외식업처럼 본업과 동떨어진 분야는 별로 없다. 네이버가 내부에서 분사한 사업은 물론, 카카오가 인수하거나 세운 기업은 대부분 기존 사업인 온라인 메신저, 포털 등을 바탕으로 한다. 카카오페이지를 운영하는 포도트리, 게임 전문 업체인 엔진(현 카카오게임즈) 등이 대표적이다.

계열사 간 순환 출자가 없고 지주회사 체제로 계열사를 확대하는 것도 다르다. 네이버의 자회사, 손자회사에 대한 지분율은 대부분 100%에 육박한다. 사실상 사업 부서와 같은 개념이다. 창업자인 이해진 의장의 지분이 있는 계열사는 거의 없다. 일본 자회사 '라인' 지분은 이해진 의장이 라인 성장에 기여한 몫으로 받은 스톡옵션(주식 매수 청구권)이다. 계열사가 더 많은 카카오는 오너인 김범수 의장의 개인 회사 케이큐브홀딩스와 케이벤처그룹, 케이큐브벤처스 등 중간 지주회사 격인 회사들이 있다.

계열사 숫자로 지배 구조 평가할 수 있나

전문가들은 인터넷 기업들이 공격적 경영으로 계열사를 늘리는 것 자체를 비판할 수 없다는 평가다. 노상규 서울대 교수(경영학)는 "기업이 진화하고 살아남기 위해선 투자를 해야 한다"며 "그런 차원에서 계열사 확대는 오히려 칭찬할 일"이라고 말했다. 고동수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IT 기업으로선 자율주행차, AI(인공지능) 등 앞으로 진출해야 할 방향이 무궁무진하다"며 "계열사가 상속을 위해 이용되거나 자유로운 경쟁을 해치는 것이 아닌 한 계열사가 10개이건, 60개이건 큰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해 대기업 규제 기준이 자산 5조원 이상에서 10조원 이상으로 높아지면서 IT 대기업이 감시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지적도 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무역학)는 "기업 성장을 막는 출자 기준은 10조원으로 높이더라도 기업 정보를 알리거나 대주주가 이익을 챙기는 행위를 막기 위한 기준은 5조원을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