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불상의 기구한 운명

최두선 2017. 2. 1.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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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으로 건너가 600여년 간 떠돌다가 우여곡절 끝에 본가인 충남 부석사로 돌아가려던 고려 불상의 ‘귀가’에 제동이 걸렸다.

소유주로 추정되는 부석사로 돌려줘야 한다는 대전지법 1심 재판부의 판결이 나왔지만 이 불상을 부석사로 인도되지 않도록 해 달라는 검찰의 신청을 또 다른 재판부가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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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서 온 금동관음보살좌상

1심서 부석사 인도 판결 불구

檢 강제집행정지에 일단 제동

문화재청 관리 하에 놓여져

문화재청이 보관 중인 금동관음보살좌상. 문화재청 제공

일본으로 건너가 600여년 간 떠돌다가 우여곡절 끝에 본가인 충남 부석사로 돌아가려던 고려 불상의 ‘귀가’에 제동이 걸렸다. 소유주로 추정되는 부석사로 돌려줘야 한다는 대전지법 1심 재판부의 판결이 나왔지만 이 불상을 부석사로 인도되지 않도록 해 달라는 검찰의 신청을 또 다른 재판부가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1일 대전고검 등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대한불교 조계종 부석사가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금동관음보살좌상 인도 청구소송에서 대전지법 민사12부가 원고 측의 손을 들어주자 검찰이 항소와 함께 불상을 부석사로 즉각 인도하라는 법원의 가집행에 대한 강제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이에 대해 대전지법 내 다른 재판부는 같은 달 31일 검찰의 신청을 인용하고, 이 결정 내용을 검찰에 통보했다. 강제집행정지 효력 시한은 항소심 판결 때까지다.

검찰 관계자는 “판결 확정 전 부석사로 불상을 인도하면 불상 훼손, 도난 등의 우려가 있는 데다 항소심이나 대법원에서 판결이 뒤집혔을 때 불상 회수도 어려울 수 있다”며 “대전지법 내 다른 재판부는 불상 관리를 민간이 아닌 국가가 하는 게 맞다고 본 것”이라고 밝혔다.

부석사는 강력 반발하면서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부석사 원우 주지스님은 “재판부가 1년 가까이 심사 숙고해 결정했다. 같은 법원의 다른 재판부가 번복하고, 검찰은 앞으로 판결이 번복되면 불상을 환수하지 못할 수 있다고 하는데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며 “변호사와 상의해 가능한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로써 낯선 타국 땅을 떠돌다가 600여년 만에 집으로 돌아가려던 불상의 부푼 꿈은 당분간 보류됐다. 14세기 초반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불상은 쓰시마(對馬)섬 간논지(觀音寺)에 보관돼 있던 것을 2012년 10월 한국 절도범들이 훔쳐 한국으로 반입했다. 부석사 신도들은 이 불상이 왜구에 약탈당해 일본으로 반입됐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한국 법원은 2013년 2월 반환중지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어 불상 인도 청구소송 1심 판결에 따라 부석사는 일단 수덕사로 옮겨 보관키로 하고, 조계종과 문화재청, 수덕사, 경찰 등과 이송방법, 일정 등을 협의하려 했다. 뜻하지 않게 절도범에 의해 가까스로 고국땅을 밟아 이제 집으로 돌아가려던 불상은 또다시 문화재청의 관리 하에 기다려야 하는 기구한 운명을 맞았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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