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뉴스] "정치교체" 불사르려다..정치인 반기문의 20일

박용필 기자 2017. 2. 1.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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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일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귀국과 동시에 “정치교체를 하겠다”며 대선 출마 의지를 밝힌 지 20일 만이다. ‘대선 후보’ 반기문의 20일 간을 간략히 정리했다.

■1월11일-귀국하자마자 논란에 휩싸이다

귀국한 반기문 전 유엔총장이 12일 서울역에서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귀국길에 오르면서부터 논란에 휩싸였다. 미국 현지 시간으로 11일 오전 미국 뉴욕 JFK공항에서 한국행 항공기에 탑승한 반 총장은 ‘설렌다’는 귀국 소감을 밝혔다. 그보다는 하루 전 불거진 동생과 조카의 뇌물 혐의 기소 건에 대한 논란이 더 이슈가 됐다. 반 전 총장의 동생인 기상씨와 그의 딸 주현씨가 베트남에 있는 경남기업의 복합빌딩 매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브로커를 통해 중동 관리에게 뇌물을 주려한 혐의로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에 기소됐다.

▶관련기사: 반기문 귀국길 올라, 동생과 조카 기소 “당황스럽고 민망스럽다”

■1월12일-“정치교체 하겠다”, 기자들은 한·일 위반부 합의 극찬 발언 질문

반기문 전 UN사무총장과 유순택 여사가 12일 인천국제공항에서 공항철도를 타고 서울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반 전 총장은 기자회견에서 “정권교체가 아니라 정치교체가 이뤄져야 할 때”라며 대선 출마를 공식화했다. 그러나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그의 출마 선언보다는 과거 한·일 위안부 합의를 극찬했던 발언이 더 주목을 받았다. 앞서 반 전 총장은 위안부 합의 직후 “대통령이 비전을 갖고 올바른 용단을 내린 데 대해 역사가 높게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당시 발언에 대해 “오랫동안 현안이 된 문제가 합의된 것에 대해 환영한 것이었다”며 “다만 궁극적인 완벽한 합의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한을 풀어주는 수준이 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승용차가 아닌 대중 교통인 공항철도를 통해 귀가했다. 그러나 공항철도 발권기에 2만원을 넣으려 한 사진이 찍히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관련기사: 반기문 “정권교체 아니라 정치교체 필요...제 한 몸 불사를 각오 있다“
▶관련기사: 반기문 “위안부 할머니 한 풀어줘야 완벽한 합의”...“역사가 높게 평가할 것”이라더니...

■1월13일-피선거권 논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부인 유순택씨가 지난 13일 오전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 현충탑에 헌화 분향하며 참배하고 있다. / 정지윤 기자

귀국 하루 뒤인 13일에는 반 전 총장의 피선거권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국내에서 5년 이상 거주해야 한다’는 선거법 규정 상 외국에 머물고 있었던 반 전 총장에 피선거권이 있느냐는 논란이 일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선거일 현재 5년 이상의 기간을 국내에 거주한 사실이 있는 40세 이상의 국민은 국내에 계속 거주와 관계없이 피선거권이 있다”며 반 전 총장의 피선거권이 유효하다는 유권 해석을 내놨다.

한편 이날 반 전 총장은 국립협충원을 찾아 이승만·박정희·김대중 등 전직 대통령들의 묘역을 참배했다.

▶관련기사: [‘반기문의 정치’ 첫발]선관위 “국내 계속 거주 안 해도 피선거권 유효”

■1월15일-사드 배치 찬성으로 다시 논란

반 전 총장은 15일 한반도‘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에 대해 “한반도 현실이 거의 준전시 같은 상황이기 때문에 정부가 그런 조치를 취한 것은 마땅하다”고 밝혔다. 사실상 사드 배치에 정부 입장대로 찬성 의견을 낸 것이다. 16일에는 “사드 배치 반대는 님비 현상의 일종”이라는 발언도 했다. 이에 대해 박원순 서울 시장은 “사드는 수도권 방위에 도움이 안된다”며 즉각 비판했다.

▶관련기사: 반기문 “한반도는 준전시상황···정부의 사드배치 조치는 마땅한 것”

■1월16일-“이렇게 돼 안타깝다”

16일 부산 깡통시장에서 어묵을 먹고 있다. /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반 전 총장은 16일 박근혜 대통령과 전화통화에서 “직접 찾아뵙고 인사드려야 하는데, 상황이 이렇게 돼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짜고 치는 고스톱이네. 죽이 잘 맞는 것 같다”며 “이렇게 되면 우리하고 멀어질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안철수 전 대표 역시 “반기문 주변에 MB의 사람들이 있다”며 “연대는 곤란하다”고 했다. 이 전까지 국민의당은 반 전 총장이 입당할 가능성이 있는 정당 중 한 곳으로 꼽혔었다.

그러나 이날 반 전 총장은 “당이 없어서 손바닥으로 땅을 긁고 있다”며 여전히 기존 정당에 입당 의사가 있음을 밝힌다.

▶관련기사: 반기문 “이렇게 돼 안타깝다” 박 대통령에 전화
▶관련기사: 박지원, 반기문-박 대통령 통화에 “이러면 우리와 멀어질 수 밖에”

■1월17일-배신자·중도 코스프레 논란 속 봉하마을·팽목항 방문

17일 반기문 전UN사무총장이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고(故)노무현 전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기 위해 차량에서 내리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반 전 총장은 17일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과 세월호참사 희생자 분향소를 잇따라 방문했다. 중도·진보층을 겨냥한 일정을 소화한 것이라는 시각, ‘중도 코스프레’라는 말도 있었다. 특히 봉하마을 방문엔 ‘야권 달래기’ 의도도 깔려 있었다는 분석이다. 반 전 총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 대통령 외교보좌관과 외교통상부 장관을 거쳤지만 2009년 노 전 대통령 서거 때 조문을 하지 않아 ‘배신자’라는 공격을 받았었다.

▶관련기사: 봉하마을 간 반기문 “노 대통령 유업 기리겠다” 중도 코스프레

■1월18일-“나쁜 놈들” “이 충렬공”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8일 ‘청년과 대한민국의 미래’라는 주제로 강연하기 위해 광주 동구 조선대학교에 도착하자 학생들이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이날 반 전 총장은 자신의 위안부 합의 관련 발언에 대한 취재진들의 계속되는 질문에 불편한 심경을 내비쳤다. “이 사람들이 와서 그것(위안부 합의)만 물어보니까. 내가 마치 역사에 무슨 잘못을 한 것처럼. 나쁜 놈들이에요”라고 말하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다.

또 이날 광주 조선대학교에서 가진 첫 공개 강연에서 반 전 총장이 ‘이 충무공’을 ‘이 충렬공’으로 잘못 말했다는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관련기사: 박지원 “국민의당, 반기문을 향한 문? 거의 닫았다”
▶관련기사: 언론에 발끈한 반기문 “계속 위안부 합의 물어본다…나쁜 놈들”
▶관련기사: “이 충렬공” 두번 반복해 놓고 “고경명 말한 것”…반기문 ‘조선대’ 발언 진실은?

■1월19일-MB를 만나다…녹색성장 칭송으로 또 입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9일 서울 대치동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무실에서 이 전 대통령과 만나 인사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도로 MB’ 논란 속에 반 전 총장이 19일 MB를 만났다. 반 전 총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에 “녹색성장 정책을 통해 기후변화에 대응 해오신 점을 잘 알고 있고, 감사드린다”고 했고, 이명박 전 대통령은 반 전 총장의 등을 토닥이면서 “화이팅”이라고 말했다. 이 만남을 두고 이재명 성남 시장은 “반기문은 도로 이명박”, “녹조라떼가 녹색성장이라니” 같은 반응을 보였다.

▶관련기사: MB 만난 반기문 “녹색성장 정책 성과” 인사에 MB ‘토닥토닥’

■1월24일 “새똥 맞은 기분”

신천지 관련단체 세계여성평화그룹 김남희 대표와 만난 반기문 사무총장. 영상 캡쳐

반 전 총장은 지난해 12월 신천지 관련단체로 알려진 단체 대표와 악수하는 동영상이 유투브에 공개된 것 과 관련해 24일 “새 똥 맞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이 말은 이날 오전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을 예방해 신천지 논란과 동성애 관련 입장 표명을 요구받고 한 답이다. 반 전 총장은 “신천지 문제는 저와 무관하다”며 “그냥 새가 하늘 가다가‘쫙’ 하는거에 맞은 기분이다”고 답했다

▶관련기사: 반기문, 신천지 동영상 논란에 “새똥 맞은 기분”

■1월25일-대통령이 영어 정도는 해야?…대선 전 개헌 ‘빅텐트’ 론도 펼치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25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정지윤기자

“솔직히 우리 (역대) 대통령들 중에 불편 없이, 통역 없이 외국 지도자와 대화할 수 있는 분이 몇분이나 될까?”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25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다자회의에서 영어 잘하는 대통령이 없어서 안타깝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는 자신이 쌓은 국제적 인맥이 국정 운영에 도움이 될 거라는 점을 강조하는 와중에 나온 말이다.

또 이날 토론회에서 그는 ‘대선 전 개헌’을 강조하며 ‘빅텐트’ 구축의 불을 당겼다. ‘빅텐트’란 ‘대선 전 개헌’이라는 깃발 아래 ‘제3 지대’를 구축해 반문·비문·비박을 흡수한다는 전략으로 알려졌다.

▶관련기사: 반기문 “통역 없이 외국정상과 대화할 수 있는 분이 몇 분?···안타깝다”
▶관련기사: 반기문 “대선 전 개헌, 정치교체 필수 요소”

■1월26일-’개헌’ 아래 ‘빅텐트’

반 전 총장은 26일 서울 효창동 백범기념관에서 김형오 전 국회의장과 만났다. ‘대선 전 개헌’이라는 깃발 아래 ‘제3 지대’를 구축하겠다는 이른바 ‘반기문 빅텐트’ 구축을 위한 행보였다. 이를 통해 야권 비문, 여권 비박을 아우르고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를 고립시킨다는 계획이었다. 반 전 총장은 이 즈음 개헌론자인 민주당 김종인 전 비대위 대표, 정의화 전 국회의장 등과도 접촉했다.

▶관련기사: “당 다른 건 문제 아냐” 반기문 ‘3지대’ 세일즈

■1월30일-빅텐트 접나?

반 전 총장 측은 30일 “빅텐트는 잠정 유보”라고 했다. 야권 인사들이 반 전 총장의 모호한 행보, 이명박계가 주축인 캠프 면면을 문제 삼아 연대에 선을 그은 것이 원인이었다. 더구나 반 전 총장에 대한 지지율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면서 빅텐트 시나리오는 사실상 폐기 수순에 접어들었다.

▶관련기사: 반기는 데 별로 없는 반기문, 빅텐트 접나
▶관련기사: [이대근의 단언컨대]반기문에게 정계은퇴를 권한다

■1월31일 -“성숙한 민주주의 표현”이라더니 20일도 안돼 “촛불 민심, 좀 변질된 듯”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31일 오후 서울 마포 트라팰리스에서 개헌 관련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반 전 총장은 31일 모든 정당·정파 대표들이 참여하는 개헌추진협의체 구성을 공개 제안했다. 지지율 하락, “반 전 총장과 함께하지 않겠다”는 야권 거부 등으로 폐기수순에 접어든 빅텐트 불씨를 되살리기 위한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

또 이날 반 전 총장은 “촛불을 든 광장 민심이 초기보다 약간 변질된 면도 없지 않다”고 발언했다. ‘촛불 민심에 대한 해법’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 같이 말한 것이다.그러나 이는 지난 12일 귀국 직후 “(사무총장 때 촛불 집회에 대해) 자랑스럽게 얘기했다” “성숙한 민주주의의 표현”이라던 발언과는 배치되는 것이어서 논란이 일었다.

▶관련기사: 속 타는 반기문 “모든 정파 대표들 개헌협의체 구성하자”
▶관련기사: 말 바꾸는 반기문 “촛불 민심, 약간 변질됐다”

■2월1일-“정치교체 뜻 접겠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권호욱 선임기자

그리고 1일 반 전 총장은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러면서 “가짜뉴스와 인격살해에 가까운 음해, 가족과 유엔 명예에 큰 상처”가 됐다고 말했다. 그리고 “유엔 사무총장으로서의 경험과 국제적 자산을 바탕으로 나라의 위기를 해결하고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위해 어떠한 방법으로든지 헌신하겠다”고 했다.

▶관련기사: [반기문 불출마회견 전문]“가짜뉴스와 인격살해에 가까운 음해, 가족과 유엔 명예에 큰 상처”

<박용필 기자 phi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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