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정치는 이런 것인가..너무 순수했다"

참모들도 모르게 불출마 준비.."미안하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1일 국회 정론관에서 대선 불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7.2.1/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서송희 기자 = 유력 대권 잠룡이었지만 불출마 선언을 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1일 참모들에게 거듭 사과하며 현실 정치의 한계를 느꼈다고 털어놨다.

이날 반 전 총장 측은 공식 자료를 통해 "순수하고 소박한 뜻을 가지고 시작했는데 너무 순수했던 것 같다"는 반 전 총장의 말을 전했다.

반 전 총장은 기자회견 직후 마포 사무실로 돌아와 실무진, 참모들과 인사를 나누며 "정치인들은 단 한사람도 마음을 비우고 솔직히 이야기 하는 사람이 없더라. 정치는 꾼에게 맡기라고도 하고 당신은 꾼이 아닌데 왜 왔느냐고 하더라"라며 "정치가 정말 이런 건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반 전 총장은 "정치인들의 눈에서 사람을 미워하는게 보이고 자꾸만 사람을 가르려고 하더라"라며 "표를 얻으려면 '나는 보수쪽'이라고 확실하게 말하라는 요청을 너무나 많이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말하자면 보수의 소모품이 되라는 것과 같은 이야기"라며 "보수만을 위해서 일하는 사람은 대통령의 자격이 없다. 나는 보수이지만 그런 이야기는 내 양심상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실무진에게 "여러분을 너무 허탈하게 만들고 실망시켜 드려 너무 미안한 마음"이라며 "오늘 새벽에 일어나 곰곰이 생각하고 고민한 끝에 발표문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요한 결정을 하면서 여러분과 미리 상의하지 못해서 너무 미안하다. 아마 한 사람이라도 상의를 했다면 뜯어 말렸을 것이 분명하다"며 "한 발 더 디디면 헤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반 전 총장은 참모들과의 인사를 마친 뒤 그동안 도와주신 사람들에게 감사 전화를 하며 대권행보를 마무리했다.

song6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