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가짜뉴스 우리도 안전하지 않다

오대석 입력 2017. 2. 1. 17:00 수정 2017. 2. 1.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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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 선거를 뒤흔든 가짜뉴스가 국내에서도 고개를 든다. 올해 대선을 앞두고 각 당 후보가 대선 행보를 시작하면서 비방, 흑색선전용 가짜뉴스가 속속 등장한다. 국내는 주요 포털이 기사 노출 제휴와 관리를 하는 구조상 해외보다 유통이 쉽지 않다. 그러나 메신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단기간 빠르게 확산,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님을 실감케 한다. 사후 대응책뿐만 아니라 사회 합의와 검증기관 마련 등 예방책이 필요하다.

가짜뉴스는 지난해 말부터 국내에서 정치 파장을 일으켰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대선 출마를 신임 유엔 사무총장이 반대한다는 보도가 대표 사례다. 언론사, 정치인 등이 언급하며 확산이 촉진됐다. 피해 대상도 여야를 가리지 않는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200톤에 이르는 금괴를 비자금으로 조성했다는 허위 사실에 시달렸다. `해외 유명 정치학자 촛불집회 비판` 등 진위 여부를 직접 확인하기 어려운 외신으로 둔갑, 이용자를 교묘히 속이는 경우가 많다.

국내 가짜뉴스 유통 행태는 미국 대선 등 해외 사례와 다른 양상을 보인다. 해외는 대량 트래픽을 통한 수익, 정치 목적 등 다양한 이유로 생산된다. 그러나 국내는 대부분 특정 정치 입장에 있는 집단이 상대를 비방하기 위해 생산하는 경우가 많다고 미디어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국내 양대 뉴스 유통 채널인 네이버와 다음에서 가짜뉴스 사이트가 뉴스로 직접 올라오기는 어렵다. 뉴스제휴평가위원회를 통해 검증된 제휴사의 기사만 뉴스로 노출되기 때문이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 내정자가 직접 “네이버 뉴스에서 가짜뉴스 사이트가 노출되는 것은 불가능하다”라고 자신할 정도다.

그러나 SNS, 개별 인터넷 커뮤니티, 메신저 등 포털보다 폐쇄된 환경을 이용해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경우가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 구글과 페이스북은 오픈 플랫폼 특성상 누구나 원하면 입점해 뉴스를 노출시킨다. 지난해 말 미국 대선 과정에서 가짜뉴스 유통에 시달렸다. 두 회사 모두 공신력 있는 제3 인증기관에서 기사 진위 여부 확인 후 라벨을 붙이는 방식으로 피해를 최소화하기 시작했다. 필터링 알고리즘 고도화 작업에도 착수했다. 국내에는 제3의 뉴스 인증기관이 없어 적용이 쉽지 않다.

높은 모바일 보급률과 패러디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한 제작 간소화 등으로 누구나 가짜뉴스 생산이 가능해졌다. 척박한 국내 미디어 환경도 가짜뉴스 확산에 기여한다. 속보 경쟁과 자극하는 기사로 트래픽 증가를 유도하는 과정에서 정확한 사실 확인에 실패할 경우 인터넷 상 허위 정보가 뉴스로 재생산되는 결과를 빚는다.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1일 “네이버에 검색되는 언론사가 600곳이 넘을 정도로 난립하면서 과다 경쟁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1인 미디어 시대 도래 등도 가짜뉴스 유통을 촉진하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올해는 대선이 있어 가짜뉴스가 확산될 우려가 크다. 사실과 거짓이 섞여 있는 경우 확인에 시간이 걸려 가려내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정치 공방이 맞물리는 상황에서 뉴스 유통 플랫폼이 스스로 판단하는 게 부담이 된다. 한 교수는 “선거 기간은 가짜뉴스에 가장 취약한 때여서 주의가 요구된다”면서 “나중에 가짜로 밝혀지더라도 선거가 끝나면 이미 상황이 종료돼 피해를 구제하기 어렵다”라고 덧붙였다.

가짜뉴스의 심각성을 절감한 해외에서는 대응책 마련 움직임이 활발하다. 세계신문협회와 미국 하버드대 니먼언론연구소는 가짜뉴스 확산 문제를 올해 주목할 저널리즘 이슈로 선정했다. 팩트 체킹 단체 `풀팩트(Full Fact)`는 올해 안에 뉴스 검색 때 판단하는 모바일 앱을 개발하기로 했다. 독일은 9월 총선을 앞두고 가짜뉴스를 24시간 안에 처리하지 않으면 페이스북 측에 최대 50만유로의 벌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가짜뉴스 피해를 인지하고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달부터 전국 17개 시·도에 단속 팀을 특별 편성, 운영하고 있다. 더민주는 지난해 11월 `유언비어 신고센터`를 통해 가짜뉴스 등 허위 사실 유포를 통한 예비 후보 공격 신고를 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사후 규제만으론 한계가 있다. 모바일과 SNS를 이용한 빠른 전파 속도를 감안하면 피해를 완벽히 구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정치 이익을 노린 허위 사실 유포에 동조하지 않는 정치 문화 형성과 교육 마련도 필요하다. 표현의 자유와 가짜뉴스 유통에 대한 사회 합의도 필요한 시점이다. 언론사 내외부에서 체계를 갖춘 사실 검증 시스템 마련이 요구된다.

양승함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제도만으로 가짜뉴스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가짜뉴스에 대한 정의와 대책 마련을 위한 사회 합의를 바탕으로 건전한 뉴스 소비 문화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오대석기자 od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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