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세월호 대형 인명 피해 알고 있었다

선대식,권우성 2017. 2. 1.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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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탄핵 심판 10차 변론] 헌법재판관들, 김규현 외교안보수석에게 따져 물어

[오마이뉴스 글:선대식, 사진:권우성]

박근혜 대통령 쪽의 완벽한 작전 실패였다.

대통령 대리인단은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세월호 참사 당시 적절한 대응을 했다는 증언을 이끌어내기 위해 현직 청와대 수석을 헌법재판소 증인대에 세웠다. 하지만 오판이었다.

증인 신문 과정에서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세월호 참사 초기부터 언론의 '전원 구조' 오보와 관계없이, 최소 100여 명의 인명 피해 가능성을 인지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특별한 대응을 하지 않았다.

이는 지금껏 객관성을 유지했던 헌법재판관들이 증인에게 따져 물어 밝혀낸 것이다. 또한 이날 증언은 대통령 대리인단이 재판부에 제출한 내용과도 크게 어긋나는 것이다.

[강일원 재판관] 박 대통령, 대형 인명 피해 가능성 인지

▲ 탄핵심판 주심 강일원 재판관 박한철 헌재소장이 퇴임한 가운데 이정미 권한대행 등 8명의 재판관이 참석한 가운데 1일 오전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10차 공개변론이 열렸다. 탄핵심판 주심 강일원 헌법재판관.
ⓒ 권우성
1일 오전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대통령 탄핵 심판 10차 변론에 김규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비서관이 나왔다. 그는 세월호 참사 당시 국가안보실 1차장으로서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을 보좌했다. 대통령 쪽과 국회 쪽의 신문이 끝난 후, 헌법재판관들이 그에게 질문을 했다. 

강일원 재판관 : "(세월호 참사 당일) 증인도, 정호성 증인도 전원 구조됐다는 TV 보도를 보고 '안심했다'고 말했다. TV 보도 말고 정식 국가 보고 체계를 통해서도 전원 구조됐다는 잘못된 보고가 올라온 적 있었나?"
김규현 수석 : "전원 구조는 언론에서 나온 것 같다. 해경 상황실에서 공식 보고를 받았다." 
강일원 :  "어떤 보고 받았나?"
김규현 : "(오후 1시쯤, 당초 178명 구조에서) 190명 추가로 구조됐다는 보고를 받았다. 텔레비전을 보고 대통령께 보고 드린 것은 아니다."
강일원 : "(190명) 추가 구조가 잘못된 보고임은 언제 보고 받았나?"
김규현 : "오후 2시 25분경 보고받았다."

이에 강일원 재판관은 지난해 12월 14일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한 김장수 전 실장의 발언을 언급했다. 김장수 전 실장은 "참사 당일 오전 11시 23분 박 대통령에게 구조되지 않은 인원이 실종되거나 선체에 잔류했을 가능성이 있는 점을 보고했다"라고 밝혔다.

강일원 재판관 : "착오로 드러났지만 실제 190명을 추가로 구조했다해도, 전원구조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나?"
김규현 : "100여 명이 배 안에 있었기 때문에 상황의 심각성을 알고 있었다."

김규현 수석의 이 같은 발언은 지금까지 박 대통령 쪽의 입장과 크게 배치되는 것이다. 앞서 대통령 대리인단이 재판부에 제출한 '세월호 7시간' 관련 자료에 따르면, 박 대통령이 초기 대응에 미흡했던 이유로 언론 오보를 언급했다.

또한 이 자료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오후 2시 23분 190명 추가 구조가 잘못된 것임을 확인했다. 이어 2시 50분 김장수 실장으로부터 승객 대부분이 구조되지 않아 인명 피해가 심각하다는 보고를 받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방문을 지시했다.

하지만 김규현 수석의 증언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이미 오전 중에 최소 100여 명의 승객이 구조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특히, 박 대통령은 김장수 실장의 보고 직전 오전 10시 49분 선체가 전복됐다는 보고를 받은 바 있다. 결국 심각한 인명 피해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은 오후 2시 50분까지 특별한 대응을 하지 않고 계속 관저에 머물렀던 셈이다.

강일원 재판관은 박근혜 대통령과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이 최순실씨에게 기밀 자료를 유출한 것과 관련해 김규현 수석으로부터 박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언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강 재판관은 "기밀 유출은 적절하지 않은 것 아니냐"고 물었고, 김규현 수석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이진성 재판관] 박 대통령, 선체 진입 불가 인식 없었다

이진성 헌법재판관도 세월호 참사 당시 박 대통령의 대응을 따져 물었다. 그는 "(방송의) 전원 구조 보도가 오보임이 오전 11시 30분부터 밝혀지고 있었는데, (박 대통령은) 전원 구조가 잘못됐다는 것을 오후 2시 25분쯤에서야 인지했다. 정확한 상황 파악을 안 하고 있었던 것 아니냐"고 물었다. 김규현 수석은 횡설수설하면서 정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이진성 재판관은 "그때까지 (청와대 위기관리센터) 상황실은 무엇을 했느냐"고 묻자, 김규현 수석은 "190명 추가 구조와 관련해서, 해경의 추후 보고가 없었다"라고 얼버무렸다.

이 재판관은 또한 오후 5시 15분 박 대통령이 중대본에서 한 발언을 문제 삼았다. 박 대통령은 당시 구조 인력의 선체 진입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는데도, "특공대의 작업은 어떻게 되고 있나", "구명조끼 입은 학생을 발견하기 힘드나"처럼 선체 내 구조 상황을 언급했다.  

이진성 : "상황실에서는 특공대든 다른 구조인력이 선체 안으로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파악 못했나?"
김규현 : "추후에 조사를 통해 알게 됐다." 
이진성 : "결국 증인의 주장은 피청구인(대통령)이 중대본에 방문했을 당시에 선체 진입이 불가능하다는 데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는 주장인가?"
김규현 : "네. 그렇게 알고 있다."

[김이수 재판관] 박 대통령, 왜 상황실에 안 갔나?

▲ 대심판정 빈자리 하나 박한철 헌재소장이 퇴임한 가운데 이정미 권한대행 등 8명의 재판관이 참석한 가운데 1일 오전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10차 공개변론이 열리고 있다.
ⓒ 권우성
김이수 재판관은 공개적으로 박 대통령의 초동 대처를 지적했다.

"제 생각에는 대통령이 적어도 오전 10시에 (국가안보실) 보고를 받고, 그 다음에 오전 10시 15분 (김장수) 국가안보실장과 통화하고, 10시 30분에 해양경찰청장과 통화해서 특공대를 투입하라고 했다. 그렇다면 적어도 (청와대) 위기관리센터 상황실에 나와야 하는 거 아닌가?"

김규현 수석은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간다는 생각을 못했다"고 답했다.

김이수 재판관은 "국가위기 상황에서 대통령의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래야 국민이 안심한다"라고 지적했다. 김규현 수석이 "대통령이 진두지휘할 상황이라는 인식이 없었다"고 하자, 김 재판관은 "470여 명이 탄 배가 침몰하고 있는데, 이를 위기 상황이라고 보지 않은 것이냐"라고 재차 따져 물었다. 김 수석은 "계속 구조상황을 보고 드렸다"면서 답을 피했다.

김이수 재판관은 또한 "대통령이 당시 본관에서 근무했다면 (위기 상황임을) 인식하는 시점이 빨리질 수 있지 않았겠느냐"라고 묻기도 했다. 대통령 대리인단은 '관저 집무실'이라는 개념을 동원해,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당일 관저에서 정상적으로 일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규현 수석이 "차이가 없었으리라고 본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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