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사진·친재벌 서술 빠지고..'5·16혁명공약' 살리고

최민지 기자 2017. 2. 1.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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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교과서 최종본 독재 미화 여전..역사학계 "국정교과서 폐기해야"

[머니투데이 최민지 기자] [국정교과서 최종본 독재 미화 여전…역사학계 "국정교과서 폐기해야"]

교육부와 국사편찬위원회가 내년부터 적용할 한국사(고교) 교과서를 만들기 위해 제작한 원고본·개고본·현장검토본·최종본은 모두 독재정권 미화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짧은 수정 기간을 거치며 박근혜 대통령의 사진 등이 삭제됐지만 박정희 전 대통령이 주도한 5·16혁명공약 등은 그대로 실렸다.

◇ 朴대통령 사진·親재벌 서술 삭제…논란 비켜가기 '꼼수'

원고본에 실린 역대 대통령 사진.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식 사진도 함께 수록됐으나 현장검토본부터 모든 대통령의 사진이 삭제됐다.


교과서 제작은 원고본(2016년 8월)→개고본(2016년 10월)→현장검토본(2016년 11월)→최종본(2017년 1월) 순으로 진행됐다. 집필진은 초고 제작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사진을 교과서에 수록했다. 학계에서는 현직 대통령의 사진 수록에 대해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받아들였다.

가장 먼저 만들어진 원고본에는 취임식 사진이 실렸으나 '너무 딱딱해보인다'는 외부 검토진 의견을 수용해 개고본에는 유네스코 연설 사진이 수록됐다. 하지만 10월말 최순실씨의 태블릿PC가 언론에 알려지고 촛불집회가 이어지면서 함께 실렸던 노무현, 김대중,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진까지 모두 삭제됐다.

정주영을 설명하는 일화는 다소 객관적인 설명으로 대체됐다.

재벌을 미화했다는 비판을 받은 표현은 일부 수정됐다. 특히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에 대해서는 "조선소 건립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영국 투자은행에서 거북선이 그려진 지폐를 보여주며 설득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는 서술을 "국내 최초의 고유 모델 자동차 ‘포니’ 개발을 추진하는 등 한국이 자동차 생산 강국으로 성장하는 데 이바지하였다"로 대체됐다.

◇ 광주시민-계엄군 대립 장면 들어내고 전태일 사진 축소

현장검토본 271쪽에 실렸던 광주 5.18민주화운동 사진. 최종본에서는 빠졌다.


최종본에서 사라진 사진은 또 있다. 현장검토본에 실렸던 5·18민주화운동 자료사진 하나가 최종본에서는 없어졌다. 삭제된 사진에는 광주 금남로에서 대치 중인 광주시민과 계엄군, 헬기 등이 담겨있다. 해당 사진은 현장검토본에 처음으로 실렸지만 최종본에서 또 다시 삭제됐다.

갑자기 헬기 사진이 삭제된 것은 최근 광주에서 헬기 사격의 유력한 증거가 확인된 것과 관계가 있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오고 있다. 최근 광주 금남로 전일빌딩 10층에서는 150여개의 총탄이 무더기로 발견됐다.

원고본(왼쪽)과 개고본에 실린 전태일 관련 사진. 전태일의 영정을 든 이소선 여사의 사진 대신 전태일의 사진과 공장 전경이 실렸다. 원고본 한쪽의 절반을 차지하던 사진 크기도 개고본에서 대폭 줄었다.


노동운동가 전태일의 사진도 수정됐다. 원고본에서 실린 전태일의 영정을 든 어머니 이소선 여사의 모습은 사라지고 개고본부터 전태일이 근무했던 피복공장 전경이 수록됐다. 축소된 사진은 지난달 31일 공개된 최종본에서 확정됐다.

5.16군사정변이 수록된 단원이 '민주주의의 시련'에서 '권위주의 정부'로 바뀌었다.


최종본에서 수정된 일부 내용은 오히려 독재 미화 논란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5·16 군사정변에 대한 설명은 수록 단원이 '대한민국의 수립과 자유 민주주의의 시련'에서 '냉전 시기 권위주의 정치 체제와 경제·사회발전'으로 바뀌었다. 군사정변에 바로 뒤이어 안보위기, 경제발전에 대한 내용이 이어지면서 독재가 안보와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는 인상을 준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동백림 사건은 최종본에서 '대한민국과 유럽의 외교관계를 위축시켰다'는 서술이 추가되면서 부정적 이미지가 덧씌워졌다. 수록 소단원도 '계속되는 안보위기'에서 '박정희 정부의 출범과 냉전 시기의 국제 관계'로 바뀌었다. 이 때문에 동백림 사건은 베트남 파병 등과 같이 중요한 외교적 사건과 함께 언급됐다.

이밖에 5·16 군사정변 세력이 내세운 '혁명 공약', 이승만 전 대통령의 업적으로 평가되나 그간 역사 책에 실리지 않았던 '한미상호방위조약', 뉴라이트의 건국론을 받아들인 '대한민국 수립' 표현 등은 최종본까지 그대로 담겼다.

역사학계에서는 우편향 학자들의 주장을 수용한 국정교과서가 폐기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족문제연구소 한 관계자는 "국정교과서 최종본을 보면 전문가들이 확인한 오류 대부분은 아예 수정에 반영되지도 않았다. 더 큰 문제는 편향서술과 친일·독재·재벌 미화의 기조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이라며 "호박에 줄긋는다고 수박이 되지는 않는다. 교육부는 국정교과서를 폐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민지 기자 mj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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