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임당을 잡아라' 드라마-전시-출판, 사임당 콘텐츠 '봇물'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입력 2017. 1. 31.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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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새 수목극 ‘사임당. 빛의 일기’ 포스터. 사진 엠퍼러엔터테인먼트코리아, 크리에이티브리더스그룹에이트
서울미술관이 오는 6월11일까지 여는 기획 전시 ‘사임당, 그녀의 화원’ 포스터. 사진 서울미술관
소설가 이순원 작가의 ‘소설 사임당’ 표지. 사진 노란잠수함
신아연 작가의 장편소설 ‘사임당의 비밀편지’ 표지. 사진 책과 나무

‘사임당을 잡아라.’

TV 드라마를 비롯해 전시, 출판 등 대중문화계가 신사임당의 본격적인 재조명에 나섰다. SBS 새 수목극 <사임당, 빛의 일기>의 방송과 함께 사임당을 주인공으로 한 콘텐츠들이 대거 선보이며 올해 상반기 유력한 흐름으로 떠올랐다.

시작은 TV 드라마였다. 그리고 흐름은 오랜시간에 걸쳐 만들어졌다. 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이하 사임당) 제작사 엠퍼러엔터테인먼트코리아와 크리에이티브리더스그룹에이트는 이미 지난 2014년 박은령 작가의 사임당 대본을 저작권 등록하고 2015년 8월 촬영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제작에 착수했다. 지난해 6월 촬영을 마친 드라마는 지난 26일 1, 2회 동시방송을 시작으로 안방극장에 등장했다.

현재까지의 흐름은 좋다. 시청률 조사업체 닐슨 코리아의 집계에서 <사임당>은 26일 시청률이 16.3%를 기록하며 동시간대 방송된 지상파 타사 드라마를 시청률에서 ‘더블 스코어’ 이상으로 압도했다. 이영애 13년 만의 안방복귀라는 호재에 역시 한류스타 송승헌의 등장 그리고 사임당의 이야기를 그리기 이전 픽션으로 창조한 현대의 인물 시간강사 서지윤의 고군분투를 다룬 부분이 시청자의 눈길을 잡았다.

제작사 역시 드라마 작가진이 참여한 웹소설을 지난 18일부터 네이버에 연재했고, 드라마 전통화 부문 디렉터 오순경씨가 제작한 만화 컬러링북 등 2차 콘텐츠도 선보였다.

이와 동시에 기다렸다는 듯이 사임당 관련 콘텐츠들이 각 분야에서 선을 보였다. 서울 종로구 부암동에 있는 서울미술관은 개관 5주년을 맞아 사임당의 전매특허와도 같은 초충도 14점과 묵란도 1점을 소개하는 전시 <사임당, 그녀의 화원>을 6월11일까지 연다.

문단도 마찬가지다. 올해만 해도 사임당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이 여러 권 나왔다. 이순원 작가가 <사임당>을, 주원규 작가는 <사임당, 그리움을 그리다>를 펴냈다. 임나경 작가는 <사임당 신인선>이라는 제목의 소설을 냈고, 유현민과 최정주 작가 역시 <사임당>이라는 제목의 책을 냈다.

그리고 <내 안에 개 있다> <글쓰는 여자, 밥짓는 여자> 등의 에세이를 썼던 신아연 작가 역시 <사임당의 비밀편지>라는 제목의 소설을 펴냈다.

이순원 자각의 경우 문헌 기록을 토대로 최대한 역사가 고증한 사임당의 생애를 재현했다. 하지만 나머지 작가들은 각자의 시선에 맞게 허구를 더하는 방식으로 사임당을 윤색했다. 주 작가는 무능한 남편 대신 예술적 재능으로 일곱 자녀를 부양한 사임당의 모습을 그렸고, 유현민 작가는 율곡 이이가 어머니의 생애를 회상하는 시선을 제시했다. 또한 최정주 작가는 극중 사라진 ‘초충도’를 찾아 시공간을 넘나드는 설정을 보인다.

여기서 더 나아가 신아연 작가의 소설에서는 현실에서 25년의 결혼생활 끝에 황혼 이혼을 한 주인공이 과거 사임당과 정신적 교감을 나누고, 사임당이 자신의 예술혼을 알아주는 상대와 불륜에 나섰다는 다소 도발적인 소재로 작품을 구성했다. 이들의 소설은 공통적으로 사임당의 예술가로서의 모습을 강조하면서 전통적으로 강조돼 왔던 사임당의 현모양처 이미지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했다.

그렇다면 왜 지금에 와서 사임당이 재조명 되는가. 드라마 평론가 윤석진 교수는 “박근혜 정부 이후 여성 대통령이 등장했다는 사회적 분위기와 무관하지는 않아 보인다. 하지만 여성 지도자의 이야기라기보다는 일과 가정을 양립해야 하는 여성의 입장을 짚어본다는 시대적 흐름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드라마의 대본을 쓴 박은령 작가의 의도와 비슷하다. 박 작가는 “현모양처, 율곡의 어머니 등 고정된 사임당의 이미지보다는 ‘워킹맘’으로서 그의 모습을 보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사임당의 비밀편지>를 쓴 신아연 작가는 스포츠경향에 “평소 사임당의 모습이 우리에게 알려진 모습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면서 “신사임당의 후손으로서, 같은 여자로서 그의 예술혼과 이상적인 여성상 이면의 애환도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 소설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임당 콘텐츠의 유행에 대해 불투명한 방향성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사임당 드라마의 제작이 2년 동안 이어지면서 관련 콘텐츠가 대거 쏟아진 것은 기획의 산물이라고 보는 시선이다. 윤석진 교수는 “사임당 관련 일부 콘텐츠들은 드라마 방송을 계기로 이러한 분위기에 편승하려는 목적성이 보이기도 한다. ‘왜 지금 사임당인가’하는 명제는 이러한 콘텐츠를 잘 가려보는 가운데서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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