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비리포트] '너클볼' 유격수 워스, 제2의 브리또?

조회수 2017. 2. 2. 01:2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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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준영의 외인 리포트] SK 와이번스 외국인 유격수 대니 워스

지난해 SK 유격수였던 고메즈의 시즌 최종 성적은 117경기 0.283/0.324/0.489  OPS 0.814  62타점 21홈런 16도루로 그리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3할대 초반에 그친 출루율에서 드러나듯 홈런 의존도가 높은 SK 타선의 약점을 고스란히 대변한 타자였다.

재계약 불가 결정에 결정타를 날린 것은 고메즈의 불안한 수비였다. 평범한 타구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모습을 빈번히 보인 고메즈는 총 25실책을 기록하며 2016 KBO리그 최다 실책 1위를 기록했다.

수비율 95.5%는 10개 구단 주전 유격수(수비 이닝 기준) 중 최하위였다. 유격수 수비 강화에 방점을 찍고 영입한 고메즈가 “고메디언”이라는 놀림에 가까운 별명을 얻을 정도로 수비에서 불안감을 보이자 SK의 시즌 구상은 뒤틀리고 말았다.

유격수 수비에 부담을 느낀 김성현을 2루수로 전환시키고 외국인 유격수를 영입한 발상 자체는 좋았지만 정작 고메즈가 공수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며 야심찬 시도는 실패로 귀결됐다.

SK의 새 유격수로 낙점된 대니 워스의 휴스턴 시절 수비 장면 (사진 출처: OSEN) 

유격수 수비의 중요성을 새삼 절감한 SK의 선택은 안정된 수비력을 갖춘 유격수 영입이었다. SK는 지난해 휴스턴 애스트로스에서 뛴 대니 워스(Danny Worth)를 총액 70만 달러에 영입했다. 워스는 유격수를 포함 내야 전 포지션 소화가 가능한 유틸리티 플레이어다.

History

대니 워스의 프로필 ⓒ 야구기록실 케이비리포트   

페퍼다인(Pepperdine) 대학교를 졸업한 워스는 2007 드래프트에서 상당히 고순위인 2라운드 전체 91순위로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에 지명(계약금 37만 8천 달러)되며 프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디트로이트는 계약을 마친 워스를 바로 하이싱글A에서 뛰게 했다. 첫 51경기에서 .251/.325/.363 2홈런 6도루를 기록한 워스는 프로 첫 해에 AA까지 올라가 5경기(OPS 1.152 1도루)를 뛰게 된다. 

08시즌을 AA에서 보낸 워스는 79경기 .254/.331/.386 5홈런 8도루를 기록하며 좀더 나아진 모습을 보였다. 비록 부상으로 1경기 밖에 뛰지 못했지만 프로 2년 차 시즌에 AAA까지 승격했다.

이후 AA와 AAA를 오가던 워스는 프로 4년 차인 10시즌에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39경기 0.255/0.295/0.358 2홈런 1도루를 기록하며 데뷔 시즌을 마무리했다.  메이저리그 데뷔에는 성공했지만 타격에서 이렇다 할 장점을  보이지 못한 워스는 좀체 빅리그 출장 기회를 잡지 못했다.

14시즌이 끝나고 FA가 된 워스는 애리조나와 계약했지만 AAA에서 OPS .863으로 준수한 성적을 거두고도 메이저리그 재진입에는 실패했다. 15시즌 종료 후 다시 FA 자격을 얻은 워스는 휴스턴으로 이적했고  AAA에서는 OPS .955를 기록했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OPS .431로 극히 부진했다.

메이저리그의 벽을 넘지 못한 워스는 휴스턴 시절 벤치 코치로 자신을 지켜본 힐만 감독의 긍정적인 평에 힘입어 SK와 계약하며  KBO리그에서 제 2의 야구 인생을 준비하고 있다.  

플레이 스타일

대니 워스의 프로통산 성적 ⓒ 야구기록실 케이비리포트   

워스의 강점은 단연 수비다. 전임자 고메즈처럼  강한 어깨나 빠른 스피드를 보유한 툴 플레이어는 아니다. 하지만 핸들링과 반응 속도가 좋고  글러브에서 볼을 빼내는 속도도 빠른 편이라 견실한 수비를 보여준다. 운동 능력보다는 기술적으로 수비를 해내는 스타일이다.

SK 힐만 감독이 워스에 대해 “스마트한 선수”라고 평가한 것 역시 워스의 수비력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BA(베이스볼 아메리카)에서는 워스의 프로 첫 시즌(07) 후 그를 디트로이트 유망주 중 최고의 수비수로 선정하기도 했다. 

# 워스의 호수비 장면

한편 워스의 가장 큰 단점은 바로 파워다. 메이저리그 통산 332타석에서 단 2개의 홈런 밖에 기록하지 못했고,  프로 통산 3617타석에서 때려낸 홈런은 45홈런에 불과하다. 하지만 긍정적인 부분은 32세 시즌인 지난해,  AAA에서 커리어 최다인 11홈런을 터뜨렸다는 점이다.

파워는 부족하지만 컨택은 준수한 편이다. 워스의 메이저리그 통산 컨택%는 84.9%다. 16시즌 메이저리그 평균 컨택%가 78.2%라는 것을 감안하면 컨택 능력만은 메이저리그에서도 평균 이상임을 알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도리어 마이너리그에서 낮은 컨택%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16시즌을 보면 메이저리그에서 컨택% 87%를 기록했지만 AAA에서는 78%를 기록했다. 마이너리그 기록을 살펴봐도 컨택% 80% 이상을 기록한 시즌은 10시즌(88%) 단 한번 뿐이었다. 

마이너리그에서 0.320~0.340을 기록하던 BABIP(인플레이타구 타율)이 메이저리그에서는 통산 0.275에 그친 것을 감안하면 메이저리그 진입 후에는 타구질을 포기하면서 일단 공을 맞추는데  주력했던 것으로 보인다. 물론 메이저리그 표본(332타석) 자체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단순한 우연과 리그 수준 차이에 기인한 것일 가능성도 있다. 

워스의 통산 타격 성적은 평범한 편이다. ( 사진: OSEN)

전반적인 기록을 살펴봐도 타격 능력이 특장점인 타자는 아니다. 평균 이상의 볼넷(볼넷% 9.9)을 얻어내기는 했지만 프로 통산 OPS 0.716은 주 포지션이 유격수라는 점을 감안해도 그리 좋은 성적은 아니다. 그럼에도 SK가 일찌감치 워스를 낙점한 이유는 최근 2년 간 그의 AAA 성적이 워낙 좋았기 때문이다. 

14시즌 인터내셔널 리그(AAA)에서 OPS 0.596에 그친 워스는 15시즌부터 비교적 타자친화 리그인 퍼시픽 코스트 리그(AAA)에서 뛰면서 마치 다른 타자가 된 듯한 기록을 남기게 된다.

15시즌 106경기 0.314/0.394/0.469 OPS 0.863  6홈런 6도루를 기록한 워스는 16시즌에는 84경기 0.330/0.431/0.525 OPS 0.956 11홈런 5도루로 더 좋은 성적을 거뒀다. 다만 16시즌 메이저리그 16경기에서는 OPS 0.431에 그쳤다.

이렇게 극적으로 타격 성적이 좋아진 이유는 BABIP(인플레이타구 타율)가 비약적으로 상승했기 때문이다. 워스는 마이너리그에서 BABIP 0.320~0.340 정도를 기록했는데 15시즌에는 0.423, 16시즌에는 0.394로 대단히 높은 BABIP를 기록했다.

아무리 타자친화리그로 이적했다지만 이렇게 극적인 BABIP 상승이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다만 긍정적인 측면은 2시즌 767타석이라는 적지 않은 타석에서 높은 BABIP를 유지했다는 점과 KBO리그가 현재 BABIP(.331)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정도로 타고성향이 강하다는 점이다. 

# 대니 워스의 타구각도

워스는 리그 평균보다 땅볼 비율이 약간 높은 유형의 타자다. 출처 : Baseballsavant

뜬공/땅볼 비율을 보면 공을 띄우는 스타일은 아니다. 땅볼 타구가 약간 많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중립적 성향에 가깝다. 타자 친화적이고 KBO리그에서 홈런이 가장 많이 터지는 문학구장(경기당 2.65개)에 딱 맞는 유형의 타자라고 보기는 어렵다. 

# 대니 워스 타구 히트맵

내야 타구는 당겨친 타구가 많지만 외야타구는 밀어친 타구가 많다.출처 : Baseballsavant

다만 그의 스프레이 차트를 보면 땅볼은 당겨친 타구가 많은 반면, 외야 타구는 구장 전 방향에 고루 분포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즉 구장 전 방향으로 타구를 보낼 수 있는 스프레이 히터에 가깝다.

그리고 주력이 빠른 편은 아니지만 주루 센스가 좋아 원하는 타이밍에 도루를 할 수 있는 주자다. 프로 통산 89도루(성공률 77.4%)를 기록했다.  

거포형 타자들이 충분한 SK 타선에 절실한 것이 출루율이 높은 안정적 테이블 세터라는 점을 감안할 때 워스가 문학구장에 적합한 타자는 아니더라도  SK가 원하는 유형의 타자라고 볼 수 있다.

# 대니 워스 16시즌 첫안타

KBO리그 외국인 타자들과의 기록비교

  워스와 비교대상인 KBO리그 외국인 타자들의 주요 기록 ⓒ 야구기록실 케이비리포트   

전임자인 고메즈와는 차이점이 상당하다. 고메즈의 문제점으로 지적된 낮은 출루율은 사실 영입 이전 부터 예견되던  약점이었다. 고메즈는 마이너리그 통산 볼넷%가 4.6%에 불과할 정도로 볼넷을 얻어내는 능력이 떨어졌다. 반면 워스의 마이너리그 통산 볼넷%는 10.2%로 고메즈의 2배 이상이다.

파워에서는 고메즈가 조금 앞선다. 다만 고메즈도 마이너리그 통산 장타율 0.412 60홈런으로 파워에서 아주 뛰어난 강점을 가진 타자는 아니었지만 KBO리그에서는 장타율 0.486 21홈런으로 리그 유격수 중 정상급 성적(장타율 2위/홈런 1위)을 기록했다.

16시즌 AAA에서 매우 뛰어난 성적을 거둔 워스(AVG 0.330 11홈런 OPS 0.956)가 지난해 이상의 성적을 KBO리그에서 재현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도루 능력을 비교해 보면 마이너리그 통산 65도루(성공률 63.7%)를 기록한 고메즈 보다 86도루(성공률 78.9%)를 기록한 워스가 1루 주자로서 더 위협적이다. 고메즈는 KBO리그에서 16도루로 꽤 많은 도루를 성공시켰지만 도루 성공률은 66.7%에 그쳤다.

수비에서는 고메즈가 마이너리그 통산 유격수 5193.2이닝 수비율 95.1%를 기록했고, 워스는 2889.1이닝 수비율 95.9%로 수치 상으로는 비슷했다. 다만 워스는 2루와 3루까지 가능한 유틸리티이며 메이저리그에서는 유격수 323.2이닝 동안 무실책을 기록하기도 했다.(고메즈 메이저리그 통산 유격수 수비율은 92.5%) 

# 최고의 외국인 유격수 브리또의 뒤를 이을까?

SK 창단 멤버로 뛰어난 활약을 보인 유격수 브리또의 2001시즌 모습 (사진: SK 와이번스)

KBO리그 역대 최고의 외국인 유격수이자 팀 선배인 브리또의 기록과 비교해보면 전반적으로 큰 차이가 없는 타격 성적을 기록했다. 물론 브리또가 조금 더 좋은 슬래시라인(0.276/0.347/0.411)과 낮은 삼진%(14.2)를 기록했지만 당시 득점 환경과 현재가 다르다는 점을 감안하면 큰 차이는 아니다.

많은 외국인 타자가 그랬듯 브리또 역시 미국 무대에선 미흡했던 파워가 KBO리그 입성 후 만개했다. 마이너리그 2825타석에서 45홈런(1.6%)에 그쳤던 브리또는 KBO리그 2669타석에서 112홈런(4.2%)을 쏘아 올렸다.

 워스는 마이너리그 3195타석에서 41홈런(1.2%)을 기록했다. 브리또의 마이너리그 기록에 비해 조금 떨어지는 수치지만 최근 KBO리그의 타고투저 경향과 타자 친화적인 문학 구장이라는 긍정적인 요소를 고려한다면 예상 이상의 파워를 보여줄 가능성도 충분하다. 

체크 포인트

수비에서의 안정성은 검증된 선수이기 때문에 KBO리그에서의 성공 관건은 역시 타격이다. 지난 2시즌간 AAA에서 매우 좋은 성적을 남기기는 했지만 통산 커리어를 보면 타격 능력이 뛰어난 타자로 보기는 어렵다.

긍정적인 부분은 전임자 고메즈 역시 마이너리그에서 뛰어난 타격을 보인 타자는 아니었지만 KBO리그 유격수로서는 정상급 성적을 남겼다는 점이다.

SK가 워스에게 기대하는 것은 가능한 잦은 출루로 득점 기회를 창출하는 것이다. 최정, 정의윤, 최승준, 박정권, 이재원 등 두 자리 수 홈런을 터뜨릴 수 있는 타자들이 연달아 배치된 타선이라 루상에 주자만 있다면 득점력을 배가할 수 있다는 것이 SK의 구상이다. 

다만 외국인 타자가 단순히 출루에만 집중하고 타격에서 위압감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높은 출루율을 기록하기 어렵다.

워스가 경쟁력을 보이기 위해서는 지난 2시즌 간 기록한  3할대 후반의 높은 BABIP를 KBO리그에서도 유지해야 한다. 워스가 구장 구석 구석으로 타구를 뿌리며 장타를 양산한다면  지난해 리그 9위에 그쳤던 SK의 팀 득점력은 중상위권으로 도약할 수 있다. 

# 워스의 너클볼, KBO리그에서도 볼 수 있을까?

[기록 출처 및 참고 : 베이스볼 레퍼런스, 베이스볼 아메리카, 브룩스 베이스볼, 위키피디아, 팬그래프닷컴, 베이스볼 프로스펙터스, Baseballsavant, KBReport.com, 스탯티즈, KBO기록실]


길준영 기자/ 감수 및 편집: 김정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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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제공: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홈페이지]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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