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혜, '도깨비'가 준 큰 공부이자 산경험 [인터뷰]
[티브이데일리 김예나 기자] 배우 박경혜에게 '도깨비'는 처음부터 끝까지 감사 그 자체였다. 처음 '도깨비'에 합류하게 된 감격의 순간을 시작으로 마지막 작별을 고하고 난 지금까지도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는 박경혜였다.
박경혜는 최근 종영한 케이블TV tvN 드라마 '쓸쓸하고 찬란하神-도깨비'(극본 김은숙·연출 이응복, 이하 '도깨비')에서 처녀귀신 역으로 강렬한 존재감을 남겼다. '도깨비'는 불멸의 삶을 끝내기 위해 인간 신부가 필요한 도깨비(공유), 그와 기묘한 동거를 시작한 기억상실증 저승사자(이동욱). 그런 그들 앞에 '도깨비 신부'라 주장하는 '죽었어야 할 운명'의 소녀가 나타나며 벌어지는 신비로운 낭만 설화다.
드라마 종영 후 일주일 정도 지났지만 박경혜는 여전히 먹먹한 여운을 느끼고 있었다. 그간 단역 배우로 다수 작품에 출연했던 박경혜가 처음으로 시작부터 끝까지 함께 한 작품이었기에 '도깨비'는 더욱 더 남다른 의미를 지녔다. 박경혜는 "드라마 처음부터 끝까지 한 적이 없었다. 처음이었다. 그래서 더 많이 남는 것 같다. 너무 행복했다"고 종영 소감을 전했다.
박경혜는 감사한 마음의 대상으로 '도깨비'를 집필한 김은숙 작가를 가장 먼저 꼽았다. 그는 "제일 먼저 김은숙 작가님께 감사드린다. 드라마 속 처녀귀신이라는 매력적이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주셔서 너무너무너무 감사드린다"고 인사를 전했다.
이어 박경혜는 "작가님을 뵀을 때 '드라마에 끝까지 머물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한 적 있다. 그때 작가님이 '네가 표현한 인물이 드라마에 반드시 있어야 했었던 것'이라고 설명해주셨다. 너무 감사했다. 울컥했다"고 회상하며 또 한 번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드라마에서 박경혜가 연기한 처녀귀신은 '도깨비 신부' 지은탁(김고은) 주위를 불쑥불쑥 나타나는 캐릭터로, 무섭고 공포스러운 귀신이 아닌 귀엽고 엉뚱한 매력으로 캐릭터를 맛깔나게 만들며 극에 재미를 더했다. 특히 박경혜는 다채로운 표정 연기와 코믹한 설정 속 능청스러운 매력으로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톡톡히 찍었다.
박경혜는 '도깨비' 오디션 당시를 떠올리며 "지원자 두 명씩 들어가서 자유연기를 했다. 이응복 감독님이 제 연기를 보시더니 '원래 표정이 다양하냐'고 물어보셨다. 그리고는 '목소리톤은 어떠냐'고 물어보셨다. 할머니부터 아기까지 다양하게 목소리 연기할 수 있다고 말씀드렸다. 그런 모습들을 보시고 처녀귀신 역할을 맡겨주신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순간적으로 소름 돋을 만큼 공포스러운 표정을 짓는가 하면 보는 이들을 애잔하게 만드는 짠한 표정으로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처럼 다채로운 표정을 자유자재로 표현할 수 있는 비결을 묻자 박경혜는 "원래 감정을 숨기지 않는다. 특별히 제가 표정 연기를 잘한다기보다 평소 제 모습이 그대로 자연스럽게 인물에 녹아들어서 연기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박경혜 스스로도 첫 등장 장면에서 자신의 모습을 보고 무서워서 보기 힘들었다고. 그는 "무엇보다 CG팀에게 정말 감사드린다. 저도 제 얼굴 보고 너무 무섭더라. 제가 무서웠으면 시청자 분들도 무섭지 않았을까 싶다"며 "친구들은 그 장면을 캡처해서 단체 메신저에서 종종 사용한다. 볼 때마다 놀란다"고 웃음 짓기도 했다.
동시에 처음 경험해보는 CG 장면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치기도. 박경혜는 "야외 첫 촬영이 성인 은탁이와 처음 만나는 장면이었다. CG가 입혀지면 어떻게 나오는지 제가 잘 모르니까 그림이 안그려졌다. 감독님께서 설명을 잘 해주셔서 그대로 따르긴 했는데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모르겠더라. 촬영하고 나서 영상으로 보고 감독님께서 하신 말씀이 어떤 의미라는 것을 알게 됐다. 제가 CG를 잘 알았다면 여러 가지 시도를 해봤을텐데 그 부분은 아쉽기도 하다"며 부족한 연기 경험에 대한 아쉬운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또 박경혜는 해당 장면을 회상하며 김고은에 대한 고마움도 드러냈다. 비가 내리는 장면을 연출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추울까 걱정하는 김고은에게 크게 감동했다는 박경혜였다. 박경혜는 "비 맞는 장면을 같이 찍었는데 고은 선배님만 비를 맞아야 했다. 제 머리카락이 젖을까봐 계속 배려해주시고 걱정해 주시는데 너무 감사했다"고 말했다.
이와 같이 촬영장 속에서 베테랑 스태프들, 선배 배우들과 함께 호흡하는 것만으로도 박경혜에게는 큰 공부였고 산 경험이었다. 그는 "제가 어디가서 돈 주고 볼래야 볼 수 없는 현장이다 보니까 큰 경험이 됐다. 모르는 것들 투성이인 제가 현장에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자연스럽게 촬영 기법이나 분위기에 대해 터득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제가 나중에 다른 현장에 갔을 때도 '도깨비'에서 배운 것들을 경험삼아 더 빠르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며 흡족한 얼굴을 보였다.
'도깨비'는 마지막회 시청률 20.5%를 돌파하는 등 케이블TV 드라마 역사에 큰 획을 그을 정도로 신드롬적 인기를 끌었다. 이런 드라마에 함께 출연했다는 것만으로도 박경혜는 감사한 일이었다. 박경혜는 이처럼 '도깨비'의 뜨거운 인기 비결을 언급하며 자신 역시도 출연자 입장이든 시청자 입장에서 즐거운 드라마였다고 털어놨다.
"저도 '도깨비'를 보면서 너무나도 즐거웠어요. 우선 삶과 죽음이라는 진중한 주제를 놓고 있는 드라마면서 동시에 달달한 로맨스가 주를 이루잖아요. 또 그냥 스쳐가는 인물 하나 없이 각각의 캐릭터가 매력적이었어요 여러 가지 의미에서 시청자들에게 힐링을 안긴 드라마였던 것 같아요. 그런 작품에 저도 함께 합류하게 된 것만으로도 너무 좋아요."
이번 작품을 통해 배우로서 존재감을 확실하게 각인시킨 박경혜는 연기나 작품에 대한 욕심을 키우기보다 지금의 자리에서 꾸준함을 지켜나가고 싶어했다. 그는 영화 '라 비 앙 로즈(The Passionate Life Of Edith Piaf, 2007)'의 배우 마리옹 꼬띠아르를 언급하며 그와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고 전했다.
박경혜는 "영화를 보면 한 여인의 20대부터 60대까지 일생이 담겼다. 처음에는 각각의 모습이 모두 다른 배우인 줄 알았다. 그런데 한 사람의 배우가 연기했더라. 영화에는 정말 다양한 감정이 공존한다. 애증도 있고 동경도 있고 슬픔도 있다. 각기 다른 감정을 보면서 저도 모르게 공감이 되고, 제 마음을 동요시켰다. 이처럼 누군가의 연기를 보면서 제 안에 있는 감정들을 끄집어 내주는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언젠가 스쳐지나간 제 감정들을 끄집어 낸다는 것이 공감을 한다는 게 아닐까 생각해봤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박경혜는 배우로서 갖는 목표에 대한 질문에도 조금은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지금 당장 어떤 목표를 갖고 움직이겠다는 입장보다는 천천히 하나하나씩 경험해 가면서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어떤 경험을 해야하는지 찾아보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는 "지금 당장 단기 목표, 장기 목표를 나눠서 생각하지는 않는다. 때에 따라서 필요한 것들이 생길 것이다. 기본적으로 꾸준히 하자는 마음이 있다. 계속 입버릇처럼 얘기하면서 생각한다. 꾸준히 하다보면 문제점이 보이고 스스로 하고 싶은 것들이 생기게 된다. 그 상황에서 제가 무엇을 해야하는지 계획을 세우고 싶다"고 소신을 밝혔다.
마지막까지도 박경혜는 '도깨비'와 함께 한 모든 스태프들과 배우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거듭 내비쳤다. 그는 "작가님과 감독님, 처녀귀신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표현해주신 CG 스태프분들께 너무 감사드린다. 촬영장에서 경험이 부족한 저를 배려해주신 배우 선배님들께도 감사드린다. 함께 촬영하지 못한 선배님들은 뵙지 못해 아쉽지만 같은 영상 속에 머물렀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다. 저희가 '도깨비'의 여러 가지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지 않나. 그 과정들을 같이 공유할 수 있어서 좋았다. 모두에게 정말 감사드린다"고 인사했다.
기본적으로 감사함을 아는 배우 박경혜였다.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노력으로 극복하고, 그 과정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었다. 무엇이든지 서두른다고 해서 완벽하게 도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박경혜는 빠른 걸음으로 가기보다 한 발 한 발 자신의 길을 천천히 다져가길 바랐다. 그 기특한 마음이 더욱 예뻐보였다. 그가 내딛는 모든 길에 더욱 더 응원을 보내본다.
[티브이데일리 김예나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안성후 기자]
김고은|도깨비|박경혜
[ Copyright ⓒ * 세계속에 新한류를 * 연예전문 온라인미디어 티브이데일리 (www.tvdaily.co.kr)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Copyright © 티브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도깨비' OST 작곡가 이승주 "표절의혹 해명에도 흠집 계속, 법적대응" [공식입장]
- 씨스타 보라 오늘(30일) 생일, '도깨비' 촛불소환 패러디 "공유 나와!"
- 김고은 민낯 셀카, 자연 미인 인증
- [릴레이톡] 인피니트, '도깨비' 저승사자를 만난다면
- "굿바이"..이동욱 '도깨비' 스틸컷 대방출, '심쿵' 퍼레이드
- 민희진, 좌절된 어도어 대표직 복귀 '法 각하 이어 이사회 부결' [이슈&톡]
- 아일릿, 앨범 누적 판매량 100만장 돌파 "데뷔 7개월 만의 성과"
- '구탱이형' 故김주혁, 오늘(30일) 사망 7주기
- ‘전, 란’ 강동원은 왜 어색한 사극톤을 고집할까 [인터뷰]
- ‘대표 복귀 불발’ 민희진 측 “주주간계약 효력, 유효해” [공식입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