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삼성, '아스팔트 우파'에 70억 지원했다

강성원 기자 2017. 1. 31.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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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신문 솎아보기] 보수·극우단체 관제 데모, 삼성이 액수 정하면 현대차·SK·LG 차등 배분

[미디어오늘 강성원 기자]

‘청와대-삼성-우파단체’ 삼각 커넥션 드러났다

청와대가 삼성·현대차·SK·LG 등 재벌 대기업들의 돈을 받아 ‘아스팔트 우파’ 단체들의 관제 데모에 거액을 지원한 사실이 드러났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계좌추적 등을 통해 지난 3년간 이들 4개 기업에서만 보수·극우 성향 단체로 흘러간 돈이 70여억 원에 이르는 것을 확인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동안 청와대와 전경련이 보수·극우단체들을 동원해 관제 여론전을 펼치게 했다는 정황 증거들은 수차례 제기됐다. 어버이연합 회원들의 경우 통상 참가자들에게 일당 2만 원을 주고 날씨가 추워지면 6만 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친박 ‘태극기 집회’에서는 목욕하고 나오면 5만 원, 유모차를 끌고 나오면 15만 원을 줬다는 관계자의 증언이 JTBC 보도 등을 통해 나왔다.

31일 한겨레 보도로 이들 단체에 대한 구체적인 ‘돈줄’과 ‘윗선’이 어디였는지 드러났다. 청와대 정무수석실이 주도한 지원 회의에는 매번 삼성 미래전략실 임원이 직접 참석해 지원 대상 단체와 액수 등을 논의했으며,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들 단체에 자금 지원을 독려하는 등 깊숙이 개입했다는 것이다.

▲ 31일자 한겨레 10면.
한겨레는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재계 쪽 설명을 종합하면 2014~2016년 청와대 정무수석실의 신동철·정관주 전 비서관은 삼성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의 김완표 전무와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을 주기적으로 만나 친정부·친재벌 집회 및 시위를 여는 단체들에 대한 자금 지원 문제를 상의했다”며 “청와대가 어버이연합·엄마부대·고엽제전우회 등 10여개 우파 단체를 찍어 현금 지원을 요청하는 자리였다고 한다”고 밝혔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재계 서열 1위인 삼성이 가장 많은 지원금을 냈는데, 삼성과 전경련이 전체적인 지원 액수를 정하면 현대차·SK·LG에도 차등 배분되는 형식이었다. 2014년 20억 원대였던 지원금은 세월호 참사 이듬해인 2015년 33억~34억 원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4월 청와대가 전경련을 통해 어버이연합 등을 지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최순실 게이트까지 잇따라 터지자 전체 지원금은 10억 원 정도로 줄었다.

한려레는 “어버이연합·엄마부대 등은 삼성 등 4대 기업 지원금이 집중되던 시기에 반세월호·역사교과서 국정화 찬성 등 ‘친정부 집회’를 집중 개최하는 한편, 기업 지배구조 관련 상법 개정안 반대, 노동 관련법 개정안 찬성 등 ‘친재벌 집회’에 주력해 왔다”며 “특검팀은 김 전 실장 등에게 ‘좌파 척결 블랙리스트’뿐만 아니라 ‘우파 지원 화이트리스트’ 실행 혐의(직권남용)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 특검 수사 기밀 파악에 청와대 참모 동원

박근혜 대통령이 자신의 뇌물죄 혐의에 대한 특검의 수사 기밀을 파악하기 위해 청와대 참모를 동원한 정황도 드러났다. 박 대통령이 김현숙 현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에게 ‘최원영 전 고용복지수석에 대한 특검의 조사 내용을 알아보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한국일보는 김진수 청와대 보건복지비서관이 지난 5일 특검 소환 조사에서 이 같은 진술을 했다는 사정당국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최원영 전 수석은 이보다 이틀 전인 3일 특검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최 전 수석은 2015년 7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앞두고 문형표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삼성물산 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이 찬성표를 던지도록 하라”고 청와대가 지시하는 데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다.

한국일보는 “김 비서관은 박 대통령의 ‘지시’가 자신에게도 전달됐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김 비서관으로선 앞서 특검에 출석했던 최 전 수석의 조사 내용을 간접적으로 알게 될 수 있는데, 박 대통령은 이런 점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검은 김 비서관의 진술 내용을 ‘뇌물공여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기각)에도 반영했다.

▲ 31일자 한국일보 1면.
박 대통령이 본인의 비리를 덮고자 현직 청와대 참모들을 끌어들이고 일방적인 기자회견과 인터뷰를 통해 특검 수사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여과 없이 드러낸 것은 또 다른 직권남용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국일보도 “이미 청와대를 떠난 사람(최 전 수석)에게도 접근하려 한 셈이어서 매우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증거인멸 시도 가능성도 제기한다”며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건으로 국회에서 탄핵안이 의결돼 직무정지 상태에 들어간 박 대통령이 자중하기는커녕 아직도 본인 방어에만 급급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질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특검, 박 대통령 대면조사·압수수색한다

한편 특검이 2월 둘째 주 후반(8∼10일) 박 대통령을 대면 조사키로 하고 청와대와 일정을 조율 중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박 대통령이 특검의 대면 조사를 받게 되면 수사기관의 직접 조사를 받는 첫 현직 대통령이 된다.

동아일보는 “특검은 당초 청와대 측에 2월 둘째 주 초반(6, 7일) 박 대통령을 대면 조사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는데, 청와대 측에서 조사 준비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주 후반으로 일정을 늦춰달라고 요청했다”며 “특검은 이를 수용하고 청와대 측과 구체적인 일정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 31일자 동아일보 1면.
동아일보에 따르면 특검은 박 대통령을 특검 사무실이나 청와대 경내가 아닌 ‘제3의 장소’에서 대면 조사하기로 청와대 측과 합의했다. 현직 대통령 예우와 경호 문제 등을 감안해 조사 장소는 청와대 인근 정부 시설이 될 가능성이 높다.

동아일보는 “특검은 수사의 중립성, 공정성에 문제가 되지 않는 한 박 대통령 측이 선택하는 장소를 수용할 것으로 전해졌다”면서 “특검과 청와대 측은 비공개 조사 원칙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경호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사전에 언론에 조사 장소를 공개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검은 박 대통령 대면 조사에 앞서 이번 주 청와대를 압수수색할 방침이다. 이규철 특검보는 브리핑에서 “(청와대) 압수수색은 일반적인 방법으로 진행할 것”이라며 수사팀이 직접 청와대 경내에 들어가 압수수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보안시설이라 수용하기 어렵다”며 거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동아일보는 “청와대 경내는 형사소송법상 ‘군사상·직무상 비밀과 관련한 장소’에 해당돼 직접 압수수색은 청와대의 사전 승인 대상이라는 것”이라며 “ 반면 특검은 ‘세월호 7시간 의혹’과 관련된 청와대 의무실 등 경내 일부는 군사상·직무상 비밀과 거리가 멀기 때문에 직접 압수수색 대상이라며 맞서고 있다”고 전했다.

박한철 퇴임, 청와대 탄핵심판 지연 작전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31일 6년의 헌재 재판관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면서 박 대통령 측이 최대한 헌재의 심리를 지연하며 반전의 계기를 확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통령 탄핵심판이라는 국가적 중대 현안을 심리하는 도중에 이뤄지는 퇴임인 만큼, 후임 재판관 임명 등을 둘러싼 문제도 관심사다. 박 소장의 역할을 대행하게 될 이정미 재판관의 퇴임 역시 3월13일로 40여일밖에 남지 않았다.

경향신문은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여부가 가려지는 시점을 놓고 박 대통령 대리인단의 총사퇴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후임 헌법재판관 임명 여부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며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지면 헌재의 탄핵심판 선고가 상당시간 미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헌재 안팎에서는 이들 변수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망했다.

▲ 31일자 경향신문 10면.
서울신문은 “박 대통령 측이 변호인단 총사퇴와 같은 카드를 꺼내 들고 헌재 측이 이를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31일 퇴임하는 박한철 헌재 소장에 이어 이정미 재판관이 퇴임하는 3월13일까지도 결론을 못 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며 “헌재 재판부가 또다시 상당수의 증인 채택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박 대통령 측은 ‘대리인단 전원 사퇴’라는 초강수를 던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서울신문은 “일단 대리인단 전원 사퇴가 이뤄질 경우 박 대통령은 대리인단을 새로 구성할 때까지 시간을 달라고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며 “박 대통령의 헌재 출석과 박 소장과 이정미 재판관의 후임 인선으로 시간을 벌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고 덧붙였다.

반면 경향신문은 “박 대통령 측은 재판부가 기각한 증인을 다시 신청할 계획이지만, 각 증인의 불채택 사유까지 밝힌 재판부가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고, 박 대통령 측 최후 변론을 듣는 것도 따로 변론기일을 잡을 필요 없이 마지막 증인신문 때 하면 된다”며 “박 대통령 측이 대리인 총사퇴 카드를 꺼내기엔 명분이 약하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헌재 안팎에서는 탄핵심판의 선고 시점이 이르면 2월28일 혹은 3월3일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며 “지난 25일 탄핵심판 9차 변론에서 헌재 재판부가 증인채택을 사실상 마무리해 향후 증인신문 일정의 가닥이 잡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유라 “난 ‘정치적 희생자’, 구금 부당”

덴마크 올보르 지방법원은 30일 올보르 구치소에 수감 중인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의 구금 기한을 3주 연장했다.

올보르 지방법원은 정 씨의 구금 만료 시한을 12시간 앞둔 30일 오전 9시(현지 시간) 열린 구금 재연장 심리에서 “정 씨가 석방될 경우 달아날 우려가 있다”며 덴마크 검찰이 요청한 구금 기한 연장을 받아들였다. 정 씨는 1일 덴마크 경찰에 체포된 뒤 이튿날 법원의 구금 연장 심리를 통해 이날까지 4주간 구금 결정이 내려진 상태였다.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정씨와 변호인은 심리에서 정 씨에게 20개월 된 아이가 있다는 점을 들어 “구금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정씨는 “전 남편이 특검을 통해 긴급 구난 요청을 신청해 아이를 한국으로 데려가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주덴마크 한국대사를 통해 들었다”고 밝혔다.

자신이 한국으로 자진해 돌아가는 데 동의하지 않으면 아이를 빼앗아 가겠다는 식으로 특검과 한국 대사관 측이 협박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하지만 한국대사관 측은 “대사가 정 씨에게 그런 이야기를 한 일이 없다”고 반박했다.

▲ 31일자 동아일보 6면.
또 정씨의 변호인은 정씨가 한국에서 ‘정치적 희생자’라는 논리를 편 것으로 밝혀졌다. 동아일보는 “정씨는 박영수 특별검사가 야당인 국민의당 추천으로 임명됐다는 점을 강조한 뒤 ‘박 대통령이 물러난다면 국민의당이 정권을 이어 받느냐’는 다비드 벨플룬 검사의 질문에 ‘(국민의당) 지지율이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동아일보는 “박 대통령 탄핵을 추진하는 야당이 탄핵을 성사시키기 위해 특검 수사로 정씨를 탄압하고 있다는 의미”라며 “이렇게 정씨의 압송이 늦어지고 대기업 수사 등 예정했던 수사가 일부 지연됨에 따라 특검은 수사 기한을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벨플룬 검사는 “(정 씨의 압송에 대해) 추가로 검토할 사항이 있어 한국 특검에 추가 정보를 요구했으며 결정까지는 몇 주가 더 걸릴 것”이라며 “압송 결정을 내려도 정 씨가 불복해 재판을 신청할 경우 시간은 더 오래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당초 특검은 2월 말까지 모든 수사를 끝낼 계획이었지만 2월28일 70일간의 1차 수사 기한이 끝나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3월 말까지 기한 연장을 요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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