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극성스런 관제데모 뒤엔 '청와대-삼성-우파단체' 삼각 커넥션

김남일 2017. 1. 31. 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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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기업 직접 지원논의 '정경유착 신세계'
특검팀, 김기춘 넘어 박 대통령 관련성 조사

[한겨레]

서울 종로구에 위치해있던 대한민국어버이연합 예전 사무실의 한쪽 벽면에 박정희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사진이 나란히 걸려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박근혜 대통령은 ‘아스팔트 우파’를 현실 정치의 전면에 자주 내세워왔다. 지난 2015년 10월에는 국회 시정연설에 보수·우익단체 회원 80여명을 초청해 방청하도록 했다. 연설에서 강조한 역사교과서 국정화 여론전에 이들 단체가 적극 나서달라는 주문으로 받아들여졌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도 2013년 10월, 취임 뒤 첫 대외 행보를 서경석 선진화시민행동 상임대표 등 우파단체 대표들을 만나는 것으로 시작했다. 청와대는 지난해 4월 청와대가 어버이연합에 ‘관제데모’를 지시했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그런 사실이 없다”(정연국 대변인)며 거듭 부인했다. 최근 탄핵반대 집회의 주축은 ‘박사모’를 비롯해 이들 아스팔트 우파들이다. 30일 박영수 특별검사팀 등에 따르면, 청와대가 집권 2년차로 접어든 2014년부터 삼성·현대차·에스케이·엘지 등 재계 서열 1~4위 기업들을 동원해 보수 ·우파 단체들을 지원한 과정은 미르·케이(K)스포츠 재단 설립 과정과 비슷하다. 청와대 정무수석실은 3년간 70억원에 이르는 거액을 끌어모아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자발적으로’ 어버이연합·엄마부대 등 10여개 단체를 지원하는 형식을 취했다.

하지만 돈의 성격은 ‘문화·체육 융성’이라는 그럴듯한 명분이라도 있었던 미르·케이 재단 때보다 훨씬 노골적이다. 청와대와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이 비밀리에 회의를 갖고 한국사회 이념지형의 가장 오른쪽에 있는 친정부·친재벌 우파단체들에 수십억원을 지원한 것은 ‘정경유착의 신세계’를 열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반 경제민주화’ 단체들을 4대 재벌이 직접 지원했다는 점에서 조기 대선 국면과 맞물리며 정치적 파장도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삼성 미래전략실의 김완표 전무의 역할이 눈에 띈다. 그간 전경련 이승철 부회장이 ‘대행’한 것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삼성은 관련 회의에 직접 참석해 전경련과 함께 지원 액수 등을 정했다고 한다. 세상에 알려질 경우 사회적 논란과 기업 이미지 훼손이 불보듯 뻔한 단체들에게 뭉칫돈을 지원하는 자리를 삼성이 마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미르·케이 재단에 가장 많은 204억원을 출연한 삼성은 “청와대 강요로 돈을 뜯겼다”며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비슷한 자금 출연 과정을 밟은 보수·우파단체 지원의 경우 삼성이 주도적으로 나섰기 때문에 ‘강요 피해자’로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특검팀은 이날 신동철 전 국민소통비서관을 구속기소하는 한편, 김기춘 전 실장도 조만간 구속기소한다고 밝혔다. ‘좌파 척결 블랙리스트’를 작성·실행한 혐의(직권남용 및 강요)를 적용했지만, 김 전 실장에게는 ‘우파 지원 화이트리스트’ 실행을 지시한 혐의 등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를 위해 특검팀은 이날 김 전 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다시 불러 보강 조사를 하는 한편, 2014~2016년 청와대 정무수석이었던 박준우·조윤선·현기환 전 수석을 최근 잇달아 불러 청와대-삼성·전경련-우파단체를 잇는 ‘삼각 커넥션’을 집중 추궁했다.

특히 특검팀은 정무수석실 관계자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보수단체 대표들이 김 전 실장을 직접 찾아가 추가 자금 지원을 요청한 사실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전 비서관 등은 특검팀 조사에서 “서경석 목사 등 보수단체 대표들이 청와대로 김 전 비서실장을 찾아왔다. 그 직후 김 전 실장이 ‘왜 자금 지원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느냐’고 (우리에게) 호통을 쳤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 목사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김 전 실장을 찾아간 게 아니라 미팅 자리에서 만난 것이다. 오래 전 일이라 자세한 내용은 기억 나지 않는다”고 했다. 김 전 실장의 개입 사실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면서, 특검팀은 박 대통령이 블랙리스트뿐만 아니라 화이트리스트 작성·실행 사실을 알았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김남일 서영지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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