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호의 반퇴의 정석] (35) 외롭지 않으려면 남자도 여자처럼 행동하라

김동호 입력 2017. 1. 31. 00:01 수정 2017. 1. 31.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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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회룡]
‘50대 남자 넷이 모이면 한 명은 이혼을 했거나 경험했다.’ 이혼이 많은 현실을 빗댄 우스갯소리만은 아닌 것같다. 통계청의 ‘2015년 연령별 1인 가구 현황’ 조사에서도 50대 1인 가구는 2010년 60만1000가구에서 2015년 87만8000가구로 46.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신부임이나 기러기아빠 같은 사정도 있겠지만 이혼이 늘어난 영향이 적지 않은 결과로 봐야 한다. 이혼 얘기를 꺼낸 것은 설 직전 이혼한 사실을 툭 털어놓은 50대 중반 남성의 얘기를 들으면서 세태 변화의 격세지감이 적지 않아서다. 그의 쿨한 모습에 실례를 무릅쓰고 많은 질문을 했다.

그의 이야기는 동석자들로부터 구구절절 공감을 얻었다. 그는 싱글로 돌아왔지만,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한 자신의 결혼생활을 반면교사로 삼으라는 듯 이혼에 이를 수밖에 없었던 사회적 배경과 남자가 행복한 결혼생활을 할 수 있는 노하우를 전해줬다. 기대수명이 환갑 언저리(61.9세)에 불과했던 1970년만 해도 거의 없었던 이혼이 급증한 것은 오래 살게 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해 기대수명은 82.1세를 기록했다. 다음은 이혼한 50대 남자와의 대화록이다.

Q : 왜 이혼을 결심했나요. A : “서로 조화하지 못했는데 앞으로도 달라질 건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Q : 자녀 결혼이라든지 집안의 대소사는 어떻게 할 건지요. A : “자녀들에게 선언을 했습니다. 나는 다시는 (전 아내를)보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혼하고도) 사이 좋게 지내는 경우도 있지만 그러고 싶지 않습니다.”

Q : 자녀들이 힘들어하지 않을까요. A : “성년이 됐으면 어차피 자기 인생을 사는 거라고 말해줬습니다.”

Q : 왜 이혼할 수밖에 없었나요. A : “늘 일이 먼저였고, 업무의 연장이라는 이유로 밤 늦게 귀가하고, 주말에도 가족보다는 바깥에서 시간을 보낸 게 더 많았습니다. 과거에는 일반적이었지만 요즘엔 인정받지 못하는 모델입니다.”

Q : 나홀로 노후가 외롭지 않을까요. A : “남자와 여자는 확실히 차이가 있는 것같아요. 팔불출이라 해서 남자는 사적인 얘기를 거의 안합니다. 그런데 여자들은 만나면 남편 얘기, 자식 얘기를 합니다. 그러니 대화의 내용이 풍부하고 관계도 오래갑니다. 밥값도 보통 더치페이 하니 부담이 없습니다.”

Q : 남자는 역시 다르죠. A : “우리 세대는 그저 만나면 술이죠. 폭탄주를 돌리고, 2차로 이어집니다. 대화도 나라 이야기, 회사 이야기만 합니다. 그러니 술자리가 무겁고 커집니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을 만나기 어렵게 됩니다. ”

Q : 여자는 어떻습니까. A : “디테일이 강합니다. 커피 한 잔 하면서 몇 시간씩 수다를 합니다. 드라마 한 장면 갖고도 계속 얘기합니다.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아무래도 남자는 백세시대가 어려운 것같습니다.”

Q :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 “남자도 여자처럼 생각하고 행동할 필요가 있습니다. 집안 이야기도 많이 해야 합니다. 자신을 위해 돈 쓸 줄도 알아야 합니다. 늘 와이프가 해주는 대로 하다보면 옷 하나 못사는 사람이 됩니다.”

Q : 안목이 많이 생기시겠습니다. A : “그거 조금 하다보니 재미도 있습니다. 집안일도 하다보니 주부 9단 비슷하게 되어가고 있습니다.”

Q : 다시 싱글로 돌아오면 시간이 많이 늘어날 텐데, 어떻게 보내실 건가요. A : “사회적 모임에 나가서 친구를 많이 사귀라는 조언도 있는데 알아보고 있습니다.”

Q : 외국에서도 사셨는데, 거기는 어떤가요. A : “아시아와 미국에 살아봤는데, 미국은 가족 중심입니다. 일 끝나면 바로 귀가합니다. 밖에서 술마시고 놀 곳도 없습니다. 이혼하는 배경이 우리와는 다른 것같습니다.” ※ 이 기사는 고품격 매거진 이코노미스트에서도 매주 연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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