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쉬운 해고' 추진하며 아이 더 낳으라는 정부

박병률 기자 입력 2017. 1. 30. 21:46 수정 2017. 1. 31.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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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입법조사처 “3차 저출산 대책, 첫해부터 목표 출산율 미달”
ㆍ청년 일자리 늘린다던 노동법 개정 등이 되레 고용불안 키워

노동개혁을 통해 청년층 일자리를 늘리고 아이낳기 좋은 사회를 만들겠다는 정부의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16~2020년)’은 장밋빛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정부가 쉬운 해고 등을 추진하면서 오히려 고용불안을 높였고 청년들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걸 더 꺼리게 만들고 있다는 얘기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30일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의 문제점과 개선방향’ 보고서에서 2015년 말 나온 제3차 기본계획이 첫해인 2016년부터 어긋났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2016년 목표로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자녀 수) 1.27명, 출생아 수 44만5000명을 제시했다. 하지만 입법조사처는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1.15명, 출생아 수는 40만명 내외에 그친 것으로 분석했다. 정부는 지난해에 전년보다 6조원 이상 많은 21조4000억원을 관련 예산으로 썼다.

3차 기본계획이 출발부터 어긋난 것은 정부의 청년 일자리·주거대책들이 청년들의 고용불안과 주거불안을 해소시켜 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5대 노동법 개정을 통해 휴일 8시간 특별연장근로허용, 기간제 근로자 고용기간 4년까지 연장, 파견허용업무 확대, 임금피크제 도입 등이 이뤄지면 청년 일자리가 늘어난다고 했지만 되레 고용불안을 키워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꺼리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결혼 적령기 청년들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나 사회안전망 강화와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입법조사처는 ‘중소기업 청년인턴제’가 신규 인력을 인턴으로 대체해 정상적인 일자리 창출을 잠식할 우려가 있으며 임금피크제로 줄인 비용을 청년 일자리에 투입하는 ‘세대 간 상생고용 지원’은 줄인 비용이 신규 일자리로 이어질지 미지수라고 진단했다. 근로자의 소득세를 감면해주는 ‘청년가젤형 기업 지원’, 중기 취업 청년에게 장학금을 주는 ‘희망사다리지원’ 등은 중소기업의 저임금과 열악한 근로조건의 개선이 없어 청년들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저출산·고령화 해결과 인적자원 수급 등 3가지 목표를 동시에 추진하는 데다 13개 부처에서 해당 정책을 각기 만들어 내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박선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15년째 계속되는 초저출산 현상은 결혼 적령기의 청년들이 생애 내내 누적되는 격차로 인해 자기 유지마저 힘들어지자 결혼과 출산을 새로이 가중될 삶의 위험과 비용으로 보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며 “정부 정책은 성장을 통해 분배가 이뤄졌던 산업화·민주화 시대에 어울리지만 지금과 같은 누적적 격차사회에 적용하기에는 불충분하다”고 말했다.

대안으로는 육아휴직급여 현실화, 동일노동·동일임금 개선 및 최저임금 인상, 공공건설 임대주택 공급 확대 등이 제시됐다.

<박병률 기자 m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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