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신고 안한 동거커플 절반 "차별·편견 경험"

황보연 2017. 1. 30.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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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사연, 동거경험자 253명 실태조사
"정부 혜택·복지서 제외당해" 45%
혼인신고 안해 행복주택 자격 없고
배우자 아파도 진료 상담 못해
동거 공개 6.3% 임신계획 4.7%뿐
"새 가족 인정 동거신고제 도입을
건보 피부양자·주거지원안 필요"

[한겨레]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신혼부부를 위한 행복주택 신청하려면 제약이 많더라구요. 청첩장이 있어야 한다고 하는데 그것 때문에 결혼을 할 수도 없는 거고….”(41살 남성·동거중)

“(동거 남성이) 술을 하도 먹어서 중독인지 확인하고 상담 좀 받아보려고 정신과에 갔는데, 거기서 동거부부는 안된다고 하더라고요.”(23살 여성·현재 미혼모)

비혼 동거가족(동거커플)의 절반 이상은 동거로 인해 차별을 경험한 적이 있으며, 사회적 편견 등으로 동거 사실을 완전히 공개하는 경우가 10명중 1명 꼴도 안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거를 새로운 가족 형태로 받아들이고, 나아가 혼인신고처럼 동거신고를 하도록 하는 제도적 지원 모색이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온다.

30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변수정 연구위원팀이 낸 ‘다양한 가족의 출산 및 양육실태의 정책과제-비혼 동거가족을 중심으로’ 연구 보고서를 보면, 2000년 이후 동거한 적이 있거나 현재 동거 중인 253명(만 18~49살)을 대상으로 지난해 실시한 실태조사에서 51%가 다른 사람의 부정적 편견이나 곱지 않은 시선 등으로 차별을 당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 중 성적으로 문란하고 비도덕적이라거나 책임감없는 사람으로 보는 등 부정적인 시선을 받은 경험이 70%에 달했다.

또 전체의 45.1%는 구체적으로 정부 혜택 및 서비스에서 차별을 겪었다고 답했다. ‘받을 수 있는 혜택에서 혼인신고한 부부가 아니라서 제외됐다’거나(34.2%) ‘사회 서비스 이용에 한계가 있었다’(31.6%)고 한 응답이 가장 많았다. 14명에 대한 심층 인터뷰에서 동거중인 34살 남성은 “여자친구 직장에서 사내복지 제도가 있는데 가족단위로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결혼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아쉬워하더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88.6%는 우리 사회가 동거가족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다고 보고 있으며, 모두에게 동거 사실을 공개한 경우도 전체의 6.3%에 그쳤다. 현재 동거중인 32살 여성은 “부모님이 집에 오신다고 하면 남자친구 짐을 다 싸서 치우는데 그걸 할 때마다 구차해진다”고 말했다. 동거 사실을 공개하지 않은 이들의 48.5%는 ‘다른 사람들이 안 좋게 생각하거나 편견을 가지고 볼까봐’ 그랬다고 답했다.

보고서에 담긴 대국민 인식 조사 결과(지난해 8월 만 18~64살 1013명 대상)에서도 동거 가족에 대한 비호의적인 인식이 엿보였다. 결혼을 전제로 한 동거에 대해서는 64.4%가 찬성했지만 결혼을 전제하지 않은 동거에 대해선 53.2%가 찬성했다. ‘결혼하지 않아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는 견해에 대해선 69.3%가 반대했다. 전체의 56.9%는 동거부부에 대한 지원 및 혜택이 혼인신고한 부부보다 작아야 한다고 밝혔다.

동거가족에서 출산이나 양육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동거 경험자에 대한 실태 조사에서 출산경험이 있는 이들은 전체의 6.7%에 그쳤다. 또 혼인신고 없이 동거 중에 임신·출산 계획이 있다고 한 이들도 4.7%뿐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혼외출산 비율은 1.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평균 40.5%(2014년 기준)를 크게 밑돌뿐 아니라 꼴찌 수준이다.

이번 보고서는 국내 비혼 동거가족의 실태를 알 수 있는 통계조사나 연구 등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던 상황에서 국책연구기관이 내놓은 연구로 주목된다. 변수정 연구위원은 “동거 가족에 대한 편견을 줄이고 가족 유형의 하나로 수용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마련돼야 한다”며 “동거신고를 할 수 있게 해줘서 일정 요건을 갖춘 동거가족에 대한 비상시 수술 동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등록, 주거지원 혜택 등을 부여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번 실태조사에서도 동거 경험자의 72%가 혼인신고한 부부와 비슷한 보호를 받을 수 있는 동거 관련 제도의 도입에 찬성했다. 프랑스의 경우, 1999년 동거커플의 권리를 보장하는 시민연대협약(PACS)을 도입해, 법률혼 관계의 부부와 동일한 세제 및 사회보장 혜택을 받도록 하고 있다. 정부는 2015년말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비혼 동거가족에 대한 사회·제도적 차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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