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의 가창신공] 밀젠코 마티예비치와 노라조 이혁

조성진 기자 2017. 1. 30.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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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적 초고음 지존, 소리의 공명 위치 순발력 있게 잘 바꿔
안정감있게 지속적으로 뻗어가는 고음 구사
음악적 접근법은 달라도 록과 메틀에 대한 열정은 닮은꼴
밀젠코 마티예비치 [사진=MBC복면가왕 캡처]
이혁 [사진=MBC복면가왕 캡처]

[스포츠한국 조성진 기자] 성대에서 발생된 소리는 후두부와 인두강을 거쳐 구강 안쪽의 연구개와 경구개를 통과해 입 밖으로 나온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동양인과 서양인의 소리 배출 방식이 다르다.

서양인은 동양인에 비해 입 천장 앞쪽의 단단한 부분인 경구개가 발달돼 있어 어렵지 않게 두성을 낼 수 있다. 경구개가 발달하면 얼굴에 분포된 공명강의 공명을 보다 쉽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연구개는 소리의 방향을 조절하면서 부드럽고 따뜻한 음색을, 경구개는 맑고 깨끗한 음색을 만들어 준다. 따라서 연구개와 경구개를 얼마만큼 조화롭게 잘 사용하느냐에 따라 소리의 질이 달라질 수 있다.

어려운 고음을 자연스럽게 잘 뽑아내는 보컬리스트의 경우 이러한 신체적 특징을 두루 잘 활용하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피나는 노력은 필수지만.

‘She's Gone’의 주인공 밀젠코 마티예비치는 록 보컬계의 고음지존 중 하나다.

헤비메틀 창법은 특성상 엄청난 스태미너와 힘을 필요로 한다. 공연 중에도 점차적으로 자기페이스가 흔들리곤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마티예비치는 특유의 강인한 체력과 집중력으로 공연 후반으로 갈수록 오히려 고음역에서 두성에 대한 의존도를 높여 가늘고 날카로운 음을 안정적이며 지속적으로 뽑아낸다. 비강을 열어 소리의 공명 위치도 순발력 있게 잘 바꿔 초고음을 자연스럽게 구사하는 것이다. 비성이 섞인 특유의 음색은 스틸하트 노래의 매력이기도 하다. 고음 중에도 음을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지속시키는 그의 역량은 실로 경이적이다.

그러나 이 살인적인 초고음역의 소유자라도 너무 고음 위주로 노래를 하다 보니 듣는 이에 따라 식상할 수 있다. 매니아 취향일 수밖에 없는 발성이다.

거기에 마티예비치는 곡을 직접 쓰기도 하는데, 그 때문에 대부분의 곡들이 그의 음역대에 맞추다보니 고음 위주의 작품이 주를 이룬다. 여러 번 들으면 단조롭게 들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폐활량에 기반한 탁월한 소리 구사는 록 보컬사에서 결코 잊혀지지 않는 ‘불멸’의 존재로 남을 것이다.

마티예비치는 2016년 MBC ‘복면가왕’에 출연해 ‘She's Gone’을 노래한 바 있다. 우리가 듣던 전성기 때의 그 목소리 그 가창력이 아니라 다소 실망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일 50이 넘은 지금도 그가 이 곡을 젊을 때와 똑같은 수준으로 불렀다면 이미 그는 인간이 아닌 것이다. 어쨌든 국내 방송에서 직접 그의 실연을 접할 수 있었다는 자체에 감회가 새로웠다.

지난 29일(일) 방송된 복면가왕에서 노라조 이혁이 존재감 넘치는 록 보컬을 들려줬다. 이혁의 무대를 보며 문뜩 마티예비치가 떠올랐다. 마티예비치는 복면가왕에 출연했던 최초의 외국 보컬리스트다.

이혁은 동양인임에도 마티예비치 만큼이나 폐활량이 대단하고 탄탄한 성대를 가졌다. 오죽했으면 심사위원이었던 조장혁이 이혁의 노래를 듣고 너무 놀라 신체 일부를 열어보고 싶다고까지 했을까.

둘은 분명 다른 스타일이지만 록(헤비메틀)에 대한 열정은 같다. 뚝심 있게 메틀의 길을 걸어온 마티예비치에 비해 이혁은 메틀의 열망은 가슴에 담은 채 대중성의 외피를 쓰고 활동했다. 그러나 노라조의 곡과 공연을 접하면 리프를 비롯한 몇몇 표현기제 및 퍼포먼스 등에서 록의 이디엄을 채용한 걸 알 수 있다. 생존을 위해 ‘싼마이’식 어법으로 대중속 깊숙이 파고든 노라조임에도 록의 수법 일부를 꾸준히 음악에 담아냈던 것이다.

복면가왕에서 보여준 이혁의 무대는 전혀 꾸미지 않은 순도 100% 정통 록 보컬로서의 열망의 표현이었다. 그 노래를 감상하며 마치 SBS ‘불타는 청춘’에서 묵묵히 장작을 패던 ‘꾸밈없는’ 단순무식 머슴같은 에너지의 마티예비치 모습이 불현듯 떠올랐던 것이다.

그러나 이혁은 복면가왕에서 탁월한 록 보컬 가창력을 선보였음에도 엄청난 R&B 스킬을 지닌 호빵왕자의 벽을 넘진 못했다. 이건 ‘실력’의 문제라기 보단 ‘취향’이 좀 더 반영된 심사 결과라는 표현이 적합할 만큼 명승부였다.

그런데 호빵왕자는 모 유명 가수를 연상케 한다. 이혁과 호빵왕자는 전혀 다른 장르와 발성이다. 그럼에도 추측건데 같은 선생 문하인 듯하다. 호빵왕자의 정체가 방송에서 공개적으로 밝혀지면 관련 기사를 본 칼럼에서 다시 다룰 예정이다.

[연예부 부국장]

조성진 기자 corvette@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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