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좋은 직장' 잡으려 졸업 미루고.. 대학원 가고..

조효석 기자 2017. 1. 3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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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전후 대학 입학한 '금융위기 세대' 학생들 졸업 이후 실업 기간 길면 취업 악영향 미친다 판단

일자리 창출은 이 시대 최대 과제다. 청년실업과 저출산 등 한국 사회 모든 문제의 근원이 일자리 부족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권주자들이 일제히 ‘일자리 대통령’을 표방하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상당수 공약은 벌써부터 ‘포퓰리즘’ 논란에 휩싸여 있다. 정부 정책도 겉돌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가 대안으로 논의되고 있지만 관련 입법은 정부와 정치권이 합일점을 찾지 못해 표류하고 있다. 특히 일자리 수에만 집착하고 고용의 질을 높이는 데 소홀했던 정부 정책 때문에 일자리 양극화가 심화되고 청년실업은 증가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그런 데 취직하느니 차라리 알바(아르바이트)하고 말죠.”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신모(25)씨는 졸업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당장 취업할 데가 마땅치 않아서다. 문과대에 다니는 다른 친구들보다야 낫다지만 상황이 어렵긴 ‘이학’계열로 불리는 순수학문 역시 마찬가지였다.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부문 기업들을 알아봤지만 공대가 아닌 이상 삼성전자·LG디스플레이 등 대기업 입사는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매일 들락거리던 취업전문 웹사이트에서 중소기업 일자리도 알아봤지만 대우가 생각보다 열악했다. 퇴근시간은 오후 10시가 넘어가기 일쑤에 첫해 연봉도 2000만∼2500만원 선이었다. 사내 복지라도 좋다면 맘을 바꿀 생각이 있었지만 그런 곳은 눈을 씻고 봐도 없었다. 선배들 역시 커리어상 시작이 좋지 않으면 앞으로도 좋은 곳으로 이직이 어렵다고 조언했다. 그렇게 이력서 낼 곳을 하나둘 빼놓다 보니 남은 건 대기업뿐이었다. 자칫 졸업 직후 취업에 성공하지 못한 채 시간만 보낼 경우 상황이 점점 나빠질 게 뻔했다. 이대로 취업전선에 맨몸으로 내몰리는 건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개월 동안 고민을 거듭하던 신씨는 결국 대학원을 다니기로 결정했다.

금융 위기가 발발한 2008년을 전후로 대학에 입학한 ‘금융위기 세대’ 청년들이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해 고통받고 있다. 청년 실업률은 수년 전부터 나아지기는커녕 심각해지고 있다. 금융위기 세대가 졸업을 시작한 2012년을 전후로 해 우리 사회 전체 실업률과 20∼29세 청년층의 실업률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20∼29세 실업률은 9.8%로 전체(3.7%)의 3배 가까웠다. 2007년까지만 해도 7.1%로 전체 실업률(3.9%)의 2배 미만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확연하다. 시기적으로 취업시장에서 일자리 양극화지수(PI)가 급증하기 시작한 때와도 일치한다. 노동시장 양극화는 보통 근로자 간 임금 차이나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를 말한다.

결국 일자리 양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젊은층의 경우 직장을 고르는 데 다른 연령대보다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실제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하기 힘든 청년들은 졸업을 미루거나 대학원 진학을 선택하고 있다. 실업률 통계에 포함되지 않은 이들의 수를 고려하면 실제로 실업에 고통받는 청년들의 비중은 훨씬 높을 수밖에 없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 6일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졸업유예를 한 대학생들은 유예 이유로 ‘자격증 및 고시준비’를 꼽는 비율이 급격히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공무원 등 안정적이고 양질의 일자리를 찾기 위해 대학에 머물고 있는 청년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정성엽 한국은행 산업고용팀 과장도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청년 실업률 증가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취업시장의 양극화 문제를 지적했다. 취업 상위시장과 하위시장 사이 간극이 벌어진 탓에 졸업 뒤 취업시장에 직접 뛰어드는 경우가 갈수록 준다는 설명이다. 정 과장은 “노동시장 양극화는 대졸자의 일자리 탐색기간 장기화에 영향을 미친다”며 “경기적 요인인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보다도 영향이 크다”고 주장했다.

글=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 이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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