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쉬운해고' 두고는 백약이 무효..3차 저출산 대책 첫해부터 삐긋

박병률 기자 입력 2017. 1. 30.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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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쉬운해고, 임금피크제 시행 등을 담은 제3차 저출산·고령화사회 대책은 실패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청년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는 정부 기대와 달리 고용불안을 높여 청년들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것을 더 꺼리게 된다는 것이다. 앞선 1,2차 기본계획도 지난 10년간 80조원이 넘는 돈을 퍼부었지만 엉뚱한 곳에 쓰면서 저출산 기조는 더 심해졌다.

이같은 사실은 30일 국회입법조사처가 펴낸 ‘제3차 저출산·고령화사회 기본계획(이하 기본계획)의 문제점과 개선방향’보고서에 드러났다. 보고서를 보면 2020년까지 합계출산율 1.5명, 출생아수 48만명을 달성하겠다고 한 제3차 기본계획은 첫해부터 어긋났다. 2016년 목표는 합계출산율 1.27명, 출생아수 44만5000명이었지만 지난 3분기 통계청 자료를 토대로 연말까지 추정해 보면 합계출산율은 1.15명, 출생아수는 40만명 내외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3차 기본계획을 시작한 첫해인 지난해 전년보다 6조원 이상 많은 21조4000억원을 썼다. 보고서는 “예산을 대폭 늘렸지만 첫해부터 어긋나면서 제3차 기본계획이 달성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밝혔다.

3차 기본계획이 출발부터 어긋난 것은 정부의 청년 일자리·주거대책들이 청년들의 고용불안과 주거불안을 근본적으로 해소해 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일부 정책은 결혼과 출산을 더 어렵게 한다고 국회 입법조사처는 밝혔다.

실효성이 떨어지는 대표적인 정책이 ‘쉬운해고’를 추진한 5대 노동법 개악이다. 정부는 휴일8시간 특별연장근로허용, 기간제 근로자 고용기간 4년까지 연장, 파견허용업무 확대, 임금피크제 도입 등을 하면 청년일자리가 늘어난다고 했지만 되레 고용불안을 키워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꺼리는 원인이 된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보고서는 “노동개혁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나 질제고는 적령기 청년들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나 사회안전망 강화와는 거리가 있다”고 밝혔다.

지하철 5호선에서 시민들이 임산부석을 비우고 앉아있다. 이상훈 기자

중소기업 청년인턴제는 신규인력을 인턴으로 대체해 정상적인 일자리 창출을 잠식시킬 우려가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임금피크제로 줄인 비용을 청년일자리에 투입하는 ‘세대 간 상생고용지원’은 줄인 비용이 신규일자리로 이어질 지 미지수라고 보고서는 밝혔다. 또 ‘청년해외취업 촉진’은 현지에서 생계유지조차 되지 않는 질나쁜 일자리가 많았고 인력송출정책으로는 출산율을 높이기 어렵다고 봤다. 근로자의 소득세를 감면해주는 ‘청년가젤형 기업지원’, 중기 취업 청년에게 장학금을 주는 ‘희망사다리장학금’ 등은 중소기업의 저임금과 열악한 근로조건의 개선이 없어 청년들이 결혼하고 출산을 하는데는 도움이 되지않을 것으로 분석됐다. 기업형 임대정책인 뉴스테이 정책은 기업지원대책으로 높은 임대료 때문에 적령기의 청년들이 선택하기는 무리가 있는 정책으로 분석됐다. 또 신혼부부 주택마련자금지원은 대규모 주거부채를 발생시켜 출산을 지연시키거나 단념하게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서는 내다봤다.

이처럼 모순된 정책들이 마구잡이로 쏟아져 나오는 이유는 정부가 저출산대응, 고령사회대응, 인적자원대응 등 3가지 목표를 동시에 추진하는데다 13개 부처에서 해당 정책을 각기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우수해외인재를 유치하겠다는 ‘정부초청 외국인 장학생선발사업’은 저출산·고령화로 부족해질 ‘인적자원대응’에는 부합하지만 국내 일자리가 없어 청년들을 해외로 내보내려는 ‘청년취업촉진’과 맞지 않고, 양질의 일자리가 추가 잠식되면 저출산이 더 심해지는 요인이 될 수 도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대안으로 아동수당(0~18세) 지급, 육아휴직급여 현실화와 육아수당 지급, 국·공립어린이집 신설 및 민간어린이집 국공립전환 추진, 동일노동·동일임금 개선 및 최저임금 인상, 공공건설 임대주택 공급확대 등을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박선권 국회입법조사처 보건복지여성팀 입법조사관은 “15년째 계속되는 초저출산현상은 결혼적령기의 청년들이 생애내내 누적되는 격차로 인해 자기유지마저 힘들어지자 결혼과 출산을 새로이 가중될 삶의 위험과 비용으로 보기때문에 발생한 현상”이라며 “특정집단의 특정욕구를 그때그때 대책으로 해결해주려던 1~3차 기본계획은 성장을 통해 분배가 이뤄졌던 산업화·민주화시대에 어울리지만 지금과 같은 누적적 격차사회에 적용하기는 불충분한 대책”이라고 말했다.

<박병률 기자 m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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