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화의 글로벌 徐∼핑①]트럼프 시대 '팩트(사실)'는 무엇인가

2017. 1. 30.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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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소설가 조지 오웰이 쓴 '1984'의 한 구절이다.

더욱이 1984에서 여론을 통제ㆍ감시하는 '빅 브라더'처럼 트럼프 정부는 최근 정부기관들에 대 국민 소통과 언론 접촉을 금지한 사실이 들통났다.

트럼프의 지지자 스코티 넬 휴즈는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불행히 사실이란 것은 더 이상 없다"면서 "트럼프가 거짓말을 한 게 아니라 그 자신이 경험한 내용에 감정을 섞어 함축적으로 말한 것 뿐"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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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영화 기자]“진실부 장관은 거짓을 걱정한다”

영국 소설가 조지 오웰이 쓴 ‘1984’의 한 구절이다. 그의 대표작 ‘동물 농장’이 사회주의를 풍자했다면, 1984는 전체주의를 고발한 소설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출간된 지 67년이 지난 이 책이 온라인서점 아마존의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다고 한다. 요즘 미국에서 1984가 반향을 일으킨 것은 트럼프 정부의 거짓말 논란이 한몫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을 하는 모습.[게티이미지]

논란의 불씨는 트럼프 정부의 ‘입’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이 당겼다. 그가 지난 21일(현지시간) 첫 공식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 인파가 사상 최대였다고 밝힌 것이다. 미 언론은 취임식 당일 위성사진까지 증거로 들며 그의 말은 거짓이라고 반박에 나섰다. 

언론과 트럼프 정부간 진실공방 속에 급기야 ‘대안적 사실’(alternative fact)이란 신조어까지 나왔다. 켈리엔 콘웨이 백악관 선임 고문이 “스파이서가 대안적 사실을 준 것”이라고 감싸면서 콘웨이를 향해 거짓과 대안적 사실의 차이가 무엇이냐는 비난이 쏟아졌다. 파장이 커지자 ‘사실’에 대한 인터넷 검색이 폭주했고, 메리엄-웹스터 사전은 트위터 계정에 그 뜻을 올리기도 했다.

CNN방송은 콘웨이의 발언은 1984의 ‘진실부 장관’을 떠올리게 한다고 꼬집었다. 더욱이 1984에서 여론을 통제ㆍ감시하는 ‘빅 브라더’처럼 트럼프 정부는 최근 정부기관들에 대 국민 소통과 언론 접촉을 금지한 사실이 들통났다. 

트럼프 정부를 둘러싼 거짓말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취임 직전 트럼프의 성추문 등 약점이 담긴 ‘트럼프 X파일’의 진위를 놓고 CNN과 트럼프는 한바탕 전쟁을 벌인 바 있다. 또 선거 유세기간 TV토론에서 트럼프가 했던 말을 두고 미 언론들은 허위 사실을 가려내려고 열을 올렸었다. 

트럼프의 지지자 스코티 넬 휴즈는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불행히 사실이란 것은 더 이상 없다”면서 “트럼프가 거짓말을 한 게 아니라 그 자신이 경험한 내용에 감정을 섞어 함축적으로 말한 것 뿐”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123rf]

이쯤되면 트럼프 시대를 맞아 미국에선 참과 거짓의 경계가 허물어졌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하지만 이것이 미국에 국한된 얘기일까. 나라별로 정도 차는 있겠지만, ‘포스트-트루스(post-truth)’시대를 맞아 말과 정보가 불신을 받는 것은 세계 공통의 고민이다. 

지난해 영국 옥스퍼드 사전이 올해의 단어로 선정한 포스트-트루스, 즉 ‘탈(脫) 진실’은 “객관적인 사실보다 신념이나 감정에 호소하는 것이 여론을 형성하는 데에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상황”을 뜻한다. 오늘날 소셜미디어의 발달로 그러한 시대적 흐름은 가속화하고 있다. 

오바마 정부 때 국무장관을 지낸 존 케리는 이달 퇴임하기 전 트럼프의 트위터 정치를 겨냥해 “지금 미국 뿐 아니라 전 세계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과제 중 하나는 바로 우리가 팩트(사실)없는 정치환경 속에서 살고 있는 점이다”라고 일갈했다. 

그는 이어 “경제 불안과 압박이 있고, 그런 두려움을 분파주의나 인종 문제와 연결지어 악용하고 정치 표어로 내세울 때 과연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 우리의 오랜 역사가 잘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최순실 사태와 대선 정국을 지켜보면서 그의 말이 계속 귓가에 맴도는 건 이 땅에 발붙인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 때문일 거다. 

/betty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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