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정치] 주머니 터는 문재인과 반기문

조진영 2017. 1. 29.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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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심판탓 선거일 미정..후원금 모집 불가능
본선후보 아니라 대출·펀드조성 어려워
당 경선후보 후원금 모금 가능..무소속 불가
돈. 정치. 함께 있으면 어딘지 부정적인 느낌이 드는 두 단어. 하지만 정치자금부터 예산책정까지 돈과 정치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일본 총리를 지낸 다나카 가쿠에이는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정치는 머릿수이고, 머릿수는 힘이며, 힘은 돈이다” 정치에 담긴 돈 이야기, 돈에 담긴 정치이야기를 풀어 드리겠습니다 /편집자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사진=연합뉴스)
대선주자들이 돈 문제로 고민에 빠졌습니다. 돈 나갈 일은 많은데 공식적으로 모을 수 있는 길이 막혀있기 때문입니다. 공직선거법은 ‘후원금을 모으려면 대선 240일 전부터 예비후보로 등록해야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정해진 선거일부터 거꾸로 여덟달을 세야 한다는 뜻인데요. 문제는 이번 선거일이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결정(60일 이내)에 따라 유동적이라는겁니다. 다시말해 헌재 결정 전까지는 ‘후원계좌’를 열 수 없다는거죠.

◇‘부산’ 지분 판 문재인..‘개인사업자’ 된 반기문

결국 사비를 털고 있습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주주’를 포기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 만든 법무법인 부산 지분(22.56%)을 내놓은건데요. 지난해 국회공직자윤리위원회에 신고된 재산 내역을 보면 이 지분의 가치는 8370만원입니다. 이 중 일부를 서울 여의도 사무실 임대보증금에 사용할 계획입니다. 그동안 낸 책 6권에 대한 인세도 고스란히 선거 자금으로 들어갈 판입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개인사업자가 됐습니다. 귀국 직후 은행을 방문해 만든 법인 통장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반 전 총장은 통장을 만들기 전 ‘글로벌리더쉽연구소’라는 이름으로 사업자등록을 했는데요. 비서와 운전기사 등 직원에게 월급을 줄 때 회계처리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풀이됩니다. 반 전 총장의 예금을 깨서 설립한 곳인만큼 별다른 수입은 없고 지출만 있는 회사입니다.

문제는 앞으로 돈 들어갈 일이 더 많다는겁니다. 박한철 헌재소장이 제시한 탄핵 최종판결 시점(3월 13일)을 마지노선으로 잡더라도 지금부터 한 달하고도 보름가량을 쌈짓돈으로 버텨야합니다. 정말 별다른 방법이 없는걸까요?

이명박 전 대통령(사진=연합뉴스)
◇은행 대출로 선거 치른 이명박 전 대통령

돈을 구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은행에 가는겁니다. 대출을 받는거죠. 원하는 금액을 빌리고 그에 맞는 이자를 계산해 갚으면 됩니다. 신용이 좋고 담보가 확실하면 이자율이 낮아집니다. 반대로 신용이 나쁘고 담보가 없으면 이자율은 높아지죠. 때론 돈을 안빌려주기도 합니다. 은행 입장에선 돈을 떼이는 것보다 처음부터 빌려주지 않는게 안전하니까요.

대선주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선거자금 통로가 막혀있다면 은행에서 돈을 빌리면 됩니다. 담보를 맡기고 생활자금 용도로 빌리는 것이 일반적입니다만 ‘정치자금’만을 목적으로 빌릴 수도 있습니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습니다. 19대 총선을 한해 앞둔 2011년 정부가 은행법 38조에 명시된 ‘정치자금 대출금지 규정’을 삭제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 이전에 정치자금을 대출받은 사례가 있습니다. 2007년 17대 대선 당시 한나라당은 4개 저축은행에서 총 250억원을 빌렸습니다. 명목은 신용대출이었지만 실제로는 선거보전금을 염두에 둔 담보대출이었습니다.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후보가 대통령 선거에서 15% 이상 얻을 경우 비용 전액을 국가가 보전해준다는 점을 활용해 돈을 빌린겁니다.

하지만 이는 매우 특이한 경우입니다. 선거보전금은 확실한 담보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지지율은 언제든 떨어질 수 있고, 단일화를 이유로 후보직을 사퇴하기라도 하면 부도가 나는 셈이니까요. 은행 입장에선 빌려준 돈을 받아내기가 어려워진다는 의미이기도 하고요. 당시 돈을 빌려준 저축은행들도 이 후보의 형인 이상득 전 의원이 보증을 서고나서야 돈을 내줬습니다.

‘정치인펀드’의 원조격인 ‘유시민펀드’ 모집 포스터
◇반기문·문재인 펀드는 시기상조

후보자들은 가급적 후원금 안에서 선거를 치르고 싶어합니다. 어쩔 수 없이 개인 돈을 써야한다면 빌려 쓰는게 최선책입니다. 선거보전금이 있으니 이자비용만 부담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앞의 사례에서 보듯 은행들은 구체적인 담보 없이 돈을 빌려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등장한게 ‘정치인 펀드’입니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장관은 2010년 경기지사에 도전하며 ‘유시민 펀드’를 만들었습니다. 지지자 5339여명에게 연 2.45%의 이자를 약속하고 110일동안 41억원을 빌렸죠. 선거에서는 졌지만 15% 이상 얻는데 성공해 원금을 갚는데 문제가 없었습니다. 유 후보 주머니에서는 이자비용 3000여만원 정도만 나갔습니다. 손에 잡히는 담보 없이, 지지자들의 ‘팬심’에 의존한 결과입니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지지율 1위인 문 전 대표도 2위인 반 전 총장도 대출이나 펀드를 언급하기 어렵습니다. 끝까지 후보로 뛰지 못하면 담보격인 선거보전금을 받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문 전 대표가 섣불리 펀드 모집에 나선다면 ‘후보가 다 된 것마냥 행동한다’는 비판에 시달릴 수 있습니다.반 전 총장도 곤란하긴 마찬가지입니다. 지지율이 선거보전금 전액 지급기준(대선 득표율 15%)까지 떨어져있기 때문이죠.

◇민주당 문재인과 무소속 반기문의 차이

가장 현실적인 해결책은 정당의 대통령선거 경선 후보로 등록하는겁니다.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에 따르면 정당이 대통령후보 선출을 위해 당내경선을 실시할 경우, 출마자는 경선 후보 등록과 동시에 후원회를 결성할 수 있습니다. 당내 경선을 앞둔 문 전 대표 입장에서는 반가운 소식입니다.

반면 아직 무소속인 반 전 총장에겐 아쉬운 규정입니다. 무소속 출마자는 예비후보 등록 전까지 후원회를 모집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반 전 총장이 하루라도 빨리 정당을 결정해야하는 이유입니다.

조진영 (liste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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