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과 조선일보, 문재인과 KBS

김도연 기자 2017. 1. 29.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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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인터뷰 거부 ‘언론개혁’ 강조했던 노무현… “언론탄압 세력 청산” 문재인, KBS 인터뷰 거부

[미디어오늘 김도연 기자]

“조선일보는 아무리 봐도 희망이 없다. 그곳은 사주의 자유와 기자의 자유가 전혀 충돌하지 않는 신문이다. 그곳에서는 어떤 제도적 개선을 통해서도 희망을 찾을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조선일보와 인터뷰를 하지 않는다.”(‘월간 말’ 2001년 12월호)

2001년 11월 조선일보의 대선 주자 릴레이 인터뷰를 거부하며 노무현 당시 민주당 상임고문이 던진 말이었다. 

월간 말과의 인터뷰에서 노 고문은 “조선일보의 공정성을 신뢰하지 않고 그들의 부당한 공격에 대한 불만을 말하면서도 인터뷰를 하는 이유는 조선일보의 영향력에 대한 기존 관념을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력 보수 언론에 저항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최대 신문사와의 인터뷰라는 유혹이 불만을 갖고 있으면서도 대선 주자가 조선일보를 찾게 되는 이유라는 이야기다. 

이에 더해 노 고문은 대선 기간 동안 조선일보 불매운동까지 벌이겠다며 조선일보와 전쟁을 선포하기도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통령에 임명되고 나서도 조선일보와 불화했다. “조선일보를 상대로 한 노무현의 전쟁은 앙시앙 레짐(구체제)의 해체를 겨냥한 것”(유시민)이라는 평가처럼 조선일보와의 전쟁은 노무현을 상징했다.

▲ 노무현 대통령이 2007년 1월9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대국민 특별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십수 년 전 일을 떠올린 까닭은 2017년 대선의 유력 후보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KBS 대선 주자 릴레이 좌담회를 거부한 데 있다. 

문 전 대표는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가 자신을 지지했다는 이유로 KBS로부터 출연 보류 통보를 받자 25일자 KBS 인터뷰에 불참했다. 

문 전 대표는 “정치적 신념은 검열의 대상이 아니다. 출연 여부에 대한 기준 또한 공정하고 공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 전 대통령이 조선일보를 거부한 것과 맥락은 다르나 대선 주자가 언론개혁을 부르짖고 언론과의 싸움을 마다하지 않는 모습에서 기시감이 느껴진다.

KBS도 ‘지지율 1위’ 문 전 대표를 의식하는 모습이다. 

지난 26일 안희정 충남도지사와의 인터뷰에서 박영환 KBS 보도본부 취재주간은 “만약 (민주당 경선에서 1위 후보가) 과반을 넘지 못하면 결선 투표를 한다. 그러면 이재명 시장을 밀어주겠냐”, “박원순 시장이 ‘문재인도 청산 대상’이라며 패권을 지적했다. 공감하시나”, “시대교체 대상에 문재인 대표가 있나” 등 문 전 대표와 관련한 질문을 쏟아냈다.

▲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성장 정책포럼’에 참석해 ‘일자리 국민성장의 맥박’이란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이는 누리꾼들 사이에서 ‘질문이 기승전문(文)’이라는 비아냥이 나왔던 까닭이다. 오죽했으면 안 지사가 진행자에게 “문 대표에 대한 비평은 정치 평론가들이 하면 안 되겠느냐”고 말했을까.

지난 14일부터 24일까지 KBS ‘뉴스9’ 보도에서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 화면 노출 분량이 문 전 대표와 비교해 30%가량 더 길다는 KBS 새노조의 분석이나 KBS가 문 전 대표는 클로즈업 처리하고 대신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풀샷으로 촬영해 한 화면에 국민의당 지지자들이 더 많은 것처럼 편집했다는 민주당의 지적 등도 현재 KBS와 문 전 대표와의 관계를 가늠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KBS와 문 전 대표가 이처럼 충돌하는 이유는 문 전 대표가 ‘언론 개혁 의지를 지닌 지지율 1위 후보’라는 데서 찾아볼 수 있다.

▲ 이용마 MBC 해직기자와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12월16일 경기 남양주 인근 요양원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언론노조
문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 암 투병 중인 이용마 MBC 해직기자를 만나 “언론 탄압에 앞장섰던 앞잡이들에게 철저히 책임을 묻고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 “촛불 민심에는 언론 탄압 세력에 대한 청산 요구도 담겨있다”라고 말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KBS·MBC·YTN 등 주요 방송을 장악하고 여기에 부역한 언론사 간부들이 해직을 포함한 중징계 등으로 저항 언론인을 탄압했다는 사실을 대선 후보로서 인지하고 있는 것이다.

대선이 임박할수록 문 전 대표와 KBS의 충돌이 격렬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선거가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느냐에 따라 두 세력의 승패가 좌우되는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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