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만에 역사의 뒤안길로..친박 몰락사

박순봉 기자 2017. 1. 28.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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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친박계가 13년만에 몰락했다. 박근혜 대통령을 배출한 집권 여당의 거대 계파는 구심력을 잃고 ‘패거리 정치’ ‘권위주의적 보수주의’의 대명사로 전락했다. 크고 작은 부침에도 오뚝이처럼 일어났던 친박계는 박 대통령 탄핵을 맞으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다.

친박 몰락을 단적으로 보여준 예는 핵심인 서청원·최경환·윤상현 의원의 분열이었다.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윤리위원회에 윤상현 의원이 출석했다. “소명하러 왔습니다.” 그의 짧은 한 마디는 ‘마지막 친박계’이자 징계대상자였던 서청원·최경환 의원을 향했다. ‘계파 대신 내가 살아야겠다’는 외침이었다. 윤 의원은 직접 출석해 소명했고, 최 의원은 자료를 제출했다. 서 의원만이 남았다. 이틀전까지만 해도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의 정치 행위는 “모두 무효”라며 무대응을 외쳤던 이들의 단일 대오는 이날 완전히 무너졌다. 친박계의 종말이었다.

친박계는 가치나 명분보다는 한 사람을 향한 조직이었다. 이들은 오직 권력의지로서 버텨왔다.

친박 세력은 2004년 3월 박근혜 대통령이 당시 한나라당 대표로 선출되면서 생겨났다는 게 정설이다. 박 대통령은 당시 검찰 대선자금 수사로 한나라당이 ‘차떼기당’이라는 오명을 썼을 때 ‘천막당사’를 열어 구원투수로 활약했다. 이후 2005년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이 각각 사무총장과 대표비서실장으로 임명되면서 진용을 갖췄다.

새누리당 비상시국위원회가 지목한 친박계 8인 -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 조원진 최고위원, 김진태 의원, 서청원 전 대표, 이장우 최고위원, 윤상현 의원, 홍문종 의원,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친박은 박 대통령이 2007년 8월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에 패배하며 위기를 맞았다. 이후 2008년‘공천학살’로 친박 후보들이 대거 탈락했지만 퇴출된 인사들이 ‘친박연대’를 만들었고, 한나라당에 돌아와 친박 세력을 더욱 공고히 했다.

2012년 박 대통령이 대선에 승리하면서 친박계는 전성기를 맞았다. 하지만 박 대통령 집권 기간동안 끊임없이 친박은 비박의 공격과 진박(진짜 친박) 등의 분화로 세력을 불리지 못했다.

지난해 4·13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대참패를 겪는 와중에도 친박계는 막강한 힘을 증명했다. 비박계인 당시 김무성 대표를 누르고 친박계 중심의 공천을 해낸 것이다. 유승민 의원은 끝내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했고, 소위 ‘진박’(진짜 친박)들이 대거 공천을 받았다. 김무성 당시 대표는 당시 공천관리위원장인 이한구 전 의원의 공천에 반발하며 ‘옥쇄 투쟁’을 벌이기도 했지만 무력했다.

친박계 중심의 공천은 이어진 ‘8·9 전당대회’에서도 힘을 발휘했다. 친박 2선 후퇴론에도 ‘박근혜의 입’이라고 불렸던 이정현 대표를 당선시킨다. 조원진·이장우 최고위원 등 지도부 역시 친박 중심으로 구성됐다. 역시 ‘친박당’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지난달 원내대표 선거에서도 친박계가 지원한 정우택 원내대표가 당선됐고, 비박계는 사실상 쫓겨나 바른정당을 창당하는 계기가 된다.

여론과는 달리 당내에서 막강한 힘을 보이던 친박계도 탄핵 정국과 인명진 비대위 체제 안에서는 힘을 잃기 시작했다. 인적청산 대상자로 지목되면서다. 친박의 힘으로 당선된 대부분의 의원들은 순식간에 등을 돌렸다.

‘박심(朴心)’을 등에 업고 권력 핵심으로 군림하던 친박계는 ‘박심’ 때문에 위기를 맞게 됐다. ‘비선’의 존재가 드러나고, 박 대통령의 독선적인 리더십이 오히려 독이 됐다. 1인 리더십에 지나치게 의존한 셈이어서 2인자 없이 위기를 수습할 능력도 없다. 친이계와는 달리 얕은 정치적 명맥도 유지하기 어려워 보인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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