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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칭 '교통 오타쿠',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가 연재합니다. 우리가 매일 이용하는 교통, 그리고 대중교통에 대한 최신 소식을 전합니다. 가려운 부분은 시원하게 긁어주고, 속터지는 부분은 가차없이 분노하는, 그런 칼럼도 써내려갑니다. 여기는 <박장식의 환승센터>입니다. - 기자 말

곡성군 섬진강변을 지나는 금호고속의 버스.
 곡성군 섬진강변을 지나는 금호고속의 버스.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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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이면 버스 터미널은 내내 북새통이다. 버스표가 기차표에 비해 월등히 구하기 쉽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버스전용차로제의 정착, 다양한 우회도로 개통으로 인한 경부축 상습정체 해소과 함께 고속/시외버스 역시 정시성이 '어마무시'하게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굳이 설 연휴가 아니더라도 여행할 때 버스를 고르는 사람이 연일 늘어나고 있다.

1960년대, 경인고속도로와 서울수원고속도로의 개통으로 100km/h를 넘나드는 속도의 고속버스가 첫 등장했다. 확인할 수 있는 자료에는 1968년에 첫 고속버스 인가가 나왔다고 하니, 사실상 내년이 국내에서 고속버스가 운행된 지 50년째가 되는 해라는 이야기이다. 서울에서 묵호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던 고속버스는 어느새 전국을 4시간 안에 연결하는 좋은 '바이패스'가 되고 있다.

오늘은 고속버스 이야기이다. 설날에 고속버스를 통해 고향에 내려간다면, 이번에 마련한 '고속버스와 관련된 가십' 한 번 읽어보는 것 어떨까. 40km 가까이밖에 되지 않는 최단거리 고속버스 노선부터, 고속버스와 시외버스의 차이점, 'SRT'와 'KTX' 경쟁 뺨칠 만큼 심각해서 사회적 문제까지 벌어졌던 고속버스 간의 경쟁, 관광버스가 고속버스를 대체하는 '협정버스' 등. '고속버스' 안에서 읽기 좋은 이야기와 '꿀팁'을 준비했다.

① 시내버스보다 짧은 고속버스 노선은 어디?

국내에서 운행하는 고속버스 노선 중 가장 짧은 노선은 어떤 노선일까. 바로 용인에서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을 잇는 41.9km의 노선이다. 고속버스 관련 법령에 의거하여 중간정차장인 유림동에서 중간정차하는데, 여기서 고속터미널까지의 거리는 38.2km. 오산에서 강남을 잇는 시내버스인 5300번이 오산 갈곶동에서 강남까지 49km 정도라는 것에 비하면 '시내버스보다 짧은 고속버스'인 셈이다.

더욱이 용인-서울을 오가는 시내버스의 수는 포화에 다다른 상태. 용인의 대학, 신도시와 서울 광화문을 잇는 시내버스가 꽤나 많은데, 불편하게 터미널에서 표를 끊어 타고 내려야 하는 이 노선이 아직도 유지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간단하게' 시내에서 시간을 허비하지 않아 이용객이 많다는 이유도 있지만, 운행회사인 동부익스프레스(아래 동부고속)가 첫 번째로 운행한 노선이기 때문이다.

1998년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규칙의 개정으로 인해 운행거리가 100km가 넘어야만 고속버스로 인정받을 수 있어 이런 노선이 개통될 일은 없지만, 현재까지 '고속버스'로 사랑받는 단거리 버스가 있다. 용인-서울경부는 막히지 않는다면 30~40분이 걸린다. 이번 설에 '고향'에 못 내려간다면, 버스여행 삼아 이 노선을 이용해보는 건 어떨까.

② 고속버스와 시외버스, 대체 무슨 차이냐고요?

'시내버스'로 나오는 버스도 시외버스에 투입할 수 있다. 사진은 동광고속의 남원-광주 노선.
 '시내버스'로 나오는 버스도 시외버스에 투입할 수 있다. 사진은 동광고속의 남원-광주 노선.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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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버스와 시외버스의 차이를 모르겠다는 시민들이 많다. '고속터미널만 이용하면 고속버스고 시외터미널을 이용하면 시외버스다'라고 말하기엔 애매한 사례가 하나 걸린다. 앞서 말한 용인-서울경부 노선이다. 서울경부-용인 노선은 고속버스 인가로 시작했지만 법이 바뀌면서 시외버스로 변경되었는데, 전산은 현재도 고속버스 전산인 '코버스'를 이용하고 있는 상태이다.

법령상으로는 고속버스와 시외버스의 차이로 '중간정차장'의 유무를 두고 있다. 출발점과 가까운 위치에 정류소를 두는 것(마산내서터미널), 고속도로 상이나 휴게소에 설치된 환승정류소(황간정류소, 횡성휴게소)에 정차하는 것은 고속버스로도 가능하지만, 부산을 출발한 버스가 동대구복합터미널과 대전복합터미널에 정차한 뒤 서울로 가는 것은 시외버스만이 가능하다.

물론 통념상 전국고속버스운송사업조합에 가입된 11개 회사(동부, 중앙, 한일, 천일, 금호, 속리산, 경북, 동양, 대원, 충남, 삼화)의 노선들을 고속버스라고 한다. 다만 이들 노선에서도 시외버스 노선이 많기 때문에, 실질적인 구별이 어렵다. 사실상 인가 상의 차이로 고속버스와 시외버스 노선이 구별되는 셈이다.

③ 마을버스, 고속버스로 '신분상승' 할 수 있을까?

고속버스에 투입될 수 있는 차량은 한정되어 있다. 버스 무게 1톤당 20마력 이상의 힘을 가진 차량만이 고속버스로 운행될 수 있다. 버스의 무게가 15톤인 경우, 300마력 이상의 힘을 가져야 고속버스로 운행될 수 있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카운티, 에어로타운처럼 일반적인 시내버스나 마을버스에 사용되는 차량은 사용조차 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론상 약 10여 톤의 무게에 310마력으로 운행되고 있는 시내버스용 모델인 '현대 에어로시티'는 시외버스나 고속버스에 투입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호남 지역의 광우고속, 영남 지역의 해운대고속이 에어로시티 모델을 단거리 시외버스에 투입하고 있다. 하지만 고속버스에 투입하기에는 소음, 승차감, 운행 안정성에서 무리가 있어, 일반적으로 시내버스형 모델을 고속버스로 운행하지는 않는다.

④ 고속버스는 언제부터 그렇게 '고급'이 되었쓰까

지난 11월 운행을 시작한 프리미엄 고속버스의 내부 모습.
 지난 11월 운행을 시작한 프리미엄 고속버스의 내부 모습.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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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버스와 장거리 시외버스에서 가장 사랑받는 건 단언컨대 '우등버스'일 것이다. 널찍한 자리에 앉아 있으면 어느새 잠이 노곤노곤하게 오고, 다른 사람에게 전혀 방해받지 않는 자리라는 느낌이 '팍' 꽂힌다. 한술 더 떠 AVOD(주문형 비디오)와 프라이빗하고 넓은 자리로 이용객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는 프리미엄 고속버스도 2016년 11월 첫 운행을 시작했다.

우등버스가 처음 운행된 건 1992년 금호고속의 광주-서울 노선에서였다. 당시 45인승 고속버스용으로 출시되었던 차량을 개조해 2*1 배열의 우등버스로 만들었는데, 큰 인기를 끌었다. 한때 버스 안에 화장실이 있었던 적도 있지만, 휴게소가 충분하게 설치되어 운영되던 국내의 버스 환경상 화장실은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현재는 대부분 장거리 버스는 우등버스로 운행되고 있고, 그 사이에 일반고속이 끼어들거나 최근 개통한 프리미엄 버스가 끼어드는 형국으로 바뀌었다. 이용객의 선택권을 줄인다는 비판도 있지만, 주머니가 그리 넉넉하지 않아도 버스를 타려고 하면 일반고속보다는 우등고속에 손이 간다. 알 수 없는 일이다.

⑤ 터미널 홈에 '관광버스' 들어와도 놀라지 마세요

고속버스 협정차량이 광주 유스퀘어 박차장에 숨어있다.
▲ '협정차량, 어디어디 숨었나~' 고속버스 협정차량이 광주 유스퀘어 박차장에 숨어있다.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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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예매한 버스를 타려고 터미널에 도착해 플랫폼으로 나갔는데, 그 자리에 익숙한 고속버스가 아닌 '관광버스' 한 대가 불쑥 얼굴을 들이밀고 있어 당황할 때가 있다. 이 버스의 정체는 바로 '협정버스'. 주말, 명절 등 버스 수요가 엄청나게 늘어날 때, 그리고 고속도로 정체로 인해 차량이 제때 도착할 수 없을 때 협정버스가 나타난다. 인근 지역의 관광버스 업체가 주로 협정버스로 '투입'된다.

현재는 법 개정으로 불가능하지만 시외버스와 시내버스를 모두 운영하는 업체가 시내버스로 활용되던 '빨간 버스'가 명절에 운행을 쉬자, 시외버스의 임시차로 투입했던 일도 있었다. 문경 가는 고속버스에 올랐는데, 교통카드 단말기가 있고 머리 위에는 '1005-1번' 노선도가 있었던 적도 있다. 법이 바뀐 지금은 보기 어려운 풍경이다.

⑥ 고속버스 때문에 '쇠고랑' 찬 사건, 궁금하시죠?

2009년, 강릉터미널에 갑자기 버스 여러 대가 나타나 터미널 출입구를 막아버린 사건이 있다. 노선을 운행하는 두 회사가 특정 노선의 운행권을 놓고 한 다툼이 무력행사로 이어진 것이다. 관계자가 '쇠고랑'을 찬 것으로 끝난 이 사건은 과도한 경쟁의 폐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이건 극단적인 예이지만, 현재도 시외버스 노선과 고속버스 노선이 서로 경쟁하는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예가 청주-서울 노선이다. 청주터미널에서 서울로 가는 버스 노선 수는 청주-김포공항, 청주-서울경부, 청주-센트럴, 청주-삼성동 도심공항, 청주-서울남부, 청주-동서울, 청주-상봉 등 모두 7개이다. 여러 회사가 경쟁하고 있어, 요금도 다른 지역에 비해 저렴하다. 경쟁의 '순기능'도 보인다.

이외에도 진주, 전주, 속초 등 다양한 지역에서 고속버스와 시외버스의 경쟁이 일어나고 있다. 서로 편리한 접근성, 소요시간 등을 무기로 경쟁하고 있는 데다가 국내선 항공, 철도와도 동시에 경쟁하고 있어 이용객 입장에서는 '골라 타는 재미'가 있는 셈이다.

⑦ 소변 보고 싶어 죽겠는데, 왜 이 휴게소에선 안 설까?

선산휴게소에 휴식을 위해 정차한 고속버스. 선산휴게소는 환승휴게소로써의 기능도 한다.
 선산휴게소에 휴식을 위해 정차한 고속버스. 선산휴게소는 환승휴게소로써의 기능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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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버스를 자주 탑승한 승객들이라면 버스가 '정차하던 휴게소'에만 정차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대구나 부산으로 가는 버스는 선산휴게소에, 전주나 목포로 가는 버스는 정안 휴게소에, 강릉이나 동해 가는 버스는 횡성 휴게소에 정차하듯이 말이다. 이유는 고속도로 상의 네 개 휴게소가 환승정류소로 지정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명절에는 환승휴게소의 운영을 잠시 쉬지만, 휴게소에서 식사가 필요하거나 잠시 휴게소에서 오래 대기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때 휴게소까지만, 휴게소에서부터 표를 발권할 수 있다. 또, 직행노선이 운행하지 않는 성남-진도 구간 역시 환승휴게소를 통해 이용할 수 있다. 성남-정안 구간의 표를 끊고 정안-진도 구간의 표를 끊는 방식으로 말이다.

⑧ 우리가 고속버스 예매하다 '열'받는 이유

고속버스를 예약하려다가 '열'이 받은 경우 한두 번씩 있을 것이다. 동서울터미널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예약하려는데 이지티켓에도 없고, 코버스에도 없고, 버스타고에도 없어 txbus를 통해 겨우 동서울터미널 출발 표를 찾아 예매하는 경우도 있으니 말이다. 이는 고속버스 전산도 둘로 쪼개지고, 시외버스 전산 역시 둘로 쪼개져 발생한 문제이다.

서울고속버스터미널, 동대구복합터미널, 세종터미널 등은 코버스의 전산을, 센트럴시티터미널, 동서울터미널, 광주 유스퀘어 등은 이지티켓의 전산을 사용한다. 그에 반해 김포공항터미널, 고양터미널, 속초터미널 등은 버스타고의 전산을 사용하고, 동서울터미널 '시외버스터미널'과 서울남부터미널, 천안시외버스터미널은 txbus의 전산을 사용한다. '사분오열'인 셈이다.

물론 고속버스의 경우 모바일 예약망이 '고속버스모바일'이라는 어플리케이션으로 통합되어 관련된 문제가 사라졌지만, 시외버스의 경우 롯데의 '버스타고'와 한국스마트카드의 'txbus'가 서로 다른 예약망을 사용하고 있어 문제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다. '다음 추석'에는 시외버스도 통합되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는다.

[꿀팁] 고속버스 표 아직 못 구했다면... 비슷한 노선 알아보세요 

마지막은 '예고'한 대로 '꿀팁'이다. 아직 버스표를 구하지 못했는데,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출발하는 편이 매진이라면 '우회로'를 구해보는 것은 어떨까. 가령이면 서울경부-부산노포 노선의 경우 고양종합터미널, 남부터미널, 동서울터미널, 의정부터미널 등에서 우회하는 노선을 노포동터미널, 해운대터미널, 사상터미널, 김해터미널, 양산터미널 등에서 운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외버스로 운행하기 때문에 연휴 당일에 타는 '암표 관광버스'보다 안전하고, 저렴하다. 또는 임시차를 알아보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당일 매진인 차량이라도 명절 전후에는 협정업체를 통해 임시차를 투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막힐 걱정은 크게 하지 않아도 좋다. 연휴기간에는 24시간 한남대교-대전 신탄진 구간이 버스전용차로로 지정되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다들 안전하고 편안한 귀성/귀경길 되시기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태그:#고속버스, #시외버스, #버스, #교통, #대중교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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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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