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 안 지내던 시댁, 며느리 들이자 병풍까지 구입

진달래 기자 2017. 1. 28.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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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명절 전날 장을 보고 나물과 기본 반찬 준비부터 당일 차례 음식까지 모두 문씨 차지다.

결혼 4년 차 김모씨(30)도 명절에 처가는 생각도 안 하는 남편 때문에 한바탕 싸웠다.

주부 박모씨(33)는 "결혼하고 첫 명절 당일에 시댁에 갔다가 시어머니가 '저녁 먹고 가라'고 해서 울뻔했다"며 "전날 밤 시댁에 가서 자면 명절 당일에는 일찍 친정에 갈 수 있어 오히려 더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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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자 남편' 덕에 스트레스 받는 며느리들..시댁 안가는 최후의 방법 "임신했어요"

[머니투데이 진달래 기자, 방윤영 기자] ['효자 남편' 덕에 스트레스 받는 며느리들…시댁 안가는 최후의 방법 "임신했어요"]

/사진=머니투데이 자료사진

#결혼 8년차 주부 문모씨(32)는 지난 추석부터 시댁이 아닌 본인 집에서 차례를 지낸다. 시부모님이 "큰아들 집은 좁으니 막내네에서 하자"고 한 이후부터다.

결국 명절 전날 장을 보고 나물과 기본 반찬 준비부터 당일 차례 음식까지 모두 문씨 차지다. 둘째 며느리는 아예 제사 끝나고 와서 얼굴만 비추고 가버렸다.

문씨는 "이번 설에도 친정집은 저녁에 잠깐 다녀올 수밖에 없다"며 "시부모 모시기에 열렬한 남편 때문에 화병이 생길 지경"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결혼한 30대 A씨는 시어머니의 설 명절 맞이 '쇼핑 리스트'를 보고 깜짝 놀랐다. 각종 음식 재료 목록 사이에 '병풍'이 떡 하니 자리 잡고 있었다.

A씨 시어머니는 가족 모임에서 "아들이 결혼을 했으니까 이제 우리도 제사와 차례를 지내보자"고 말해 A씨는 물론 남편도 소위 '멘붕'(멘탈붕괴)에 빠졌다.

명절 때마다 '시월드'(시댁과 월드를 합친 신조어)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며느리 이야기는 반복된다. 그만큼 고질적 갈등이다. 실제 명절 이후 법원에 이혼을 접수하는 부부는 평소보다 급증한다.

법원에 따르면 설날이 포함된 달과 그 다음 달에는 이혼 접수 건수가 평균 대비 40%(2015년 기준) 가까이 증가하기도 한다.

◇ 시댁 "시누이 보고 가야지"…며느리 "저도 우리 집 가면 시누이에요"

서울에 사는 최모씨(32)는 명절만 다가오면 친정에 언제 갈지를 두고 남편과 다툰다. 친정 가는 며느리를 붙잡는 "오랜만인데 시누이들은 잠깐 보고 가라"는 시부모님의 고정 멘트 때문이다.

최씨는 "친정 가는 시간을 조례로 정하고 싶을 정도"라며 "명절에 시누이와 올케는 서로 만나면 안되는 사이 아니냐"고 한탄했다.

결혼 4년 차 김모씨(30)도 명절에 처가는 생각도 안 하는 남편 때문에 한바탕 싸웠다. 임신 6개월 차에 맞은 추석 때 일이었다. 보통 명절에는 아침에 제사를 지내고 낮에 산소에 다녀오면 바로 친정에 갔다.

당시 추석은 달랐다. 시부모님이 "시집간 시누이가 오는 중인데 얼굴은 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잡았다. 결국 시누이가 오고 남편은 처가에 가야 한다는 사실조차 잊었다. 시간이 지나 시부모님도 외가에 가시겠다고 일어나면서 김씨는 친정에 갈 수 있었다.

김씨는 "친정에 도착하자마자 남편한테 '당신 여동생은 친정 오는 걸 보고도 왜 가만히 있었냐'며 소리를 지르자 그제 서야 무릎이 닳아 없어지도록 빌더라"며 "그 후 산소만 다녀오면 곧장 친정집으로 간다"고 말했다.

/삽화=임종철 디자이너


◇ 시댁 안 가는 법? "남편 혹은 자녀 내세워…"

스트레스를 피하기 위해 시댁에 아예 내려가지 않는 며느리도 많다. 며느리를 위한 '가짜 깁스'까지는 아니어도 '가짜 당직'·'꾀병'은 흔한 레퍼토리다.

임신 초기나 막달인 임산부들은 대개 임신을 핑계로 삼는다. 주부 이모씨(35)는 "의사선생님한테 미리 귀띔해두고 신랑과 병원에 같이 가서 '장거리 이동하면 굉장히 위험하다'는 이야기를 듣게 하는 방법이 있다"며 "이 방법으로 한 번 시댁에 안 갔다"고 말했다. 며느리가 아닌 신랑이 직접 사정을 말하게 만드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얘기다.

시댁이 가까운 경우 명절 당일 아침보다는 전날 밤에 가는 게 낫다는 조언도 나온다.

주부 박모씨(33)는 "결혼하고 첫 명절 당일에 시댁에 갔다가 시어머니가 '저녁 먹고 가라'고 해서 울뻔했다"며 "전날 밤 시댁에 가서 자면 명절 당일에는 일찍 친정에 갈 수 있어 오히려 더 좋다"고 말했다.

이밖에 자녀 학원을 핑계로 대는 방법도 늘어나고 있다. '명절 연휴 특강' 등을 명분으로 안 내려가는 식이다. 서울 학원가 관계자는 "일부 학부모들이 '억지로라도 명절 특강을 만들라'고 요구하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진달래 기자 aza@mt.co.kr, 방윤영 기자 by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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