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반도체'와 완전 결별.. 이제는 전장·바이오

2017. 1. 28.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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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LG그룹이 SK그룹에 반도체 웨이퍼 제조사 LG실트론을 매각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구조조정 과정에서 LG그룹의 ‘한(恨)’으로 남은 반도체 사업에 대한 마지막 정을 끊는 작업이란 해석과, LG가 그룹 차원에서 전폭 지지하는 자동차 전장사업 등에 필요한 실탄마련 의미 등이 포함된 것으로 해석된다.

LG그룹이 SK그룹에 LG실트론을 팔기로 하고 받은 돈은 6200억원이다. 주당 가치는 1만8139원이다.

LG실트론은 반도체 기초재료인 실리콘 웨이퍼 제조를 주요 사업으로 하고 있다. 지난 1983년 동부그룹이 미국 몬산토와 합작으로 ‘코실’을 설립했고, 이를 LG가 인수(1990년)하면서 사명을 ‘실트론’으로 변경했다. 웨이퍼 생산량은 2014년 1780만장, 2015년 1670만장, 2016년 3분기까지 누적 1290만장을 기록했다. 종속기업으로 LG 실트론 아메리카와 LG실트론 재팬 두곳의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LG그룹이 LG실트론을 매각키로 한 것은 LG그룹 내 계열사간 시너지 효과가 적었다는 것이 결정 배경으로 평가된다. LG그룹은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정부 주도로 이뤄진 반도체 사업 정리과정에서 LG반도체를 현대전자에 넘겨줬고 이는 현재 SK하이닉스가 된 상태다. 이때 넘어가지 않고 회사내에 유일하게 남은 반도체 사업 관련 기업이 LG실트론이다.

LG실트론의 매각은 LG그룹의 반도체 사업에 대한 ‘회한’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최근까지도 LG그룹 인사들은 “반도체만 가지고 있었어도 그룹이 이렇게 휘청이지 않았을 것”이란 말을 자주 한다. 스마트폰 부문 적자가 커진 이후 이같은 푸념은 더 잦아졌다. 특히 최근 반도체 업황 개선 덕분에 삼성전자의 주가가 고공 행진을 하고 있는 상황을 보면서 LG그룹 인사들의 반도체 사업에 대한 안타까움은 배가된다.

지난해 말 LG그룹이 전국경제인연합회 탈퇴를 재계에서 처음으로 공식화한 것도 반도체 사업과 연관지어 해석하는 견해도 나온 바 있다. 전경련은 반도체 구조조정 당시 일종의 중재자 역할을 맡으며 LG그룹이 반도체 사업을 현대측에 넘기는 것을 사실상 강요하는 역할을 했다. 구본무 회장이 17년동안이나 전경련 공식 행사에 참석하지 않은 것도 반도체 사업을 넘기게 한 전경련에 대한 ‘앙금’ 때문이란 게 업계 정설이다.

때문에 LG그룹 내 반도체 사업의 마지막 연결고리였던 LG실트론의 매각엔 적지 않은 의미가 담긴다. 반도체 산업에 대한 아쉬움의 마지막 ‘끈’을 스스로 끊는다(클로져)는 의미와 함께, 신성장 사업인 올레드 사업과 전장사업, 바이오 사업에 전력하겠다는 의지의 표상이란 해석이다. LG그룹 관계자는 “선택과 집중이란 의미다. 실트론은 그룹 내에서 연관 산업 시너지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LG실트론의 매각가가 시장 시세보다 싸게 팔렸다는 분석도 있긴 하다. 동종 업계의 주가수익배율(PER)보다 낮게 매각가가 결정됐다는 점과, 수년간 영업적자를 기록하다 이제 갓 영업흑자로 돌아섰고, 향후 수년간 영업이익이 커질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시점에서 매각이 결정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싸다’는 의미다.

대신증권 김경민 연구원은 “업황이 양호했던 시기의 순이익을 감안할 때 LG실트론의 PER는 12배 수준이다. 반도체용 웨이퍼 시장의 1위업체 신에츠의 PER는 20배, 2위업체 섬코는 21배다”고 분석했다. PER는 배율이 높을수록 고평가를, 낮을 수록 저평가 됐음을 의미한다. 동종업계 PER보다 LG실트론의 가격이 저평가된 상태에서 매각이 결정됐다는 설명이 김 연구원의 평가다.

LG실트론의 업황이 개선세가 뚜렷하다는 점 때문에 아쉬운 매각 결정이란 설명도 덧붙여진다. LG실트론은 지난 2014년 348억원의 영업적자를, 2015년에는 54억원의 영업흑자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영업흑자 폭이 더 커질 전망이고, 2017년 2분기의 반도체 웨이퍼 공급 가격은 전분기 대비 10~15% 가량 높아진 수준으로 협상이 진행중이어서 LG실트론의 흑자 폭은 더 커질 것이란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다만 이번 LG그룹과 SK그룹의 반도체 ‘빅딜’은 두 그룹 모두에 이익이 될 것이란 해석이 많다.

유안타증권 최남곤 연구원은 “왜 SK가 지주회사 가운데 가장 주목 받을 수 있는지를 증명하는 것이라 판단된다”고 밝혔다. 최 연구원은 LG그룹과 관련해서도 “이번 매각 건은 구본준 LG부회장의 역할이 커지면서 나타난 첫 번째 변화다. 차세대 사업을 위한 M&A 등의 움직임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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